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다 가블러 > 오롯이 삶 자체가 자신이고 싶었던 헤다 가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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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진
등록일 2012.05.26
조회 2370
입센의 헤다 가블러 난 한번도 무대위에서 본적이 없었다. 궁금했다. 대표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인형의 집, 유령,그리고 페리퀸트는 봤는데 헤다가블러는 못봤었다. 박정희연출 그리고 입센작 이혜영님의 무대를 보지 못했었기에 더더욱 기대가 됐다.
공연을 보기전 대본을 봤다. 과연 이무대가 어떻게 실현될까. 사실 예고 동영상을 봤을때는 그느낌이 그닥 좋지않았다. 사실 그 배경음악은 러시아배경의 작품시에는 빠지지 않고 나왔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지않는 음악이어서 약간 걱정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헤다가 어떤모습으로 그려질까 기대도 됐었다.
색다른 무대 그리고 액자(거울)에 비춰진 또하나의 무대, 그리고 아주 중요한 벽난로, 스툴과 이층의 보이지않는 침실.. 마지막 무대는 수많은 유리잔들이 흔들리고 액자가 걸려있는 사이의 하얀드레스의 헤다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헤다가블러, 그리고 남편 테스만, 고모율리안나 , 판사브라크 그리고 뢰르보르그와 테아가 등장한다. 처음부터 헤다의 시선으로 볼수밖에 없었다. 결혼후 6개월 그녀는 남편에게서 지극히 평범함을 보고 금방 지루해지고 권태로워진다. 명문가의 자신감넘치고 아름답고 자의식이 강한 헤다 남편의 교수직만을 믿고 결혼했지만 삐걱거림을 느낀다. 그때 엣애인이었던 뢰르보르그의 출간소식과 더불어 그녀의 동창생테아의 등장으로 그녀는 흔들리기시작하고 욕망이꿈틀거린다.그의 논문을 불태우고 자살을 권유했는데 브라크판사에게 약점을 잡히고 테스만과 테아는 논문복원에 힘을쓰고 점점 자신의 입지를 잃게되는 것을 용납하지않는다.
사실 보면서 테스만같은 남편 고모의 치마폭에서 벗어나지못하고 능력도 그다지 뛰어나지않고 성실하고 약간은 투박하고 그러면서 모든것은 내탓이라는듯한 표정의 말투의 사람. 무장해제인듯한 처세술이랄까. 뭐랄까 마치 체홉의 세자매중 마샤의 남편처럼 만족해만족해 외치는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내게는 더욱 무섭게 소름끼치게 다가왔다. 약점을 갖고 헤다를 손에 넣으려는 직접적인 성향을 보이는 브라크 판사보다도 더 무섭게다가왔다. 어쩌면 보통대다수의 사람의 처세술이 그러하듯이 테스만의 성향을 지녔겠지만 헤다의 성향에서보면 그다지 성에 차지않고 아마도 그녀는 어쩌면 뢰르보르그의 성향과 더 비슷해보이고 판사와도 비슷해 보이는 면이 더 많았다. 욕망이 그대로 드러나는 지루함이 초조함보다 더 견뎌내기 힘든 헤다, 그녀는 남편을 교수에 앉힘으로서 자신의 권력 욕망을 표출하려하지만 브라크 판사에 의해 좌절된다. 그녀는 견뎌내지못했을것같다. 그 이후의 삶의 모습을..마치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는데 그대로 실현되는 그림을 그래서 더더욱 삶을 이어가지못한것은 아닐까. 그건 바로 그녀자신이 없는 삶이니까. 뢰르보르그의 마지막 죽음의 모습을 들었을 때 자신이 더이상 그의 뮤즈가 아니었음을 그리고 남편에게는 예쁜아내지만 그저 그이상은 될수없다는 사실과 그 저 자신이 가블러 장군의 딸로서의 위치로만 강조되고 테스만화된 아내 헤다만을 원하는 남편 , 그리고 브라크판사의 협박에 굴복하고싶지않다는 그녀의 최후의 마지막 자존심 그녀는 설자리가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삶을 살수없다는 분노,절망감이 생을 포기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대우의 이혜영은 헤다 그자체였다. 무대를 휘감는 장악하는 카리스마 긴장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김정호의 브라크판사 이렇게유들유들할수 있을까. 검은뱀을 연상시킨다. 테스만의 김수현 헤다성향에서는 결코 참을수없는 마마보이형 약간은 찌질해보이는 남편 모습을 보여주었다.아닌척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타인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하는 영악한 여인 테아김성미. 천재의 성향을 지닌 심약한 뢰르보르그 호산.조카에게 드러붙을려고하는 율리아나고모강애심. 중간에 헤다와 테아의 약간은 정극에서 벗어난듯한 표현은 이질감을 느꼈지만 무대위의 헤다 가블러는 한동안 잊혀지지않을것같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만족감이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