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시대의 반항아 동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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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1.04.04
조회 1968
시대의 반항아 동주앙
웹정보공학과 박경남
3월27일 명동 예술 극장에서 몰리에르의 작품, 최용훈의 연출로 이루어진 동주앙 이란 이름부터 조금 생소한 연극을 보게 되었다. 동 주앙 역의 김도현, 이율 그의 하인 스가나렐 역의 정규수 그리고 동주앙의 아버지 동 루이 역의 권성덕 이 배우들 덕에 이순재씨 와 찰리박도 직접 보게 됐다. 연극의 시작은 연극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스가나렐이 담배를 피면서부터 시작 된다. 철학, 윤리, 종교, 자신 이외에는 믿지 않을 것 같은 동주앙의 거침없는 연애 행각들 연애행각을 바라보면서도 아첨 할 수밖에 없어서 힘들어하는 하인 스가나렐, 동주앙의 손에 놀아난 많은 여인들과 동주앙의 손에 죽은 기사의 원망 그 원망들로 인해 동주앙이 죽는 것으로 연극은 끝나게 된다.
동 주앙은 1630년 몰리나에 의해 창조된 이래 몰리에르, 쉐드웰의 연극 그리고 바이론의 시, 뒤마의 연극 이후 죤 배리모어의 무성영화에 이어 에릴 플린의 영화, 다시 잉게마르 베르이만의 연극으로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날 만큼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인물이다. 마치 돈키호테와 햄릿처럼 파우스트와 대비되는 보편적 인간형으로 인식되고 있다. 동주앙이 시대의 나쁜 남자의 대명사라고도 볼 수 있지만, 다른 시선에서 보면 상당히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의 모든 규칙에 대항하는 자, 종교와 현실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기를 희망하는 자, 모든 권력을 우롱하고 위선을 풍자하는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극 중 가장 불쌍한 여인인 동주앙의 부인 엘비르는 동주앙의 계속된 애정 공세에 넘어가 수도원까지 빠져 나와서 동주앙과 결혼하지만 동주앙은 결혼 후 엘비르로 부터 벗어날 궁리만 하게 된다. 수상하게 여긴 엘비르는 동주앙을 몰래 따라다니다 결국 동주앙의 본 모습을 보게 되었고 동주앙을 저주, 혐오 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동주앙을 불쌍하게 여기면서 용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또한 볼 수 있었는데, 이런 장면이 동주앙을 더 나쁜 남자로 부각 시키는 것 같았다.
엘비르에게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동주앙의 아버지는 화가 나서 동주앙의 집으로 찾아가 동주앙을 크게 혼 내는데, 그 후 며칠 뒤 동주앙이 아버지에게 자신은 이제부터 올바른 삶을 살아가겠다고, 회계하겠다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거짓말인걸 알게 된 하인 스가나렐은 주인 동주앙에게 가면을 쓴 위선자란 소리를 하는데, 그 소리를 들은 동주앙이 갑자기 관객들 앞으로 뛰어 와서 관객들에게 “당신들도 위선이란 가면을 쓰고 있지 않은가?”라는 소리를 한다. 그때 그 말이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사 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앞에서 내가 위선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았나?”와 같이 내 자신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 대사 이었다. 웃긴 것은 연극 마지막 장면에서 하인 스가나렐이 주인 동주앙이 지옥의 불구덩이에 떨어지게 되자 자신의 ‘월급’부터 찾는 한 층 더한 위선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연극은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코미디가 아니다. 결국 우리에게 ‘당신은 얼마나 덜 위선적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끝이 난다. 반면 거짓말 말고 동주앙 에게서 배울만한 점도 있다. 바로 화려한 말솜씨 인데, 두 여인이 서로 동주앙은 자신을 사랑한다고 싸움이 나게 된 긴박한 상황 속에서, 동주앙은 당황한 기색도 없이 화려한 말기술로 두 여인의 싸움을 멈추게 한다. 또 돈을 갚으라고 독촉 하려고 온 빚쟁이도 다시 조용히 되돌려 보내 버리는 말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런 좋은 말솜씨를 좀 더 생산적이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곳에 썼더라면 나쁜 남자 동주앙이 아니라 철학가 동주앙 이라는 뮤지컬을 보고 있었을 수 도 있을 텐데 말이다. 연극을 보다 보면 동주앙과는 정반대의 성격과 이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나오는걸 볼 수 있는데 바로 엘비르의 큰 오빠이다. 엘비르의 큰 오빠는 자신의 가문에 먹칠을 한 동주앙을 뒤쫓고 있었는데 괴한의 공격으로 죽을 뻔 한것을 아무것도 모르는 동주앙이 살려주었다. 이 일을 계기로 동주앙을 죽이려고 한 엘비르의 오빠 마음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죽여야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동주앙을 죽이는 것은 기사의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면서 괴로워하는 그 시대의 진정한 기사도 정신을 가진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너무 고지식한 사람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시대에서는 그런 행동이 바른 행동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일 것이다.
연극 중 동주앙의 화려한 말솜씨에 넘어가 버리는 두 여인이 나오는데,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시골 처녀들이다. 두 여인 다 동주앙과 약혼을 약속하게 된다. 그것도 서로 만난 지 하루 만에 말이다. 심지어 한 여인은 벌써 같은 시골 총각과 이미 약혼을 약속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동주앙과의 약혼을 하게 되는데, 이 사실을 안 시골총각이 크게 화를 내지만 돈 많고 권위 있는 동주앙 앞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다. 동주앙의 훌륭한 말솜씨 때문인지, 물정 모르는 시골 처녀들의 순진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서로를 본지 하루 만에 약혼을 한다는 것은 그 당시에서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나 많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중간 중간에 시골처녀가 갈등하는 모습도 보이긴 하지만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결정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한평생을 같이 살아갈 사람을 하루 만에 결정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큰 실수가 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하루 만에 처음 본 사람을 전부 다 이해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이다. 더군다나 그 사람이 동주앙 이라면 아마 처녀들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연극을 보다보면 중간 중간에 등장인물들이 퇴장 할 때 그냥 나가지 않고 나가는 입구에서 불이 나오면서 한마디씩 하면서 사라지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처음에는 상당히 많은 관객들이 웃었지만, 갈수록 웃는 관객들이 적어진 걸 느낄 수 있었다. 나가는 등장인물들 거의가 다 그런 식으로 나가게 되서 관객들이 ‘예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계속 그런식으로 나가기 보다는 조금 더 참신하게, 예를들어 나갔다가 다시 뛰어 들어와서 큰 소리로 한마디 하고 나가는 식으로 하면 좀 더 낳지 않을까. 동 주앙이 죽는 부분에서도 너무 급작스럽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더라도 자세하고 현실적으로 묘사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동 주앙이 자신이 죽인 기사의 원한으로 인해서 지옥의 불구덩이에 빠져 죽는다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 인 것 같다.
장이 바뀔 때 나오는 노래도 분위기와 맞지 않는 곳이 있다. 동주앙의 아내 돈느 엘비르의 명예를 되찾고자 동 주앙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를 뒤쫓는 엘비르의 오빠들로부터 동주앙이 도망가는 장에서 장이 바뀔 때 좀 더 빠르고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는 노래로 했다면 관객들도 장이 바뀌고 있는 동안에도 무대에 집중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대에 집중 하기 위해서는 노래뿐만이 아니라 관객들의 참여도와 태도 또한 중요하다. 연극 도중 동주앙이 누워서 옆에 서있는 여자 석상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는 장면이 나왔었는데 그때 관객들 중 어떤 여자분이 “더러워”라는 소리를 했었다. 그 장면 또한 배우의 연기의 일부분 일 뿐인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연극 도중에 관객들이 다 들을 정도로 큰소리로 “더러워”라는 소리를 했었다. 그런 행동은 연극을 보고 있는 관객에게나, 관객들 앞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 연기자 에게도 매너 없는 행동이다.
연극을 보고난 다음 수업 때 또 다른 동주앙을 영상으로 보게 되었는데, 우리가 본 동주앙 과 영상으로 본 동주앙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영상에서는 대사보다는 거의 노래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고, 무대 장치 또한 많았다. 연극에 참여하는 사람도 훨씬 많았다. 조금 더 자세하고 길게 동주앙을 표현한 거 같았다. 동주앙의 전체적인 스토리 전개도 조금 다르다,우리가 본 연극에서는 동주앙의 죽음이 동주앙이 죽인 기사의 원한으로 지옥의 불구덩이에 빠져 죽는 것 이였지만 뮤지컬에서는 저주에 걸리게 된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저주와는 조금 다른 저주인 사랑에 빠지게 되는 자칫 이해가 가지 않는 저주이다. 하지만 동주앙의 입장에서 잘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항상 여자를 쾌락적인 존재로만 생각하고 마음에 드는 여자만 보이면 무조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그런 동주앙을 한 여자만을 사랑하게 만들어 버리면 동주앙은 아마 미쳐버릴 것이다. 만약 우리가 본 연극과 영상으로 본 뮤지컬 중에 한 가지만 볼 수 있다고 한다면, 또 돈에 구애만 받지 않는다면 영상에 나오는 뮤지컬을 보기를 추천한다. 영상에 나오는 동주앙이 좀 더 세련되고 완성도가 높은 뮤지컬 같기 때문이다. 영상에서 본 뮤지컬에서는 무대 바닥이 동그랗게 돌아가는 구조로 되어있어서 연극 때 처럼 소품을 바꿀 때 불을 끄고 관객들이 기다릴 필요 없이 배우는 앞에서 계속 노래를 이어가고 뒤에서는 자동적으로 소품들이 들어가게 된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원할 한 진행과 끊김없는 뮤지컬을 볼 수 있어서 더 좋을 것이다. 단지 무대가 좀 크기 때문에 연극 때 와는 달리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중요한 장면을 놓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뭘 보든 간에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인 태도를 갖고 보는 것 이 중요하단걸 걸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