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도 아래의 맥베스> 적도 아래에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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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6
조회 1763
지난주부터 명동 예술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적도 아래의 맥베스>는 2008년 한일 공동 제작 작품인 <야키니쿠
드래곤>으로 한일 양국의 모든 연극상을 휩쓸며 한일 연극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극작가 정의신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범' 이라는 주홍글씨가 찍힌 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흔적도 없이 사자진 사람들의 파괴된 삶을 눈물과
웃음, 정감있는 대사로 전쟁의 비극과 그로 인해 벌어진 오늘의 뼈아픈 현실을 이야기 한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현재의 여름 어느 오후, 태국의 논프라덕 역에서는 일본의 tv프로그램 외주젝작회사
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다. 포로 수용소의 한국인 감시원이었던 김춘길의 증언을 녹화하는 기획이다.
춘길의 비서 요시에는 연출가인 소다의 기획의도가 석연치 않다며 촬영하지 말 것을 제의 하지만, 춘길은 동료들의
아픔을 대신 알리기 위해 성심껏 응하기로 한다.
40년대 여름 ,김춘길은 전범으로 잡혀 싱가포르 창이 형무소에 수용된다.
이곳은 제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인 전범들을 수용하고 있는 곳으로 이곳에는 너덜너덜 해진 맥베스 책을 늘
끼고 다니는 박남성과 대일 협력자에 전범인 아들 때문에 괴로워 할 고향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쓰면서 마음의 위로를 삼는 이문평, 명령을 내린 자들은 면죄부를 얻고 그 명령에 따른 군인들만 재판받는 전범 재판
에 불만이 가득 찬 일본인 쿠로다가 살아가있다.
적도의 태양 아래에서 수감되어 한탄과 불안 속에서 살고 있던 그들.
어느 날 갑자기 박남성과 야마가타에게 사형집행 통지서가 날아들어 사형집행을 당하고
김춘길은 석방이 된다. 그때 이문평의 편지를 받게 되는데 이 편지는 현재에 돌아와 전해지는 내용이다.
연출자 손진책은 제국주의의 희생양이면서도 전쟁가해자가 돼버린 '이중 피해자' 조선인 전범자들의 문제를 객관적
관점에서 바라보되 피해자로 억울하게 생을 마친 그들의 대한 연민과 따뜻한 시선을 갖고 감정에 치우침 없이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연출을 보여주려 노력하였다. 하지만, 나의생각은 조금 달랐다. 연출자는 객관적인 시점에서
바라 보았 다고 하지만 조선인의 이중피해에 대해서 알아달라는 짙은 호소력을 느꼈다.
전체적인 흐름이 그리하였다고 느꼈다. 또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조명이나 무대였다.
연극에서 조명과 무대는 빠질 수가 없는 요소이다. 하지만, 이를 잘 사용하지 못했던 것 같다. 몇 가지되지 않는 조명
과 두 개뿐인 무대는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데 부족함은 느꼈다.
그렇지만, 이 연극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감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본 어느 연극보다 연기력이 아주 뛰어
났다. 다른 후기의 평에서는 박남성의 연기력 좋았다는 평이 많이 있었다. 박남성의 연기도 좋았지만 난 김춘길 역의
서상원씨의 연기는 현실과 과거 모두를 연기했지만, 그 순간순간의 몰입이 아주 인상적 이였다.
제대로 된 역사. 라고 하기엔 너무 큰 단어 이다.
내가 격지 못한 시간 속에 존재했던 사람들이 간직하고 왔던 아픔을 이제 와서 나부터라도
이해 해야 겠다. 지나간 시간 속 그 뜨거운 적도 아래에서 진실은 가슴 먹먹하게 만들었던 올바른 연극 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