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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아래의 맥베스> 누군가 알아주길..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5

    조회 1822


<적도아래의 맥베스>- 누군가 알아주길..

일본의 태평양전쟁에 동원되어 전쟁범죄인으로 사형대에서 희생되어 간 한국인 청년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적도 아래의 맥베스'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범으로 몰려 그들의 동포로부터 비난받고 일본으로부터 외면당한 BC급 전범들의 이야기다.

전범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무죄사면으로 풀려났다 다시 잡혀 들어온 춘길을 중심으로 맥베스 책을 늘 끼고 다니며 긍정적으로 사는 남성, 자신 때문에 괴로워할 어머니를 향한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는 문평, 전범 재판에 불만 가득찬 일본인 쿠로다, 포로감시소의 간부 야마가타까지 이들의 싱가포르 창이 형무소에서의 춘길의 회상장면과 태국정글 기찻길에서의 춘길의 다큐를 찍는 현재의 장면을 오간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조명이 꺼진 무대의 스크린에는 전범들의 얼굴, 억울하게 재판받고 고통받던 당시의 사진이 나와 그 당시를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경사진 무대에 철창으로 된 문, 높은 사형대 이러한 무대장치나 쿵하며 큰소리를 내는 철창닫히는 음향효과, 파란조명 등은 비극적 운명 속 그들의 비참함과 슬픔을 극대화시켜준 요소인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러한 전개는 극의 집중도를 떨어뜨린 요소가 되어버린 것 같다. 연극의 소요시간도 다소 길어 극의 주인공들의 내면은 자세히 표현했지만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장면들 중에서도 두가지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친구를 자살하게 만들고 자신도 사형선고를 받게 되었다며 야마가타를 죽이려던 춘길은 결국 그를 죽이지 못한다. 춘길이 지금 그가 처한 현실에 괴로워하며 ' 누굴 미워해야하는거야, 누굴 탓해야 하는거야'라는 대사를 한다. 자신의 비극적인 현실에 좌절하며 괴로워하는 춘길의 모습을 연기한 배우는 소름끼칠정도로 그 배역을 잘 소화하였다. 그의 연기가 끝난 후 철창의 문이 닫히는 철컥하는 음향효과와 어두워지는 조명은 나를 더욱 극으로 몰입시켰다.

남성과 야마가토의 사형전날밤 사식을 먹으며 한 남성과 쿠로다의 연극은 과장된 웃음과 우스꽝스러운 만담, 해학적 움직임이 보여져 관객들에게 웃음을 조장하였다. 그 뒤 서로 부둥켜 안으며 아리랑 노래를 부르는데 가슴 속이 먹먹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일본인, 조선인, 군인, 군속이라 불리며 어느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버림받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우린 과연 그들을 피해자로 보아야하는가 아니면 가해자로 보아야하는가..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손진책 연출가의 말처럼 외면했던 역사 안의 슬픈 존재들인 그들을 우리가 역사 앞에 어떤 태도를 가지고 보냐가 더욱 중요한 것 같다. 이러한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외면해버린다면 다시금 이런 상황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비극적인 사건을 알지 못하고 지냈었는데 이번 연극을 통해 역사의 한 부분을 간접경험하며 그들의 고통과 슬픔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다. 끝내 부치지 못한 문평의 편지가 생각난다. '10년후 20년후 50년 후가 될 지 모르지만 내가 쓴 이편지를 누군가가 읽고서 나의 이 견디기 힘든 고통을 이해해주는 그런날이 온다면... 이런생각을 하면 내 가슴 속에 촛불처럼 작은 불빛이 켜지고 평온한 마음이 되요.' 거짓말을 해서라도 살아남아 이 편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자신들을 이해해주길 바랬던 그들의 소망은 이 연극을 본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20100912_적도아래 포스터최종.jpg
적도 아래의 맥베스

- 2010.10.02 ~ 2010.10.14

-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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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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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탈퇴회원)

    잊혀져 갈 듯 했던 연극이 다시 생각날 정도로 표현을 생생하게 잘해주셨네요^^*

    2010.10.15 2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