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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아래의 맥베스> 적도(赤道) 아래의 적루(赤淚)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7

    조회 1826

적도(赤道) 아래의 적루(赤淚)


10월 2일 부터 재일 교포 정의신 작가와 극단 미추의 손진책 연출이 손을 잡고 우리의 역사를 재조명 하는 작품이라는 소개와 함께 이야기할 연극은 적도 아래의 맥베스 라는 연극이다. 제목에서 조금 엿볼 수 있듯이 극의 작가는 스스로 왕을 죽여 자신의 선택으로 파멸을 걷는 인물인 맥베스라는 비극 속의 인물과 연결지어서, 싱가포르 창이 형무소에 수용된 한국인 포로감시원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처음 태국의 논프라덕 역 철도를 앞에 두고 시작하게 되는 이 연극은 포로 수용소의 한국인 감시원이었던 김춘길을 중심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현재와 김춘길이 싱가포르 창이 형무소에 있던 시절을 회상 하는 과거의 이야기가 오가며 진행된다.
우선 연출은 상당히 훌륭했다고 본다. 무거운 이야기를 담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나오는 유머로 인한 극의 몰입을 만들어 준다거나 암전 때 배경에 영상으로 보여주는 일본이름이 쓰여진 죄수복을 입고있는 사람들의 사진들은 역사속에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엮어진 이야기라는 특징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가끔 내가 의도를 파악을 잘 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장면이 극에서 꼭 필요했던 장면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되는 것들도 있었지만, 극단원의 연기력이나 묘사 또한 훌륭하게 잘봤다.
연극을 보기 전 한국인 포로감시원들의 이야기를 얕은 지식으로 알고 있을 때 까지는 그들의 억울함에 대해서 동감할 수 없었다. 또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범'이라는 주홍글씨가 찍힌 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들의 파괴된 삶을 눈물과 웃음. 정감있는 대사로 전쟁의 비극과 그로 인해 벌어진 오늘의 뼈아픈 현실을 이야기 하려고 했다고 한다는 작가의 의도를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포로 수용소의 감시원이 되기로 한 것은 그들의 선택이었고, 분명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은 많은 조선 사람들도 있었다. 광복 이전 까지만 하더라도 분명 감시원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던 많은 조선 사람들은 고통을 받았고, 수용소의 감시원들은 그들 보다는 조금이나마 편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결과는 일본의 패배로 나왔고, 그 이후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은 삶이 바뀌었다. 그리고 포로 수용소의 감시원들은 감시를 하는 와중에 폭력을 사용함 으로써 재판대에 서고,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을 맞이했다. 이 모든 비극은 자신들이 모두 저지른 일이 아니한가? 왜 내가 이들을 감싸주고 해야하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극 중 안타까운 상황속의 인물들과 대사들은 나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항상 내가 커가면서 느끼는 가장 큰 생각 중 하나는 내가 그상황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한 사람의 상황 선택에 있어서 손가락질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에게도 이 생각은 반영이 되었어야 했다.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속에서 더군다나 식민지라는 약한 국력안에 있던 그들은 이성적으로 판단을 하기에 쉽지 않았을 테고, 그 찰나의 선택으로 인한 잘못을 반성하고 슬퍼했다. 이들은 분명 극을 보기 전 나처럼 생각하는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에 의해 외면은 받았을 것이고, 일본에서는 타국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보호를 받거나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조선인이면서 조선인일 수 없고, 그렇다고 일본인도 아닌 사람. 또한 일본제국의 병사라고는 하지만, 군속으로는 이등병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는 존재, 설득당할 수 없는 이유로 재판 선고를 당한 하루하루 지옥같은 삶을 산 힘들고 외로웠던 ... 같은 민족 사람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고 자신들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불쌍한 사람들을 감싸주고 조금이나마 이해를 해주는 것은 같은 민족으로써의 마지막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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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아래의 맥베스

- 2010.10.02 ~ 2010.10.14

-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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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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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탈퇴회원)

    민족으로써의 마지막 숙제 저도 함께 해야겠어요. 유익하게 글 잘 봤습니다~

    2010.10.17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