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레퍼토리 ㅣ 한꺼번에 두 주인을> 웃음 그 이상의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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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정
등록일 2012.12.16
조회 2353
한편의 만화같은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한꺼번에 두 주인들>
극장을 찾은 관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마치 그림으로 그린듯한 무대와 종이 모형들이다.
와~ 예쁘고 아기자기한 무대에 열중할 무렵 커다랗고 색색의 (종이)가발을 쓴 배우들이 객석통로를 통해 무대위로 올라간다.
귀족의 의상을 입고있지만 마치 시골장터같은 모습이다.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며 무대에 오르는 이들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통해 극전체가 어떤 분위기일지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렇게 무대에 올라온 배우들은 건물을 직접 세우고, 소품들을 천장으로 올리는 등 무대위에서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중세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고전이지만 엄숙함과는 담쌓은 작품이다!
무대공간은 베니스.
판 탈룬의 딸인 클라리스와 실비오의 약혼식이 한창 진행 중이다. 클라리스는 아버지가 정해준 정혼자인 페데리고가 결투 중 사망했지만 진정한 사랑 실비오를 만나 비로서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만 때마침 도착한 한통의 편지로 인해 이들의 행복한 미래에 먹구름이 끼게된다. 죽은 페데리고가 판탈푼에게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베니스를 방문한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페데리고가 정말 살아돌아온 것이라면? 당연히 약혼식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편지를 가져온 하인에게 질문을 쏟아붙기 시작한다.
그 하인이 바로 극의 주인공 트루팔디노다. 트루팔디노는 곧 자신의 주인인 페데리고를 모셔오고, 사람들은 모두 혼란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사실 페데리고는 남장을 한 채 죽은 오빠 행세를 하고 있는 베아트리체다. 그녀는 우발적으로 오빠 페데리고를 죽이고 고향인 튜린에서 베니스로 도망친 약혼자 플로린도를 찾아온 것이다. 판탈룬을 찾은 이유는 플로린도를 위한 보석금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목적에 바쁜 베아트리체가 하인인 트루팔디노를 제대로 챙겨줄리가 없다. 결국 배도 고프고 돈도 궁한 트루팔디노는 또다른 주인 플로린도를 모시기로 하고 본격적인 양다리를 시작한다. 문제는 새로운 두 주인이 같은 여관에 묵는데다 베아트리체와 플로린도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사이라는 것이다.처음부터 얽히고 섥힌 두 주인의 이야기에 졸지에 페데리고와 결혼을 해야하는 클라리스와 순식간에 약혼녀를 빼앗긴 중세를 대표하는 마마보이 실비오와 그들의 부모들, 그리고 트루팔디노와 눈이 맞게 된 하녀 스메롤디나의 이야기들이 엮이면서 극의 재미가 한층 더 높아진다.
만화적 발상으로 채워진 무대
<한꺼번에 두 주인>은 무대와 배우들의 의상 뿐 아니라 연출에서도 만화와 같은 발상이 무대를 채운다.
연극이지만 라이브로 음악과 표과음이 연주된다. 무대 양쪽의 건물의 2층에는 자리잡은 악사들은 아코디언, 바이올린, 기타 등을 연주하며 방귀소리나 배우들의 특정한 몸짓을 라이브로 연출하며 익살스러움을 보탠다. 아들의 실연에 분노한 실비오의 엄마와 판탈룬의 대립씬에서는 무대가득 분노의 번개가 치기까지 한다. 극을 볼 수록 정말 한편의 만화책을 보고 있는 친숙한 느낌이다. 또한 배우들은 마이크를 잡고 마치 뮤지컬처럼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운다. 정극이 많이 무대에 오르는 명동예술극장에서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운 독특한 작품이다.
웃음 그 이상의 따뜻함을 가진다.
물론 후반부로 가면 극의 결말이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여운을 남는 성격의 연극은 아니지만 사회적인 이슈들을 많이 담고있기에 웃음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 작품만의 메세지를 가진다. 우선 어쩔 수 없이 두 주인을 섬길수 밖에 없는 트루팔디노의 모습에서 우리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비정규직 노동자의 설음을 볼 수 있다. 두 주인을 모시는 트루팔디노의 모습이 서글픈 것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일용직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베어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용인의 처우에는 관심도 없고 오직 자신들의 위신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베아트리체와 플로린도에게서는 귀족들의 허세를, 딸의 행복보다는 재산을 지키기에 바쁜 판탈룬의 모습에서는 가진자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극은 이렇듯 가벼운듯 하지만 사회적 약자인 서민들의 고달픈 현실과 마음을 위로해준다는 점에서 웃음 그 이상의 따뜻함을 가진다.
러닝타임이 다소 긴 감이 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아주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