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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아래의 맥베스> 세상에 전달 되어야 할 편지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5

    조회 1852




 10월 2일부터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된 <적도 아래의 맥베스>는 남의 나라 전쟁에 동원되어 결국 사형대 앞에 설 수 밖에 없었던 한국인 전범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의 포로수용소의 감시원들과의 이야기를 따온 극이라고 할 수 있다.
 
 김춘길이 주인공인 이 연극은 2010년 여름, 태국 논프라덕 역에서 일본의 한 TV 외주제작사 스태프들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죽음의 철로’라 불렸던 태국-버마간 태면 철도를 배경으로 일본군 포로 수용소의 감사원이었던 김춘길의 증언을 녹화하기 위한 촬영이다. 일본군에 징집되어 수용소 감사원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김춘길은 일본이 전쟁에 패한 직후 싱가포르 창기 형무소로 송환되어 다른 한국인들과 사형선고를 기다렸었다. 그러한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 촬영하는 모습이 번갈아 가며 극이 진행된다.
 
 일본 연극계가 주목하는 인물 중 한 명인 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은 <야까니꾸 드래곤>을 비롯하여 연극,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작가이다. 그는 극에 대한 비판이 있을 것이라 여기면서도 조선인 B, C급 전범 이야기가 알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는 “한국인 군속들을 주변의 유혹으로 비극적 최후를 맞는 ‘맥베스’에 비교했다.”고 하였다. 맥베스는 유혹을 떨쳐버릴 수도 있었지만 결국 주변의 부추김에 넘어가 손에 피를 묻히는 선택을 했다. 조선인 전범도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월 50원의 봉급에, 2년만 참으면 일본인 대우를 해주겠다는 약속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처음 무대 중앙엔 철도만 놓여있고 바로 뒤 스크린엔 태국을 연상케 하는 숲과 위에서 비추는 조명으로 무더운 날씨를 잘 표현해 주었다. 그러나 무대가 좁아 보여 실망하려던 찰나에 암전 후 회상 장면이 시작되면서 스크린은 없어지고 뒤쪽으로 형무소가 나타나 놀라게 하였다. 또한 과거와 현재의 상황이 전환 될 때마다 벽 쪽의 스크린에서는 당시 상황의 사진들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현실감을 더 느낄 수 있게 해주며 관람객들에게도 장면 전환 시에도 무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그 사진들 속의 인물들과 배우들의 인상이 비슷하였기 때문에 극에 더 눈길이 갔다.
 
 이 극의 주제 상 전반적 분위기는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극들의 모든 분위기가 어둡다면 관람객들이 편히 보기에 거부감을 줄 수 있기에 그렇게 보이지 않도록 한 배우들의 열연은 돋보일 수 밖에 없었다. 무거운 연극인 탓에 간간히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내야 하기에 어려운 점도 있었을 테지만 성공적으로 해내 주었다. 그 덕에 나와 같이 역사를 잘 모르고 따분해 할 수 있는 사람에게도 극을 집중해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두 명의 군무원의 사형이 집행되기 전날 밤의 모습은 모든 배우들이 슬픔과 두려움을 희화시키는 역을 잘 해내 주었다. 아마 이 장면에서는 모든 관객들이 눈을 뗄 수 없었을 것이다.
 
 연출가 손진책은 이 연극의 연극적 장치를 가급적 배제했다. 그 이유는 극에 장치에 눈길이 가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그들의 삶을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 이다. 또한 이 극은 액자구조를 갖추었는데 이러한 구조가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극에서 김춘길은 자신이 살아남은 이유가 한국인 전범들의 이야기를 이 세상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믿었다. 위에서도 나타났듯이 이것이 바로 작가의 의도이다. <적도 아래의 맥베스>는 잘 알지 못했던 전쟁 후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 우리에게 이러한 일도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일깨워준 극이었다.
20100912_적도아래 포스터최종.jpg
적도 아래의 맥베스

- 2010.10.02 ~ 2010.10.14

-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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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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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탈퇴회원)

    연출가의 생각을 알 수 있었어요, 잘 보고 갑니다^^

    2010.10.15 22:41

  • (탈퇴회원)

    무대장치와 효과를 잘 설명하고있어서 글을 읽는 동안 연극 장면이 계속떠올랐어요. 연극의 감동을 다시한번 느낄수 있었습니다.

    2010.10.15 1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