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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신 | Half Gods> 관념으로 삶의 명제를 극명히 이야기하다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4.09.23

    조회 2389

아무 기대없이 극장을 찾은 나에게 공연이 끝난 후 느낌은 역시나 실망이었다..

화가 나기도 했다.

그것은 언어의 유희로 난무한 공연에 대한 것인지..그것을 이해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것인지 모호했다.

 

공연이 끝나고 급한 화장실에 길게 늘어선 줄을 기다리며

공연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고

하나씩..

불현듯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갑자기 정리된 연극에 대한 나의 느낌과 생각은

이후 이어진 배우와의 대화시간을 통해 확인했고

어쩌면 나는 안도감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둘로 나뉠 수 없는 샴쌍둥이,,

그들에게 다가온 사건들..

 

그 모든 것들이 진행되는 것은 정말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그러나 그 안에서는 나름의 논리가 있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언어의 유희였다.

그 와중 난 진저리를 치면서 문득

그 중에서 내 가슴에 다가온 말들을 깨닫는다.

 

누구나 그러하리라

연극에서의 의미는 각자가 가져가는 것이고 자신을 통해 각색된다는 것.

 

스핑크스의 모든 수수께끼의 답은

인간...이며

 

불행한 샴쌍둥이의 절실한 소망은 사랑받는 것

고독하기를 원하면서도

그 안에서 결국은 사랑받고 싶은 것

 

내 안에는 수많은 수라와 마리아가

끊임없이 서로 싸우며 공존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나의 예상대로..!!!!

공연의 마지막 관을 열었을 때

수라도 마리아도 아닌

그 어느 누구도 없이 텅 비어있는 걸 보았을 때

나는 비로소

내 안의 두 자아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천형과도 같은 본질을 깨닫는다.

 

그리고 역시 내가 그토록 부인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는 사실..

나 역시 수라보다도 훨씬 더

고독을 원하고 있지만

어쩌면 내심

내면 더 깊숙한 곳에서는

나 아닌..또는 나 자신과

진정한 소통을 원하는 타는 듯한 갈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발견하게 되었지만..

아직은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시간이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나는 삶의 그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중대한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 가까운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런 나에게 자유를 준 연극인지도 모른다.

 

그냥 인생에 대해 존재에 대해 대놓고 이야기하자면

그 얼마나 무겁고 답답한가..

 

그런 마냥 무겁지도 가볍지도, 현실적이지도,구체적이지도,관념적이지도 않은

삶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들을

추상적인 관념의 언어유희 속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 같고

나도 모르게 많은 생각들에 몰두하게 되며

나는 새로운 숙제를 떠맡은 기분과 함께

한편으로는

영문모를 의혹과 불안으로 늘 고단한 나에게 찾아온

낯선,,그러나 반가운 손님을 맞은 듯한 느낌도 든다.

 

그 수많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대사들을 쉼없이 두시간 가까이 쏟아내는

배우들의 열정과

배우들 사이에 충만했던 그 에너지..

 

많은 것들이 깊은 여운으로 오래오래 남는

좋은 공연...

 

내가 본 연극 중 최고였다고 감히 말 할 수 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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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신 | Half Gods

- 2014.09.20 ~ 2014.10.05

- 평일 19시 30분| 주말·공휴일(10/3) 15시
* 9.27(토) 15시,19시30분
* 10.4(토) 15시,19시30분
화요일 공연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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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13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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