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도 아래의 맥베스> 내 편지를 누군가 읽어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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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4
조회 1889
10월 2일부터 10월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적도 아래의 맥베스>는 '극단 미추'와 정의신 작가, 손진책 연출가가 준비한 작품으로서, 역사의 흐름에 떠밀려 억울하게 죽어간 '조선'출신 BC급 전범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본'이 아닌 '조선'출신 전범들의 기구한 운명을 다룬 이 작품은 2010년 태국에서 /죽음의 철도/의 출발역에서 일본 TV프로그램 외주 제작사 '조선'출신 포로감시원이었던 '김춘길'의 증언을 녹화하는것으로 시작된다.
1947년 여름, 태국 창이 형무소에 '김춘길'이 수감된다. 이곳은 일본인 전범을 수용한 곳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무죄 판결을 받아 풀려났다가 다시 잡혀 이곳에 수용된 '김춘길'은 맥베스를 입에 달고사는 '박남성'과, '박남성'에게 울보라 불리며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걱정하는 '이문평' 한때 김춘길의 상관이었으나 지금은 전범으로서 수감된 '야마가타', 그리고 정작 처벌 받아야 할 자들은 처벌받지 않는 전범재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쿠로다'를 만난다.
적도의 태양 아래에서 수감되어 한탄과 불안 속에서 살고 있던 그들.
어느날 갑자기 '박남성'과 '야마가타'에게 사형집행 통지서가 날아드는데...(뒷부분은 직접 보아야지요)
이 연극에서 관객들이 가장 잘 느낄 수 있는것은 전범으로서 잡혀가 생활하는 한국인들의 억울한 마음과 연극속 수감자들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일 것이다.
그만큼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몰입도에는 무대 장치가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문이 열리는 큰 '삐걱' 소리는 관객들과 연극 속 수감자들에게 동시에 긴장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고,
무대 양쪽에 서있는 감옥문은 무대가 감옥을 배경으로 한다는것을 한번에 느낄수 있게 해주며,
무대 뒤쪽 중앙의 교수대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은 무대 세트중에 가장 크고, 중앙에 있으므로 관객들의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 계단이 무슨 계단인지 알게 되는 순간 관객들은 연극을 보는 내내 '죽음'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어, 그들이 사형수라는것을 더욱 잘 느끼게 해주며, '조선'출신 전범들에 대한 안타까움의 감정을 심화시켜준다.
또한, 구석에서 물이 쫄쫄쫄 나오는 수도꼭지는 수감자들이 붙잡고 있는 실낱같은 석방이라는 희망을 암시하는듯했다.
이 모든것이 모여 적도의 감옥이 한국의 무대로 옮겨졌다.
세트뿐만 아니었다. 감옥뿐 아니라 그곳의 수감자들까지 작품의 의도를 전달하는데 충분한 연기를 했다. 각자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말하고, 감정을 듬뿍담은 외침과 몸짓들의 연기는 좋았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문평'의 소심하고 울보인 모습이 당시 '조선' 출신 BC전범들의 속마음을 이해하기에 가장 좋은 모습인것 같다. 마지막까지 바깥에 자신들의 사정을 알리려 편지를 썼던 모습을 나는 잊을수가 없었다. 그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것을 누가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문평'역의 황태인씨의 모습은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이 모든것이 잘 맞아서 정의신 작가가 말한대로 '자칫 잊혀질수 있었던 한국의 BC급 전범문제를 생각하는데 이 연극이 일조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는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스토리도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있다.
현재의 '김춘길'과 과거의 '김춘길'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점점 이어지는 구성은, 관객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동시에 '조선' 출신 BC급 전범들을 생각하게 하는 2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에 충분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시간대가 바뀔때마다 무대 뒤에 전범들의 얼굴들이 비춰짐으로서 관객들이 연극의 주제와 의도를 잊지 않도록 내내 상기시켰다.
그런데 이 연극은 한가지를 더 말하고자 하는것같다.
사형당하기 직전의 '야마가타'는 지금까지 천황을 받들고 태평양전쟁을 '성스러운 전쟁'이라 주장하던 모습을 내팽개치고, 살고싶다는 절규를 내뱉는다. 이는 전쟁의 피해자가 '일본인'까지 포함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것이 아닐까.
가해자는 연극 속 '쿠로다'의 말처럼 '일본의 높으신 분'들일 뿐이라는 사실도 똑바로 인식해야 할것이다.
이렇게 <적도 아래의 맥베스>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들에게 확실히 전달하였다. 그리고 관객들도 말하고자 하는바를 확실히 알아들었을것이다.
그러나 이 연극은, 내용은 잘 전달했지만 몇가지 부족한점을 안고 있다.
먼저, 몇몇 웃음의 요소들을 보면. 사건들이 전개되면서 웃음의 요소를 자연스럽게 살리기 보다는 관객들을 웃기기 위한 대사들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의 연극에서 입꼬리만 조금 올라갈 정도의 웃음을 짓는것이 어색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면서 배우들의 연기에서는 극이 진행될수록 어색함이 느껴졌다고 할까. 가면 갈수록 배우들의 연기가 이상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특정한 장면에서의 감정전달은 좋았지만 전체적인 흐름면에서는 배우들의 연기가 조금 어긋나거나 부자연스러운 부분들이 있었다.
갑자기 극중인물의 분위기가 바뀐다거나, 성격이 바뀐다거나 하는 경우같이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의문은 '맥베스가 왜 나왔을까 하는 것이다.
제목에서까지 맥베스가 나왔지만 실제 연극에서의 맥베스의 비중은 초라하기 그지없고, 심지어 맥베스의 이야기를 자신의 인생에 대입시켜 생각하는 '박남성'의 태도는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맥베스는 그렇다고 쳐도, '박남성'이 자신은 그러지 않을 수 있었다면서 자신의 사형을 받아들이려는 자세로 급변하는 그의 태도가 현실도피이든, 아니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든 관객들은 억지를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제목을 보고서 전혀 내용을 예측하지 못하다가 연극을 보고나서 '제목이 잘못되었군'이라고 생각하게 만들다니...?!
그래도 이 작품은 보통 연극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망각을 넘어 성찰을 할수 있게 해준 연극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우리가 모르고 잊어가는 사실을 영화가 아니라 이렇게 현실같이 생생히 보여주는 작품은 꼭 추천하고 싶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과거 억울하게 죽어간 '한국인 전범'을 기억하도록 하고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들의 무력함을 생생하게 본 우리들은 이를 잊지않고 역사의식과 결단을 가져서 극의 마지막에서 오카다가 맡은 일을 우리도 조금이라도 할수있도록 해야할것이다.
'일본'이 아닌 '조선'출신 전범들의 기구한 운명을 다룬 이 작품은 2010년 태국에서 /죽음의 철도/의 출발역에서 일본 TV프로그램 외주 제작사 '조선'출신 포로감시원이었던 '김춘길'의 증언을 녹화하는것으로 시작된다.
1947년 여름, 태국 창이 형무소에 '김춘길'이 수감된다. 이곳은 일본인 전범을 수용한 곳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무죄 판결을 받아 풀려났다가 다시 잡혀 이곳에 수용된 '김춘길'은 맥베스를 입에 달고사는 '박남성'과, '박남성'에게 울보라 불리며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걱정하는 '이문평' 한때 김춘길의 상관이었으나 지금은 전범으로서 수감된 '야마가타', 그리고 정작 처벌 받아야 할 자들은 처벌받지 않는 전범재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쿠로다'를 만난다.
적도의 태양 아래에서 수감되어 한탄과 불안 속에서 살고 있던 그들.
어느날 갑자기 '박남성'과 '야마가타'에게 사형집행 통지서가 날아드는데...(뒷부분은 직접 보아야지요)
이 연극에서 관객들이 가장 잘 느낄 수 있는것은 전범으로서 잡혀가 생활하는 한국인들의 억울한 마음과 연극속 수감자들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일 것이다.
그만큼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몰입도에는 무대 장치가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문이 열리는 큰 '삐걱' 소리는 관객들과 연극 속 수감자들에게 동시에 긴장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고,
무대 양쪽에 서있는 감옥문은 무대가 감옥을 배경으로 한다는것을 한번에 느낄수 있게 해주며,
무대 뒤쪽 중앙의 교수대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은 무대 세트중에 가장 크고, 중앙에 있으므로 관객들의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 계단이 무슨 계단인지 알게 되는 순간 관객들은 연극을 보는 내내 '죽음'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어, 그들이 사형수라는것을 더욱 잘 느끼게 해주며, '조선'출신 전범들에 대한 안타까움의 감정을 심화시켜준다.
또한, 구석에서 물이 쫄쫄쫄 나오는 수도꼭지는 수감자들이 붙잡고 있는 실낱같은 석방이라는 희망을 암시하는듯했다.
이 모든것이 모여 적도의 감옥이 한국의 무대로 옮겨졌다.
세트뿐만 아니었다. 감옥뿐 아니라 그곳의 수감자들까지 작품의 의도를 전달하는데 충분한 연기를 했다. 각자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말하고, 감정을 듬뿍담은 외침과 몸짓들의 연기는 좋았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문평'의 소심하고 울보인 모습이 당시 '조선' 출신 BC전범들의 속마음을 이해하기에 가장 좋은 모습인것 같다. 마지막까지 바깥에 자신들의 사정을 알리려 편지를 썼던 모습을 나는 잊을수가 없었다. 그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것을 누가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문평'역의 황태인씨의 모습은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이 모든것이 잘 맞아서 정의신 작가가 말한대로 '자칫 잊혀질수 있었던 한국의 BC급 전범문제를 생각하는데 이 연극이 일조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는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스토리도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있다.
현재의 '김춘길'과 과거의 '김춘길'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점점 이어지는 구성은, 관객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동시에 '조선' 출신 BC급 전범들을 생각하게 하는 2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에 충분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시간대가 바뀔때마다 무대 뒤에 전범들의 얼굴들이 비춰짐으로서 관객들이 연극의 주제와 의도를 잊지 않도록 내내 상기시켰다.
그런데 이 연극은 한가지를 더 말하고자 하는것같다.
사형당하기 직전의 '야마가타'는 지금까지 천황을 받들고 태평양전쟁을 '성스러운 전쟁'이라 주장하던 모습을 내팽개치고, 살고싶다는 절규를 내뱉는다. 이는 전쟁의 피해자가 '일본인'까지 포함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것이 아닐까.
가해자는 연극 속 '쿠로다'의 말처럼 '일본의 높으신 분'들일 뿐이라는 사실도 똑바로 인식해야 할것이다.
이렇게 <적도 아래의 맥베스>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들에게 확실히 전달하였다. 그리고 관객들도 말하고자 하는바를 확실히 알아들었을것이다.
그러나 이 연극은, 내용은 잘 전달했지만 몇가지 부족한점을 안고 있다.
먼저, 몇몇 웃음의 요소들을 보면. 사건들이 전개되면서 웃음의 요소를 자연스럽게 살리기 보다는 관객들을 웃기기 위한 대사들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의 연극에서 입꼬리만 조금 올라갈 정도의 웃음을 짓는것이 어색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면서 배우들의 연기에서는 극이 진행될수록 어색함이 느껴졌다고 할까. 가면 갈수록 배우들의 연기가 이상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특정한 장면에서의 감정전달은 좋았지만 전체적인 흐름면에서는 배우들의 연기가 조금 어긋나거나 부자연스러운 부분들이 있었다.
갑자기 극중인물의 분위기가 바뀐다거나, 성격이 바뀐다거나 하는 경우같이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의문은 '맥베스가 왜 나왔을까 하는 것이다.
제목에서까지 맥베스가 나왔지만 실제 연극에서의 맥베스의 비중은 초라하기 그지없고, 심지어 맥베스의 이야기를 자신의 인생에 대입시켜 생각하는 '박남성'의 태도는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맥베스는 그렇다고 쳐도, '박남성'이 자신은 그러지 않을 수 있었다면서 자신의 사형을 받아들이려는 자세로 급변하는 그의 태도가 현실도피이든, 아니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든 관객들은 억지를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제목을 보고서 전혀 내용을 예측하지 못하다가 연극을 보고나서 '제목이 잘못되었군'이라고 생각하게 만들다니...?!
그래도 이 작품은 보통 연극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망각을 넘어 성찰을 할수 있게 해준 연극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우리가 모르고 잊어가는 사실을 영화가 아니라 이렇게 현실같이 생생히 보여주는 작품은 꼭 추천하고 싶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과거 억울하게 죽어간 '한국인 전범'을 기억하도록 하고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들의 무력함을 생생하게 본 우리들은 이를 잊지않고 역사의식과 결단을 가져서 극의 마지막에서 오카다가 맡은 일을 우리도 조금이라도 할수있도록 해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