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도 아래의 맥베스> 이 비극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7
조회 2066
이 연극은 일본에서 연출자가 태평양전쟁 당시 타이멘 철도 건설현장에서 일한 한국인 포로 감시단을 취재하려고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타이멘 철도를 건설하는 곳에서 아시아 포로들을 감시하는 감시원으로 한국인을 고용했었다. 이 때 한국인에게 여기서 일을 하면 월급도 주고 이 공사가 끝나면 일본인으로 대우해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한국인 포로 감시단으로 들어온 사람은 자원을 해서 온 사람도 있으며 강제로 오게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제네바 협정이 체결된 이후 이들은 포로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유로 B,C급 전범이 되어 감옥에 갇혀지내게 된다. 이들은 사형 선고의 두려움에 휩싸인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춘길, 남성, 문평, 쿠로다, 야마가타는 살고 싶지만 살 수 없는, 억울하지만 죄 값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의 비극은 한국인 포로 감시원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춘길'은 한번 석방되었다가 다시 잡혀들어오게 된다. '춘길'은 감옥에 다시 들어와 자신이 이 곳에 왜 다시 들어와서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야마가타'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하지만 '춘길'을 포함하여 이 곳에 잡혀있는 한국인 포로 감시단들을 다들 누가 시켜서 했던지 스스로 했던지 포로들을 폭행하였기에 감옥에 들어와있는 상황이다. '춘길'은 자신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며 '야마가타'에게 평정심을 찾게 되지만 '춘길'도 잘못한 점이 있었으므로 '야마가타'에게 원망과 분노심을 가질 자격이 없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대가를 치르는 중이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기에 이 연극은 사실 전달을 목적으로 했다는 점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이 연극의 주인공은 '춘길'이 아니라 '남성'과 '문평'이었다는 점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연극을 보고 나서 주인공은 '춘길'이라고 생각했으나 주인공이 '남성'과 '문평'이라는 것에 살짝 놀랐었다. '춘길'은 이 연극에서 '문평'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후대의 세상에서 알아주기를 바랬던 것을 진짜로 세상에 알리는 매개자의 역할이었다. '춘길'이 그 때의 상황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은 잘 수행했으나 연극의 중심이 '춘길'에게로 쏠려 주인공이 '춘길'로 느껴진 것에 대해서는 작가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 작가가 사실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었기에 이 연극이 지루했던 점은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연극을 보면서 연극의 극적인 감동은 부족했으나 그 때의 상황 전달은 잘 되었다.
이 연극의 내용은 한국인 포로 감시단의 비극을 알리려는 것이고 사실 전달에 비중을 둔 작가의 의도가 관객과의 교감이나 극적인 감동면에서는 성과를 얻지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