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동 주앙을 보고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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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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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주앙이라는 연극은 몰리에르를 원작으로 한 연극이며 최용훈 님께서 연출을 하셨다. 동 주앙은 2011. 3. 10 ~ 2011. 4. 3 까지를 연극 기간으로 하며 이율, 정규수, 권성덕, 김도현, 박미현, 유병훈, 성노진 등이 출연한다.
<연극>동 주앙은 17세기 프랑스 대표적 희극작가 몰리에르의 희극 ‘돈 후안’이 원작이다. 동 주앙은 많은 예술 작품들에 원형적인 이미지로 사용됐었다. 당대엔 당연히 도덕관념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동 주앙의 이미지는 21세기에 와선 자신의 욕망에 대해 솔직하고 다른 사람들 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인물로 변하였다.
동 주앙은 모든 여자들이 그에게 빠져들고 좋아할 만큼 매력이 아주 많은 남자이다. 하지만 동 주앙 그는 여자들을 쾌락과 정복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정혼녀인 엘비르까지 버린 채 끊임없이 순간의 열정만을 쫓아 방황하여 여러 사람들에게도 늘 실망감을 안겨 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 주앙은 존경받는 기사의 딸을 유혹하게 되고 기사와 결투를 하여 그를 죽이고 만다. 육체적인 기쁨만을 찾아 방탕하게 살아 온 동 주앙에게 죽은 기사의 저주가 내려지게 되는데 그 저주는 다름 아닌 ‘사랑’이었다. 사랑의 존재를 믿지 않던 동 주앙은 어느 날 기사의 동상 앞에서 우연히 조각가 마리아를 본 순간 자신의 생애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동 주앙과 마리아 둘의 사랑은 점점 더 깊어만 가는데 둘의 사랑이 깊어 갈수록 동 주앙을 사랑한 여자 엘비르와 마리아를 사랑한 남자 라파엘의 복수심과 질투심이 점점 커져만 간다. 결국 동 주앙과 라파엘은 마리아에 대한 사랑을 사이에 두고 결투를 한다. 그러다가 결국 동 주앙은 모든 사람들의 저주를 받으며 지옥으로 떨어져 죽게 된다.
<연극> 동 주앙을 보고 난 후 나는 많은 것 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먼저, 처음 동 주앙을 보기 전 포스터만 보고서는 동 주앙이라는 인물이 카사노바이면서 엄청난 희대의 바람둥이 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포스터만 봤을 땐 착하기만 한 한 남자처럼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무대의 디자인은 정원 같은 곳과 무덤가 등이 있으며 이곳에서 동 주앙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공연은 자신의 자유 의지만을 고집하며 시종의 충고, 아버지의 다그침 등 모든 주위의 의견을 무시하며 자신의 욕망대로만 행동하는 동 주앙의 내면세계를 그대로 표현하였다. 또,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대 밖에서 들리는 외마디 외침의 연출 기법이 있었다. 동 주앙에게 버림당한 엘비르 부인이 오른쪽의 무대 밖으로 사라진 지 몇 초 후에 저주스러운 목소리로 ‘동 주앙~’하고 외치는 엘비르 부인의 목소리가 메아리 치며 들려온다. 연극이 점점 더 진행되면서 무대 밖에서 들리는 외마디 외침의 소리가 몇 번 더 들려왔다. 이로 인해 관객들이 웃음을 자아냈다. 나도 웃을 수 밖에 없는 장면이였다. 웃어야 할 상황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반복되는 연출 기법 때문이었던 거 같다. 공연의 시작은 동 주앙의 하인인 스가나렐이 담배를 피는 모습으로 이끌어나갔다. 무대 한 켠에 앉아 담배를 피며 흡연은 사교에 능해질 수 있는 수단이라며 관객들에게 담배를 많이 피라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관객들은 많은 웃음을 보였다. 스가나렐은 귀족 특히 자신의 주인인 동 주앙을 경멸하면서도 그들처럼 되어지기를 갈망하고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스가나렐이 말한 사교란 귀족들 간에 이루어지는 사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연극에서 스가나렐을 보면 모든 인물 중에서 가장 비겁하고 가식적인 인물로 보였었다. 동 주앙의 모든 행동을 비난하면서도 그의 앞에선 온갖 아부를 늘어놓았으며 자신의 주인인 동 주앙이 죽음을 맞이하였을 때 외치는 말이 ‘내 월급’이라는 것이였다. 결국 월급 때문에 동 주앙을 따랐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스가나렐에 이어 동 주앙이 무대에 등장하게 되는데 그는 시작부터 많은 여성들을 유혹하며 등장한다. 동 주앙의 삶의 방식을 보면 쾌락과 순간적 끌림에 대한 충실함인 것 같고 귀족으로서의 교양과 품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인물인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을 농락하고 사람들을 죽이고 신을 모독한다. 동 주앙에게 있어 이러한 일들은 악행이 아니겠지만 사회적으로 봤을 때는 악행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동 주앙의 말이 모두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동 주앙의 말을 들으면서 공감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 주앙의 말을 비난하고 그를 경멸스럽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모든 것에 거침없이 자신의 내면을 드러냈던 동 주앙이 변하기 시작한다. 여러 사람들에 의해 점점 몰리게 되면서 ‘위선’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동 주앙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종교라는 위선 껍데기를 뒤집어썼고 그 마저도 자기 자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 동안 위선 없이 솔직하게 살아왔지만 이제는 자신도 주변의 모든 사람들처럼 그렇게 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죽음과 마주하게 되었고 그는 거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관객들, 모든 사람들에게 외쳤다. ‘당신들은 나보다 더 올바르게 살았다고 말 할 수 있어?’, ‘당신들은 신 앞에 당당할 수 있어?’라고 말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 모두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그런 말인 것 같다. 동시에 동 주앙의 입장이 되어 생각을 해 볼 수도 있었다.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동 주앙이 그렇게 많은 잘못을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였다. 왜냐하면 나도 동 주앙의 말에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연극>동 주앙을 보면서 무대 장식의 대해서도 보게 되었다. 무대는 생각했던 것만큼 화려하지 않고 단순했다. 왼쪽으로는 나무 같은 것과 계단으로 된 것이 있었으며 오른 쪽으로는 여인의 동상이 세워져있었다. 그리고 중앙으로는 큰 화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중앙의 공간은 동 주앙이 등장인물들을 차례로 만나게 해주는 공간이며 그의 내면의 세계를 보여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간이었다. 처음 시작 할 때 무대 중앙의 화면에서 동 주앙과 여러 명의 여자들이 춤을 추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음악은 배우들의 연기를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었고 연극의 긴장감까지 실어주었다.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각 분위기에 맞는 음악들이 흘러 나왔다. 그리고 연극의 중간 중간 마다 동 주앙이 죽인 기사의 발자국 소리와 번개 치는 소리, 샹들리에가 흔들리는 소리 등 다양한 효과음을 삽입해서 더욱 더 신선하고 연극을 몰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다.
이 연극 동 주앙은 주인공인 동 주앙의 연기도 아주 훌륭하고 좋았지만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연극의 재미를 극대화하는데 한몫했다. 각 배우들의 캐릭터들이 정말 특색이 분명했고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아주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 해주었다. 연극에 집중하여 보다가 중간 중간 나오는 동 주앙과 조연 배우들의 말로 인해 웃음이 터졌다. 그래서인지 연극을 보는 내내 시간가는 줄 몰랐고 지루해 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결말 부분에서 동 주앙이 죽자, 모든 인물들이 즐겁게 춤을 추는 장면이 있었다. 동 주앙이 여자들을 유혹하며 등장할 때 나오던 똑같은 음악에 맞춰서 말이다. 이 부분에선 왠지 모르게 가슴이 덜컹하는 느낌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 음악이 처음 나왔을 때에는 동 주앙이 여자들을 유혹하면서 등장할 때 나온 음악이었다면 결말에선 동 주앙의 죽음으로 인해 여자들이 동 주앙에게 저주를 내려 그가 죽자 처음과 똑같은 음악을 틀고 춤을 추는 장면이 왠지 마땅한 일 같으면서도 왠지 두려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동 주앙은 비난받기에 마땅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반면에 동 주앙이 무대 위에서 하는 말들을 듣다보면 동 주앙 그의 행동이 정말 잘못되기만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생각해 보면 나는 동 주앙이 잘 못되었다고 생각하고 비판하기엔 당당하지 못하다는 것을 느꼈다. 주인공인 동 주앙이 관객들과 조연 배우들에게 내뱉은 말들과 행동이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 같아 왠지 찔리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마냥 웃으면서 볼 수는 없었다.
<연극>동 주앙의 마지막 부분에서 갑작스럽게 교훈을 남기며 끝나서 뭔가 아쉬웠다. 그렇지만 무대 위의 배우들의 대사나 행동들은 모두모두 하나 같이 코믹스럽게 표현하여 웃음을 자아낸 것에 대해서는 아주 좋았다고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