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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아래의 맥베스> 우리가 몰랐던, 비극의 끝에 숨겨진 또다른 비극 <적도 아래의 맥베스>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3

    조회 1885

 

우리가 몰랐던, 비극의 끝에 숨겨진 또다른 비극 <적도 아래의 맥베스>
 
 

  작렬하는 태양, 머리 위로 그 뜨거운 빛을 받는 땅 적도에, 비극의 땅 싱가폴이 위치하고 있다. 그 우거진 정글 숲 속에, 우리는 몰랐던 비극이 잠자고 있었다. 참혹했던 세계 제2차대전이 끝난 지 오래인 이 땅에는 전범(戰犯)들을 수용하는 시설이 있다. 이곳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한 노인이 다시 이 땅을 밟으면서 극은 시작한다.
 
 
  장면의 시작은 이러하다.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싱가폴의 정글 속으로 들어온 촬영팀들. 그들의 찍을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전범의 아픈 시절을 겪고 살아 돌아온 한 노인이다. 전범(戰犯)이란 전쟁범죄인의 약칭으로 전쟁 시 포로 처우 등의 행위에서 비인도적 행동을 저지르거나 사주한 죄를 범한 사람이다. 노인은 촬영을 통해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모두에게 알리려 하지만, 촬영은 점점 노인을 폭력자로 몰아가는 상황이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인은 자신의 전범혐의 시절을 회상하며 무대가 전환된다. 1년 사이에도 몇 번씩 판결이 뒤바뀌며 이곳저곳을 전전했던 일, 절친했던 수용소 사람들과의 추억, 사형을 맞이한 동료의 모습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조선의 해방 후 전범으로 몰리게 된 역사의 어둠속에 묻힌 인물들의 비참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 중에는 원래 일본 군인이었던 사람도 있고, 강제로 끌려오다시피 감시원이 된 조선사람도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 유엔군에 의해 진행 된 전범처벌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상부의 지시에 의해 포로를 폭행했던 조선인들은 쓰고 난 말처럼 일본에게 버려졌다. 극중에 점점 밝혀지는 그들의 사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게 한다. 그런 와중에도 우울한 마음을 달래고자 하는 그들의 희극적인 연기도 마음에 쏙 들었다.
 
  이번엔 작품을 다른 면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이 연극의 제목은 ‘적도 아래의 맥베스’이다. 적도 아래란 작품의 무대가 되는 싱가폴의 전범수용소가 된다. 그럼 맥베스는 무엇인가. 맥베스는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이다. 극중에서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는 조선인 중 한명 ‘남성’은 포로감시원을 하기 전에는 연극배우를 지망하던 청년이었다. 그가 연기했었던, 비록 단역이었지만 기념적인 그 작품을 그는 최후의 밤에 혼신의 힘을 다해 다시금 연기한다. 그의 한이 담긴 연기를 바로 앞에서 지켜본 젊은 시절의 노인은 꿈에야 그 연극을 잊을 수 있을까.
 
  작품 속에서 주제를 발현해 내기 위해 연출진이 준비한 여러 가지 음향 효과나 장면 전환기법은 인상 깊었다. 화면을 전환하기 위한 암전과 그 뒤에서 흐르는 과거 B, C급 전범들의 사진이 주의를 산만하지 않게 도와주었다. 또 실감나는 수용소 철문의 소리나 무대 위에 깔린 레일은 현장감을 살려주기에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끝에는 예상된 결말과 허무함만이 감도는 것이 아쉽다. 극에 몰입하기 위한 여러 무대적 장치는 충분했으나, 그 속에서 주제를 도출해 내야 할 회상 후 부분의 연출은 조금 아쉽지 않았나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전후에도 고통받았던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기엔 반딧불과 다큐멘터리 촬영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았는지.
물론, 다큐멘터리 스텝들이 과거의 모습과 연결된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 하다. 극중에서 다큐멘터리 총감독은 권위적인 일본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며, 카메라감독은 상부의 지시대로 행동했으나 비난은 자신이 다 받는 등의 모습이 연출된다. 극중 ‘전범’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의 끝에, 우리는 몰랐던 또 다른 비극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즐겁게 풀어 펼쳐준 <적도아래의 맥베스>. 재미도 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당시의 상황과 인물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 보는 재미가 이 연극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연극, <적도아래의 맥베스> 였다.
 
 
 
20100912_적도아래 포스터최종.jpg
적도 아래의 맥베스

- 2010.10.02 ~ 2010.10.14

-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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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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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탈퇴회원)

    무거운 주제 속에 즐거움도 있는 연극인것 같군요. 보러 가야 할것 같습니다. ㅎㅎ

    2010.10.17 22:16

  • (탈퇴회원)

    호평과 혹평이 잘 살린 글이네요. 글 잘보고 갑니다

    2010.10.15 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