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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아래의 맥베스> 아리랑의 심금이 마음속에 울려퍼진 새로운 감동.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6

    조회 1975

아리랑의 심금이 마음속에 울려 퍼진 새로운 감동.
<적도 아래의 맥베스>
 
이 공연은 과거 조선이 해방된 후 조선인임에도 불구하고 포로수용소의 감시원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등병보다 못한 이로 남아 고향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전범으로 몰린 이들과 일본인 전범들과 함께 사형집행을 기다리며 일어나는 슬픔과 초조함을 연극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주는 작품이다. 또한 주인공 김춘길의 과거를 회상함으로써 세익스피어의<맥베스> 공연을 넣은 액자극 형식이다. 연극을 보기 전 제목만 보았을 때 세익스 피어의 <맥베스>를 재해석한 작품이라 생각했으나 예상 밖이었다. 싱가포르 형무소에 갇힌 형무소에서의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는 이들의 심리극을 보는 듯 했으며 우리들이 잘 알지 못하고 잊혀진 또 다른 역사를 연극에 재현시켜 더구나 액자구조로 갖추어져 있어 과거와 현재를 오갈 때 관객들이 느끼기에 헷갈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 다소 무거운 연극처럼 느껴졌다.
 
사실 많은 리뷰를 통해서도 이 연극이 관객이 쉽게 다가가 의미 하나하나를 해석하고 이해 할 수 있을 만큼의 쉬운 작품은 아닌 듯 했다. 간혹 지루하다는 평도 있지만 그러므로 써 이 공연의 깊이를 더 부각시켜 주는 게 아닐까 싶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모두가 다 함께 아리랑을 부르며 가까워진 죽음을 부정하는 듯한 모습과 날좀 보소를 소리 높이 지를 때에는 내가 이 안에 있으니 나를 봐달라 누구도 그들을 돌아보지 않는 현실에 대해 가슴 깊숙이 박혀있는 그들의 감정을 내뿜는 듯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눈시울이 붉혀졌다.
 
가장 대사가 많았으며 연기의 깊이를 제대로 보여주었던 ‘남성’역의 정나진의 연기가 파격적으로 보였다. 연극배우는 역시 연극배우구나 라는 다소 풀이하기 힘든 말을 나도 모르게 내뱉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회상하는 구도로 극이 진행 되므로 써 누구를 초점으로 봐야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극에서는 주인공이 한 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죄 없는 죄수들 즉 전범들로 나오는 남자 5명과 현재로 돌아와 다큐멘터리를 찍는 팀 모두가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기에 초점을 어디에 두는가에 대해서는 중요하지 않지만 그러한 점이 연극해석에 어렵게 느껴졌다. 가장 부각된 캐릭터는 당연 사형선고를 받은 인물”남성”이다. ‘남성’역의 정나진의 대사분량은 굉장히 많았다. 소름 끼친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겉으로는 당당한 척 강한 척 죽음이라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척 대담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어 관객에 바라볼 때 그 안에 있는 살고 싶은 애절함이 더 느껴졌다. 연극배우가 꿈이었던 그가 항상 옆에 끼고 살던 세익스피어의<맥베스>. 죽기 전까지도 그 맥베스의 연기를 펼친 그. 세익스피어가 맥베스의 작가라는 것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극작가 정의신은 맥베스는 본래 피해자의자 동시에 가해자이다. 때문에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B,C급 전범들이 그런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맥베스를 극에 연결시켰다. 또 춘길의 인터뷰를 통해 다큐멘터리를 만들려 했던 감독 히로시가 자기의 이익을 위해 주인공 춘길에게 촬영의 본래 취지의도를 숨긴 채 캐내려고 할 때의 모습은 마치 이기적이고 각박한 현실에서의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현대인의 모습을 자연스레 반영해 주었다.
연극을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움찔했던 부분은 음향효과였다. 수용소에서 간수들이 안으로 들어올 때 들리는 철문 소리는 정말 실제로 내 상황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리얼했고 두려움까지 들렸다. 또한 음향효과로 인해 죄수들이 어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예상 할 수 있었다.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긴장감이 전개되고 누군가에게 사형선고가 행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의 소리가 들렸다.   
객석에 앉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철로였다. 그 철로 뒤에 있는 투명한 막이 열려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며 네 명의 죄수들이 나와 극이 시작될 때의 느낌이 굉장히 새로웠다.
다소 무거운 주제가 될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을 다룬 연극을 감동적으로 관객과 연결시킨 무대 같아 신선했으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물들의 모습이었다. 죄수이고,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며 사형이라는 무시무시한 일을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의 그들의 모습은 생각보다 너무나 담담해 보이고 연극이 실제상황처럼 보이기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좀 더 생동감 있는 조금 더 입체적인 극이 실행되진 못한 것 같았다. 단지 연극에서 연극으로 굉장히 평면적으로 끝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춘길이 현재에서 과거를 직접 회상하는 장면에서 현재의 춘길이 과거 그 당시 상황으로 배치되어 포로들과 연기를 할 때 극이 극과 겹치는 효과로 인해 또 다른 연극의 묘미를 감상 할 수 있었다.
극 중에서 두 차례 정도 나온 반딧불 영상은 실제로 보여지는 것이 아닌 뒤에서 영상을 쏘아 나타낸 것이지만 아름답게 상공에서 춤을 추는 반딧불의 영상은 마치 죽은 포로들의 모습을 의인화시킨 영상처럼 보여 마지막에 짠한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역사의 내용이며 과거 우리 조선인의 실화라고 생각하며 연극을 받아들이기 보다 삶과 죽음에 대해 극의 상황을 나의 상황과 대비시켜 감상한다면 내 삶 또한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준 공연이 될 수 있었다. 우리가 너무나 삶에 대해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고 대충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또는 죽음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는 것에 대한 느낌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관객이 된 나로서 이 연극을 받아들일 때의 태도도 역사적으로 보는 시각과 현실로서 받아들이는 시각 두 가지로서 보여졌는데 역사적으로 볼 때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숨겨진 또 다른 역사를 배울 수 있고 알아가는 것을 책이 아닌 극을 통해 쉽게 받아들이고 그 시대에 조선인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에서도, 일본에서도 인간으로서 인정받지 못한 정체성을 잃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더 깊이 있는 내용을 알고 싶어 <나는 전범이 아니다- 일본 제국주의에 희생된 한국인 전범들> 책 또한 찾아보게 되었다. 현재에 살고 있는 내가 직접적으로 받아들 일 때에는 이전에 언급했듯이 살고 싶은 자. 하지만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자.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아 답답한 심경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자. 어느 누구도 나의 안에 갇혀있는 나의 존재를 알아주지 않은 자. 내가 이 가운데 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 . 안타깝게도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대에서는 맨 살을 그 상황에 부딪칠 수 없지만 모두가 잊혀진 역사에 대한 관심과 우리의 삶의 소중함을 이 연극을 통해 잘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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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아래의 맥베스

- 2010.10.02 ~ 2010.10.14

-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

- 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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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탈퇴회원)

    리뷰가 굉장히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연극만큼 어렵지만 전범들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게 합니다

    2010.10.17 16:53

  • (탈퇴회원)

    제국주의의 희생양이면서도 전쟁가해자가 돼버린 조선인 전범자들의 문제를 그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만이 아닌 좀 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 볼 수 있어 더욱더 그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품을 보고 좀 더 그들에 대해 알고 싶었는데 나는 전범이 아니다라는 책이 있다니 한 번 읽어 보아야 겠네요.

    2010.10.17 15:22

  • (탈퇴회원)

    작가의 의도가 전범이라는 사람들에 대해서 알려줘야 한다는 마음이 더 강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약간 다큐같고 초반에 지루한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연극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리뷰인 것 같네요!

    2010.10.17 01:22

  • (탈퇴회원)

    살고싶은데 죽어야만 하는 운명... 우리의 역사라는게 너무나 안타까워요. 이렇게 슬픈 이야기가 연극으로 만들어어지며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연출된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것 같고, 지금 우리 자신이 이땅에 어떻게 발딛고 있고, 어떻게 숨쉬고 있든 현재에 감사히 생각하고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0.10.16 23:02

  • (탈퇴회원)

    잘 읽었습니다. 작품자체가 어려워서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었는데, 많은 도움이 된것같습니다. 저도 극중반부에 아리랑을 부르며 춤출때 왠지모르게 가슴찡했습니다. 우리의 무관심속에 상처받았을 그들을 생각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010.10.16 21:49

  • (탈퇴회원)

    작가가 극의 상황을 나의 상황과 대비시켜 감상할 때 감상자 입장에서 인식의 폭을 넓혀주지 못한게 아쉬웠던것 같습니다. 역사적인 내용 서술에 좀 치우친 경향이 있던거 같더군요. 하지만 이 공연을 계기로 자칫 잊혀질뻔한 그들에 대해 생각해보게하는 것만으로도 이 공연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2010.10.16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