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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냐아저씨> 램프가 필요해
  • 작성자 송*숙

    등록일 2013.11.23

    조회 2561

 

백수광부를 이끌고 있는 이성열 연출가가 올린 바냐 아저씨. 이번이 5번째로 맞는 체홉작품이라고 한다.

배우들의 연기와 막간 사이의 음악, 땅거미지는  보랏빛 무대가 아름답다.  차 주전자, 피아노, 털실, 램프 등 소품모두 자기 역할을 하지 않는 게 없다.  섬세한 체홉의 작품을 이성열 연출가의 고운 숨결로 직조했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성공하지 못한 인생들-은퇴한 교수 세례브라꼬프도 포함해서 _, 바냐, 아스트로프,찔레긴이 나온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도덕에 기대어 사는 세례브라꼬프의 새 아내, 옐레나 역시 행복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대체로 우울하며, 가끔은 신경질적이다.  당시 러시아의 시대적 상황과  관련있겠지만, 그들의 삶은 무료하고 권태롭게 보인다.  바냐는 세례브라꼬프가 오기 전까지 이곳에 질서가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변명일 뿐이다.  질서는 반복의 또다른 이름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교수의 딸 쏘냐의 성격은  의지적이다.  엄마를 일찍 여인 이십대 소녀가 저렇게 강인할 수 있다니, 놀랍다.  쉰 살을 바라보며 인생의 허무함을 느낀 바냐삼촌을  쏘냐는 달래준다.   견디라고, 그리고 살아야 한다고.  쏘냐는 비록 아스트로프의 사랑을 얻는데 실패했지만, 그녀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고 있는 듯 싶다.  마지막 장면에서 쏘냐는 " 우리가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관속에 들어가 하느님을 향할 때"라고 독백한다.

 

공중에 떠 다니는 그녀의 말을 주워삼키며 내심 씁쓸했다. 하지만 그녀의 "살아야 한다"는 태도에는 생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 가을 밤 쏘냐는 농장 일을 마친 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장부를 써 내려가고 있을 것이다.  그녀 앞에 램프가 빛난다.  불빛이여 영원하라. 

  

 

Ps. 공연을 보고 오는 날,  간혹  잠을 설친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연극은 내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생기의 원천이다.   하지만 밤이면 나를 들뜨도록  마법을 건다.   사소한 부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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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냐아저씨

- 2013.10.26 ~ 2013.11.24

- 평일 19시 30분 | 주말 15시 | 화요일 공연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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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13세(중학생)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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