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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아래의 맥베스> 우리는 왜 우리의 역사를 모르고 살아왔나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7

    조회 1990

첫 느낌은 어렵고 난해했다. 평소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나로서는 연극을 본다는 기대감보다 ‘이해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더 앞섰다. 연극 보기 전 작품설명을 아무리 읽어봐도 너무나 생소한 얘기, 나와는 다른 얘기를 설명 하는 것처럼 보여 마음에 와 닿지가 않았다.

 

‘적도 아래의 맥베스’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후 포로들을 관리할 사람들로 데려온 한국인들의 비참한 삶을 현실 속 다큐멘터리 촬영이라는 형식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속에 나온 한국인 전범들은 우리 삶속에 잊혀 질 기회도 없이 아예 존재 자체를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다. 연극은 춘길 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촬영으로부터 시작해 과거 싱가폴 형무소에서 일어났던 일들과 현재 그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들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당시 싱가폴 형무소에 있던 사람들은 총 5명으로 일본인 2명과 한국인 3명이다. 춘길은 2번이나 사형선고를 받으면서 눈앞에서 동료들이 사형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입장으로서 세상에 전해 지지 못할것을 알면서도 사형 되기전까지 쓰던 문필의 편지를 먼훗날의 세상으로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남성은 3명의 한국인중 가장 먼저 사형되는 인물로 극의 감정의 흐름을 주도 한다.

 

이 극은 템포가 굉장히 느리다. 내용을 알고 본다면 2막부터 봐도 될 정도로 1막의 전개는 굉장히 느려 자칫 지루함으로 느껴질 수 있다. 우리가 모르고 과거이기 때문에 시선을 끌만한 무대적 장치도 존재 하지 않기에 어떠한 우리의 감정도 극의 흐름과 같이 갈 수 없었다. 이러한 무의미한 감정들은 2막으로 와서는 우리를 죄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어찌 하여 우리는 이러한 과거를 무지한 체 살고 있었으며, 작가의 의도를 2막에 와서는 넘치게 깨닫게 된다. 2막에서 우리의 감정선은 시시각각 변화 하게 된다. 일본인으로서 한국인들이 사형선고를 받았을때는 분노가, 문필이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면 하는 부분에서는 슬픔이, 남성이가 사형 받기 전 마지막으로 몸을 씻을 때는 회한이.. 하지만 2막에서의 이런 감정선의 폭팔로 인해 오히려 무대를 즐기기는 더 어려운 듯 했다. 아직 그 분노에 대한 내 생각을 추스르기 전에 연극은 슬픔을 지시하고 있었고, 슬픔의 감정이 끝나기도 전에 회한의 감정을 요구하는 듯한 느낌 이였다.

 

이 연극의 무대적 장치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 될 때 실제 포로 감시원 이였던 인물들과 극 주인공들의 사진들이 무대 전체를 가득 채우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작가와 연출자가 경각심을 계속해서 일깨우려는 의도를 볼 수 있었다. 이 극에서 배경은 과거와 현재의 비율이 50대 50 정도로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과거로 가는 시간이 많다. 이 시간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계속 경각심을 일으키게 하는 이러한 방법은 지루해 질 수 있는 극의 시간을 잘 분배 하는 역할을 한다.

 

극중에서는 남성의 사형전날은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들어온 사식으로 웃고 떠들고 하는 시간이다. 남성은 마지막 날 마지막 맥베스 연극을 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한다. 아니 어쩌면 준비라는 말을 맞지 않을 지도 모른다. 사형전날밤 시간의 흐름은 부각 되지 않았다. ‘시간이 너무 조금 남았다‘, ’이제 시간이 얼마 안남았으니‘ 하는 그런 언급은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장치들이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편 할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죽음의 앞에서 저렇게 초연할 수 있는지, 세상에 대한 삶에 대한 집착을 빨리 포기해 버린 건지 죽음이 너무나 두려운건지 남성의 심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 하기 어렵게 한다.

 

이렇게 느리게 전개 되는 극에서는 지루함을 극복하기 위해선 배우들의 연기가 가장 중요하게 될 것이다. 이런점에서 배우들은 이 극에서 자기 능력의 이상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누구하나 어색함 없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맡은 배역 속에 착실하게 녹아 들었다. 특히 남성을 연기한 정나진씨의 관객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자신에게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해줄 정도의 놀라운 연기력을 볼 수 있었다. 이 극에서는 주인공인 김춘길 보다는 문평과 남성이 더 기억에 남게 된다. 물론 극의 역할상 춘길은 문평과 남성의 아픈 얘기들을 세상 밖으로 전해 줘야 하기에 관객의 감정을 끌어올리기에 제한적이 될 수 있지만 문평과 남성의 높은 연기력이 극의 몰입도를 높이게 해줬다.

 

이 극은 안타까운 과거, 우리가 몰랐던 과거에 대해서 관객에게 계속 인식시키려는 의지가 보인다. 템포가 느려 지루해 질 수 있지만 작가의 의도 만큼은 확실 하게 파악하고 갈 수 있다.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 극속 주인공들의 삶에 한번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이 극이 원하는 바를 충족 시키는 것이다. 다만 관객에게 접근 하는 방식이 조금은 생소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나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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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아래의 맥베스

- 2010.10.02 ~ 2010.10.14

-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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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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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탈퇴회원)

    저도 이 연극을 보면서 템포가 느리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저는 그것을 이 연극에 장점으로 보았습니다. 오히려 극을 느리게 이끌어나가면서 심오있는 내용이라는것도 표현해주고 작가가 이 이야기를 얼마나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사형전날의 침울하지 않았던 분위기로 인해 우리 역사에 대해 더 가슴 아프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글 잘읽었습니다.^^

    2010.10.17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