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도 아래의 맥베스> 지루하지 않은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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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5
조회 1822
내가 아는 지인이 연극에 발을 담구고 있어 함께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러간다. 명동예술극장이 어딘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찾아갔었다.
그런데 항상 봐왔던 명동 길에서 꼭 여기서 연극을 보고 싶었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 곳에서 맥베스 연극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연극 표 끊는 내내 기분이 들떠있었다. 꼭 귀족 같은 느낌이었다.
그냥 딱 이 연극의 제목을 봤을 때는 셰익스피어에 나오는 맥베스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내용도 잘 모르고 머리가 백지인 상태로 갔었다.
원래 연극 같은 것을 보면 팜플렛을 꼬박꼬박 사는 편인데 이번에는 사지 못해서 정말 백지 상태로 연극을 보았다. 원래 팜플렛의 줄거리 내용 같은 것을 보지 않으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능력이 있는데 이 연극은 쉽게 쉽게 이해되어서 좋았다.
이 연극이 가장 주목받았던 점은 작가님이 생애와 사상정신이 재일교표이었기에 사실성과 정말 우리에게 알리고 싶은 억울한 심정이 더 사실적으로 나에게,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갔을 것이다.
재일교포 모든 이들이 친일파라고 모든 사람들에게 심지어는 그들의 가족들 까지도 외면 받고 손가락질 당했던, 그들의 속사정도 모른 체 말이다.
작가님은 분명 속사정을 알고 정당화 받기 위해 자신과 그의 친구들의 억울함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이 연극을 하나하나 기획 했다고 본다.
꼭 이렇게 암울한 주제를 선택했더라도 나에게는 감옥 속에서 바로 내일 죽음을 맞이하는데 긍정적으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억울한 마음의 슬픔과 내일 바로 죽는다는 두려움, 동생에게 편지가 와서 이제는 곧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이 밟히고, 뒤죽박죽된 생각과 마음들을 동료들과 함께 즐거움으로 그 엉망이된 생각들을 덮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크게 다가왔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또 서로 서로 가족인 마냥 아껴 주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겉으로는 무뚝뚝한 척 안 챙겨 주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눈에 보여서 좋았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액자식구성인 듯 했다. 현재 인터뷰 내용에서 인터뷰 내용을 극의 주요내용으로 다룬 것 같았었다.
처음 극이 시작할 때 이른 으리으리한 예술극장인데 무대가 너무 작은 것이 아닌가 생각 했었는데 스크린이 올라가고 무대가 엄청 커지고 무대 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내 관점에서 볼 때는 무대 장치 같은 것도 효율적이게 잘 해놓은 것 같았다. 스크린이 시간의 벽을 막아 주었기 때문에 현실과 과거의 표현을 확실하게 한 느낌이 들었다.
조명도 잘 살려 낸 것 같았다. 특히 반딧불이 나왔을 때 점점 3~4시정도의 새벽녘 같은 환상적인 파란색들 계열의 조명을 바탕으로 프로젝터 같은 반딧불이 생겨났을 때의 기분은 이로 말 할 수 없었다. 뜬금없이 어렸을 때 벌초 하러 갔었을 때 생각이 났었다. 반딧불이를 실제로 보진 못했지만.
정말 영혼들이 춤추는 것 같기도 하고 억울한 기색은 전혀 보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치만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여서 감회가 새로웠다.
전쟁연극을 중심으로 했는데 그 안에 코미디와 살인이야기, 동화처럼 이쁜 장면이 들어갔는데 여러 가지 면으로 잘 어우러져서 어색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비빔밥 같았다.
연기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들만의 캐릭터를 잘 캐치해서 그 느낌을 살려 잘 연기해 주신 것 같다. 특히 다른 사람들을 보듬어 주는 아저씨께서 죽으러 가는 분을 아버지 대신 안아주겠다던 부분에서 가장 크게 감동받았었다.
155분 언 3시간 연극인데 지루함 없이 잘 봤었다. 다음에 기회 되면 다시 봐서 좀 더 세세하게 음미하면서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