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다 가블러 > 헤다 가블러 <헨리크 입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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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리
등록일 2012.05.23
조회 3167
헤다 가블러
명동예술극장에서 고른 네 번째 연극관람이었다. 강렬했던 괴테의 ‘우어파우스트’의 공연과
무대세트가 너무 강인하게 남아 잊지 못할 ‘오이디푸스’ 연신 “신이여 만족하십니까? 제가 이렇게 짓밟혔습니다”.를 뇌리에서 맴돌게 한 그 강한 인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봤던 피터쉐퍼의 ‘고곤의선물’ 여기서도 희극대본을 아이라고 표현한다. 헤다 가블러에서처럼...
그 대목에서 아! 작가들에게 작품은 아이를 잉태하는 것과 같구나 그런 느낌이구나 그런데 그런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하니 아 그 정신없음과 정신이 나감도 경험하게 되었구나 하는 그 부분에 깊은 공감을 했다. 그리고 신기했다. 그 감정의 깊이에 대해서.
헤다 가블러, 배우 이혜영의 포스터가 아니었다면 헨리크 입센이라는 다소 친숙하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선뜻 보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포스터를 보고 입센의 작품을 찾아보았고 <인형의집>으로 잘 알려진 작가라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다. 그만큼 나는 여배우에게 건 기대가 컸다. 공연날 무대에서 만난 배우 이혜영 이전에 헤다 가블러는 강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매우 당당하고 자신있고 그리고 우아하고. 그러나 그녀는 어쩌면 철저한 여자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시기심많고, 남자를 잘 다룰 줄 알며, 자신에 대해 끊임없는 완벽을 외치며 그런데 그것이 좀 과해 나중에 결말은 좀 극단으로 끝나지만. 그녀는 스스로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그렇게 남기고 싶었을 것 같다.
헤다 가블러를 보러가기 전에 유투브에서 영상을 찾아보았었다. 이미 해외 많은 대학에서 극으로 올렸고, TV로도 방송되었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었다. 재밌게도 첫 장면은 유사했는데 그건, 극에서 나오는 가정부와 남주인공의 고모가 등장한다. 그런데 명동예술극장 공연에서는 가정부에게 좀 특별한 장치를 사용한 것 같다. 그것이 초반부터 좀 눈에 띄었다. 그리고 판사 캐릭터도 재밌었다. 말투가 뭐랄까 좀 촌스러우면서도 친근했던, 보통 판사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판사가 권력을 이용해 여자의 마음을 탐하려는 그 노골적인 모습은 좀 우스꽝스러웠다. 원하는 먹잇감을 계속 노리는 승강이처럼 주변을 맴도는 것. 볼만했다.
가장 불운한 캐릭터는 테오이지 않을까, 아기-새끼-작품 그녀가 내뱉는 우리의 아기라는 말은 가슴이 아팠다. 자신의 행복한 시기를 올곧이 몰두해서 나온 그 작품. 여자에게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그건 가정안에서 사랑받는 게 아닐까, 권태가 찾아와도 그걸 이길 수 있는 사랑. 헤다 가블러보다 신경쓰이도록 생각에 남는 건 테오이기도 했다.
그 밖에 남자 두 캐릭터가 나오지만, 그 둘은 대비되는 캐릭터를 가졌지만, 어쩌면 한 맥락에서는 같은 점을 가졌다. 그건 헤다 가블러와 사랑을 했다는 점이고, 헤다 가블러에게 진짜 사랑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헤다는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마지막 장면이 아직 눈에 생생하다
포도넝쿨을 한 그녀가 그녀를 향해 당기는 방아쇠...
아이러니하지만 그 모습이 진짜 헤다 가블러의 진정성을 장식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통해 인간의 허위의식이란 참 씁쓸하지만 모두 가지고 있는 그런 깊은 우물같은 게 아닐까, 그렇다면, 그걸 이기고 넘길 ‘그것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좋은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