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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아래의 맥베스> 그들의 역사가 아닌 우리의 역사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6

    조회 1894

<적도 아래의 맥베스>-그들의 역사가 아닌 우리의 역사

 

2010.10.2일부터 10월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이 된<적도 아래의 맥베스>는 정의신 작가의 희곡으로 처음 탈고되어서 한국에서는 초연되는 작품이기도하다. 정의신 작가는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 생으로 그가 직접 이 연극의 실존인물인 이학래 선생을 방문해 취재하면서 만들어진 연극으로 일본군에 의해 징집돼 수용소 감시원이 된 한국인 김춘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품은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방식으로 태국과 미얀마를 연결한 태명철도의 출발역을 배경으로 포로수용소의 한국인감시원이었던 김춘길의 증언을 녹화하는 기획으로 현재의 상황을 연출하였고, 과거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패한 일본인 전범들을 수용하고 있는 싱가포르 창이 수용소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전범 재판에서 사형성고를 받았다가 가까스로 무죄사면을 받고 풀려났다가 다시 잡혀 들어와서 교수형을 받은 춘길과 맥베스 책을 늘 끼고 다니는 박남성,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매일편지를 쓰는 이문평, 전범재판에 불만이가득한 일본인 쿠로다 그리고 포로감시소 간부인 야마가타 이렇게 다섯 명이 수용되어 그들은 적도의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남성과 야마가타에서사형집행통지서가 전달되고 그날 밤 남성은 쿠로다와 함께 마지막으로 맥베스공연을 한다. 그러면서 그냥 있어도 왕이 되었을 맥베스가 왕을 죽인 게 스스로의 선택으로 파멸의 길을 걸었듯이 자신이 사형집행을 받게 된 것도 결국은 자신이 선택한 길이라고하면서 집행을 받게 된다.

 

정의신 작가는 팸플릿에 제시한 것처럼 “한. 일 역사의 문제를 반추하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를 들추려는 것은 아니다” 라고하면서 “치욕스러운 역사라 할지라도 그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외면한다면 언제든지 그런 상황과 다시 마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 가”라는 말을 남겼다. 정의신작가는 우리가 역사라는 것에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들춰내면서 <적도 아래의 맥베스> 통해 우리가 가져야 할 역사에 대한태도나 생각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이제까지 무용공연을 한번 관람 했었는데, 같은 극장의 무대가 맞나싶을 정도로 다른 느낌을 받았다. 무대의 상수 쪽에는 수도꼭지가 설치되어서 사실적으로 씻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하고 장면이 전환되는 부분에는 자칫하면 연결고리가 끊어져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을 그 당시의 전범들의 인물사진 영상을 비춰주면서 상황을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과 수용소의 문이 열리고 닫는 음향효과나 마지막에서는 무대의 조명이 전체다 꺼지고 춘길에게만 조명의 핀이 따라다니면서 다음 장면으로의 자연스러운 장면전환이 눈에 띄었다.하지만 장면의 전환도 많았는데 중간에 조금은 지루하게 끌고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전개가 조금만 더 빠르게 진행되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사람은 대부분 김춘길 역을 맡은 서상원이라는 연극배우를 꼽을 수도잇지만 개인적으로는 박남성 역을 맡은 정나진이라는 연극배우가 먼저 생각이 난다. 처음부터 박남성이라는 캐릭터의 이미지에 잘 맞게 자연스럽게 내뱉는 대사나 사형성고를 받았을 때 죽기 싫다면서 오열하는 장면 그리고 쿠로다와 함께 마지막으로 맥베스를 공연하는 모습에서는 죽음이라는 숨 막히는 두려움 앞에서 박남성이라는 캐릭터의 두 가지 모습을 잘 나타내준 것 같다. 그리고 사형직전에 벌거벗은 채로 뒤돌아서서 묵묵히 자신을 몸을 닦아낼 때는 보는 관객들마저 숨죽이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낼 줄 아는 호소력 있는 배우인 것 같다.

 

이 연극이 분명 낯설게 느껴지기 도하고 교과서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오래전에 일본과 있었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그리고 지금도 일본과 엮인 문제들로는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다들 알고는 있지만, 우리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지려하는 역사의 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연극이었던 것 같다.

 

20100912_적도아래 포스터최종.jpg
적도 아래의 맥베스

- 2010.10.02 ~ 2010.10.14

-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

- 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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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탈퇴회원)

    좋은글 감사하고 연극 볼때가 생각 나네요

    2010.10.17 00:51

  • (탈퇴회원)

    ...저도 마지막 남성이 몸을 씻을때가 생각나네요

    2010.10.16 14:41

  • (탈퇴회원)

    다시 한번 좋은 연극이라고 생각되게 해주는 후기네요^^

    2010.10.16 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