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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아래의 맥베스> 赤道(붉은 길) 아래의 메시지가 주는 아쉬움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7

    조회 1832

 

赤道(붉은 길) 아래의 메시지가 주는 아쉬움 

피로 물들여진 철도 아래 숨겨진 그들의 메시지 
 

  그 때 그 시절, 어떤 무엇인가 진실을 감춰버린 전쟁의 끝에 우리의 피는 적도아래 흐르고 있었다. 나 또한, 알지 못했던 이 안타까운 진실을 이제야 알아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 연극을 보고 나서도 한참동안 머릿속에서 이 이야기가 맴돌고 있었다.

  먼저 이 연극 ‘적도 아래의 맥베스’는 현재 명동예술극장에서 극단 ‘미추’의 연출가 손진책과 작가 정의신이 손을 잡은 연극이다. 처음 시작은 미리 준비되어있는 무대가 말해주듯 태국의 ‘논프라덕 역’의 철로에서 시작된다. 2010년, 어느 여름 오후를 배경으로 연출가인 ‘소다 히로시’와 그와 함께 온 카메라 담당자와 음향 담당자가 나타난다. 그들이 나타나 농담을 던지며 시작은 즐겁게 출발한다. 곧 노인 김춘길씨와 그의 비서가 함께 나온다. 연출자는 증언을 녹화하기 위한 자리라고 하지만 계속 노인에게 자신의 프로그램에 도움이 될 만한 질문만을 던진다. 노인이 대답하기 위해 옛날 회상을 하면서 무대에는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태평양전쟁 시절 일본군의 명령에 의해 연합군 포로를 감시하기 위해 조선 젊은이들이 포로 감시원을 했고, 이후 전쟁이 끝나고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이 포로를 학대했다는 이유로 전범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그 후 함께 감옥에서 지내던 동료들 중, 김춘길 자신은 먼저 나올 기회가 생겼으나, 결국 다시 감옥에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서 감옥 안에 있는 일본인들과의 마찰로 그들의 사연을 들려주기도 하고, 서로 어쩔 수 없이 전범으로 몰려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들을 토로하는 식으로 극은 전개 된다.

 처음 연극에 대한 제목을 들었을 때 가장 큰 의문점은 ‘맥베스’로부터 왔다. 많이 들어보긴 한 이름이었고 뭔가 셰익스피어에 관련되어 있지 않나 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던 터라 확실한 내용이 짐작되지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극의 내용이 확실하게 전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움만 느껴질 뿐 극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이 어려웠다. 웬만한 슬픈 이야기의 영화나 연극을 볼 때에 눈물을 펑펑 쏟았던 나로서는 극이 분명 매우 슬프다는 것을 알면서도 울지 못하고 있음에, 어디서부터 이것이 잘못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한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맥베스’부터 찾아보았다. 예전에 읽었던 이야기여서 줄거리를 보는 순간 ‘아’하는 생각은 들었는데 막상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보자니 크게 짐작이 가는 데가 없었다. 맥베스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인 것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범으로 몰린 것을 바라보았던 것일까? 그렇다면 결국 전범으로 몰린 사람들도 죄가 있다는 것일까? 오히려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면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일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있음에도 그들은 포로수용자로써의 위치를 택한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맥베스에게도 여러 선택의 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 좋은 쪽의 길을 택했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극 중에서 작가의 의도는 전혀 그러한 쪽이 아니라는 것은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연출가 손진책은 제국주의의 희생양이면서도 전쟁가해자가 돼버린 ’이중피해자‘ 조선인 전범자들의 문제를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되 피해자로 억울하게 생을 마친 그들에 대한 연민과 따뜻한 시선으로 감정에 치우침 없이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연출을 보여줄 것이다.
 이는 팸플릿에 실려 있던 말이다. 여기서 보면 이중피해자라고 되어있는 부분을 볼  수 있다. 작가의 의도는 분명 피할 수 없는 운명 속에서 피해자가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맥베스와의 조화는 조금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다른 시각에서 확장해서 보았다면, 그리고 작가가 조금 더 맥베스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더라면 관객들이 이 극에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에 관객들에게 알지 못했던, 전범으로 몰려 죽어야만 했던 그들이 흘렸던 피 속의 그 메시지를 전달해 준 것에 대해서는 매우 감명 깊었다. 그들이 전해주는 이야기 속에서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들의 원통함을 조금 빨리 치유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이렇게 감명 받았던 반면 아주 극 속에 빠져들어 호흡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돌려 말하는 식으로 그 의도를 전하고 싶었던 작가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관객에게 어려운 과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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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아래의 맥베스

- 2010.10.02 ~ 2010.10.14

-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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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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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탈퇴회원)

    저도 맥베스에관해 무지했던 터라 어느 점이 연관있는지 궁금했는데 해소되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2010.10.17 03:21

  • (탈퇴회원)

    생생한 후기네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 참 참신하신거 같아요 님 글을 보고 나니 저도 다른 생각을 하게되네요 !! ^^

    2010.10.17 03:06

  • (탈퇴회원)

    제가 생각 적도와 님이 생각한 적도와 다르군요! 이렇게도 해석할수 있다니 신선합니다. 赤道로 해석하니 전범들의 삶이 더욱더 안타까워 지네요

    2010.10.17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