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고전연극탐험Ⅱ "갈매기"> 깊고 풍부한 파장, 갈매기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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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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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생명을 받아내는 산파가, 매력적이지만 격정적이지 않고 어떠한 사건에도 휘말리지 않는 관망자로 등장하는 데에서, 체홉이 생 자체에 상당히 호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대에 설 배우들을 위해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의 심정이 읽힌다.
인생에 대해 초월자 혹은 자연의 입장은 도른으로 의인화된다. 체홉은 도른과 트리고린과 트레플레프라는 세 인물에게 작가로서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투영하여 분산 배치시켰던 건 아닐까?
연극 <갈매기>는 이러한 사회적 배경, 예술사적 갈림길에서 전세대와 후세대 예술인 사이의 갈등과 각자의 분투를 보여준다. 동시에, 세상은 인간 개개인이 붙들고 가는 서로 다른 치열함이 부딪힌 결과물이란 생각을 보여준다.
마지막장면, 자살한 트레플레프의 영혼이 해변가 무대에 서서 자신이 썼던 대사를 읊고, 새하얀 갈매기가 상공을 가로지르는 장면은 긴 여운을 남긴다.
나는 진정으로, 이 한 장면을 보이기 위해 수 많은 장면들이 쌓여져 왔다고 느꼈다.
대본은 원작에 충실하고, 무대미술은 세련되면서도 우아하며, 배우들은 다양한 세대로 뒤섞여 있다. 자신의 인생에 충실했던 중년 노년의 배우들의 깊고 풍부한 파장은 무대 안팎을 넉넉히 감싸며, 연극 플러스 알파의 에너지를 충전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