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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고전연극탐험Ⅱ "갈매기">  깊고 풍부한 파장, 갈매기 공연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1.04.15

    조회 2842

 
 
<갈매기>는  ()세대가   굳건하게쌓아올린 체제와 통념의  성벽을 부딪치는 후세대의 힘겨운 운명과 위태로운   희망을 이야기한다.
 
전성기를 벗어난 배우 아르카지나와 배우지망생 니나, 베스트셀러 작가인 트리고린과 작가지망생 트레플레프, 그리고 도른을 짝사랑하는 별장 집사 부인 폴리냐와 트레플레프를 짝사랑하는 그녀의 딸 마샤.
 
주인공들은 정확히 전세대와 후세대라는 대칭 구도에 놓여 있다.  트레플레프가 만들었던 해변무대처럼 체홉이 연극 <갈매기>를 통해 보여준 주인공들의 인생은 처연하고 위태롭다.
 
 체홉은 ‘돈’이 기반이 되는 형이하학적인 삶보다는 순수한 정신(철학)이 지배하는 형이상학적인 삶을 이상적으로 보았던 듯 싶다.  연극 안에서 갈매기는 순수, 정신, 추구, 즉, 형이상학적인 삶을 상징한다. 그러나, 갈매기의 죽음과 박제에 대해서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니, 바로 이 점이 <갈매기>의 매력이다.

 
  박제 갈매기를
사라질없는순수의증거라고받아들일것인가? 아니면,
허망한도그마이해할것인가?
 
전자가 인간의 정신과 역사의 진보를 믿는 사람들이 선택할 사항이라면, 후자는 이에 보다 비관적인 사람들이 선택할 사항일 것이다.
 
내가 느끼는 바와는 달리, 이 연극은 ‘잔잔한 삶의 보편성을 보여준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모든 연극이 결국 삶을 다루는 것이니, 어쩌면 이러한 평은 너무 일반적이고 모호하다고 본다. 또한 잔잔하다는 표현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체홉은 주인공 하나하나에게 치열함이라는 씨앗을 심어두었고, 것도 분명히 드러내 주고 있기 때문이다.
 
1. 아르카지나의 치열함은 얼마남지 않은 돈을 외아들에게 투자하기보다는 허물어져가는 미모에 탕진하는 데서 드러난다. 애인인 트리고린을 붙잡기 위한 안간힘과도 관계가 있다.
 
2. 트리고린은 일상이 되어버린 창작의 고통과 싸운다. 니나와 연애감정에 빠지자 돌파구를 찾은 듯 착각하지만 그도 오래가지 못한다.
 
3. 니나의 치열함은 배우로 명성을 떨치고자 하는 열망이다. 그녀의 명예욕은 트리고린에 대한 동경과 집착으로 왜곡된 채 위태로이 불타오른다.
4. 마샤는 고상한 삶에 대한 추구를 트리고린에게 반추하며 끝까지 짝사랑한다. 남편의 속물근성에 치를 떨며 끝까지 트리고린의 곁을 서성인다.
 
5. 트레플레프는 니나에게 헌사하는 삶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니나가 트리고린에게 적어 보냈던 말, ‘언제든 필요하면 내 삶을 가져가세요.’는 트레플레프가 니나에게 갖는 마음과 동일하다. 니나가 결국 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는 자결하고 만다. 그러나, 자결은 과연 치열함의 극치일까, 포기일까? ......
 
이 극에서 도른은 유일하게 초월적인 관망자로 보인다. 직업이 산부인과 의사이며 모든 여성들이 그를 따르고 사랑한다는 설정이 의미깊게 느껴진다. 

새 생명을 받아내는 산파가, 매력적이지만 격정적이지 않고 어떠한 사건에도 휘말리지 않는 관망자로 등장하는 데에서, 체홉이 생 자체에 상당히 호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대에 설 배우들을 위해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의 심정이 읽힌다.

인생에 대해 초월자 혹은 자연의 입장은 도른으로 의인화된다. 체홉은 도른과 트리고린과 트레플레프라는 세 인물에게 작가로서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투영하여 분산 배치시켰던 건 아닐까?
 
19세기, 러시아의 귀족계급은 농민을 중심으로 하는노동자계급의 거센 반발로무너져 내린다.
 
이와 함께 귀족 계급의 후원에 기대어 창작 활동을 해왔던 예술인들 또한 각자의 능력으로 길을 개척해야만 할 위기에 놓인다.

연극 <갈매기>는 이러한 사회적 배경, 예술사적 갈림길에서 전세대와 후세대 예술인 사이의 갈등과 각자의  분투를 보여준다. 동시에,  세상은 인간 개개인이 붙들고 가는 서로 다른 치열함이 부딪힌 결과물이란 생각을 보여준다.
 
사회의 변화가 소소한 일상에 서서히 변화를 일으키던 19세기 말, 체홉은 그 반대로 소소한 일이 커다란 반향을 가져온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우연히 지나가던 한 남자가 재미로 쏜 총에 갈매기가 맞아 죽은 사건이 입장에 따라 해석에 따라 크게도 작게도 느껴질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은  의미 덩어리인 건 아닐까? 내가 박제갈매기를 ‘순수의 증거’로 해석하는 것 또한 내가 믿는 인생의 의미 때문이고.
 
<갈매기>공연에서 가장인상깊었던점을이야기한다면,
 
무대장치와활용이었다. 무대전환과정이  옅은  조명 아래에서 그대로  드러나는동안, 트레플레프의 해변가 무대는  관객의  시선  정면에서  줄곧 신비스런 그림자로 있다.
 
마지막장면, 자살한  트레플레프의 영혼이 해변가 무대에 서서 자신이 썼던 대사를 읊고새하얀 갈매기가 상공을 가로지르는 장면은 여운을 남긴다.

나는 진정으로, 장면을 보이기 위해 수 많은 장면들이 쌓여져 왔다고 느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도 10초 간이 지루해 닫힘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라면, 이 공연을 위해서는 긴 호흡을 연습해 두어야 한다. 연극, 배우, 작가라는 인물들이 이끌어가는 작품인 만큼 말도 많고 상징도 많고 생각거리도 많다.
 
대본은 원작에
충실하고, 무대미술은 세련되면서도 우아하며, 배우들은 다양한 세대로 뒤섞여 있다. 자신의 인생에 충실했던 중년 노년의 배우들의 깊고 풍부한 파장은 무대 안팎을 넉넉히 감싸며, 연극 플러스 알파의 에너지를 충전해 준다.


20110217_갈매기포스터_2절_최종.jpg
세계고전연극탐험Ⅱ "갈매기"

- 2011.04.14 ~ 2011.05.08

- 월,목,금 7시 30분 / 수,토,일 3시

-

- 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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