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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아래의 맥베스> 멕베스가 필요없는 적도아래의 멕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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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10.10.11

    조회 2266

<적도아래의 맥베스>는 명동예술극장에서 2010년 10월2일부터 10월14일까지 극단 미추가 상연을 하는 연극으로, B,C급의 전범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다. 이 연극은 군속으로 포로를 학대하였다는 죄목으로 2번 사형을 선고 받고, 2번 감형이 되었던 실존인물 이학래씨의 이야기를 이 연극의 작가 정의신작가가 이학래씨를 인터뷰하고 연극으로 만든 실화이다. 이극의 작가인 정의신 작가는 재일교포2세로서 그 누구보다 이 연극의 주인공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해방 후 한국에서는 B.C급 전법으로, 일본에서는 외국인으로만 취급을 받으며 살아온 서러운 일생. 한국에서 연극으로 만들 생각인데 어떻게 생각 하느냐는 극작가의 질문에 “같은 동포니까, 차가운 눈길로 바라보진 않겠지요.”라고 하는 이학래씨의 대답에는 이학래씨와 같은 B,C급 전범들의 생활이 이제까지 얼마나 가혹하였는지를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극 중 “10년 후 20년 후 아니 50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쓴 이 편지를 누군가가 읽고서, 나의 이 견디기 힘든 고통을 이해해주는, 그런 날이 온다면.... 이런 생각을 하면 내 가슴 속에 촛불처럼 작은 불빛이 켜지고 평온한 마음이 되요.”라는 대사처럼 한국인이었지만 B,C급 전범으로 일생을 살아온 사람들의 억울함을 알리는 것이 이 연극의 제작의도일 것이다.

 

이제 연극 안으로 들어가 보자.

맥베스……. 맥베스……. 맥베스. 맥베스.

맥베스-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소설의 제목이자 소설의 주인공. 연극을 보는 내내 극중 죄수들이 수도 없이 언급하는 이름이다. <적도아래의 맥베스>. 분명 제목에는 있고 연극 중에서도 수십번은 나온 이름이지만 정작 맥베스는 이 연극에 있지 않다. 그리고 필요하지도 않다. 왜 맥베스를 이 연극에 끼워 넣었는지 연출자의 변을 들어보았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면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의 운명에 비유된다.’하지만 맥베스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왕을 죽이고 왕이 되었던가? 자신의 야심과 주변의 부추김과 유혹에 굴복했기에 왕을 죽이고 왕이 되었던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어째서 어쩔 수 없이 군속이 되었어야 하는 죄수들에 비유를 하는 것인가? 어쩔 수없이 저지른 자신들의 죄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죄수들과 자신의 야심에 잘못을 저지른 맥베스의 대체 어디가 공통점이란 것일까?

 

정의신작가는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 분명 대가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는 B,C급 전범의 문제만을 알리고자 하던가 아니면 맥베스를 더 이해하기 쉽게 사용을 하던가 둘 중 하나만 해야 했다고 생각이 든다. 연극을 관람할 당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읽지 않은 사람으로서 맥베스의 내용을 몰라서일까? 연극에 집중을 할 만하면 등장하는 맥베스라는 단어가 연극에 대한 몰입을 차단하였다.

맥베스를 쉽게 사용하지 못하겠다면 왜 맥베스여야 하는지 맥베스를 통해 전달하려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실하게 관객에게 알려주었어야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저 자신의 지적수준을 과시함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아이템으로 맥베스가 전락해버렸을 수 있는 것이다. 어느 것이든 제목은 정말 중요하다. 이 어려운 끼워 맞춤에 맥베스의 의미에 집착을 하게 되느라 극에 빨려 들어가지를 못하게 되었다.

 

연극의 형식은 주인공 춘길의 현재와 회상장면으로 번갈아 진행이 된다.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하는 현재부터 시작을 하여 수감시절의 회상으로 돌아가고 다시 인터뷰를 하는 현재로 돌아오는 형식. 시대를 바꾸는 극 중의 타이밍은 좋았지만 그저 같은 과거와 같은 현재를 오가는 형식은 단조로워서 긴장감이 떨어졌다. 무대가 변할 동안 영상이 있어서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음악이 조금 더 감정이입이 잘 되는 음악이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연극의 주제와 내용이 가볍지 않은 만큼 지루함을 느끼기 쉬운데 극의 중반에 들어설 때까지는 어떠한 큰 인물들 간의 대립이나 큰 사건이 없는 느린 전개에 지루함이 느껴졌고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춘길의 수감시절 뿐만 아니라 출소 후의 생활에 대한 장면들도 있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감정을 충분히 싣는 풍부한 발성과 배우들의 시원스러운 연기는 이 연극의 최대 강점이라고 생각이 된다. 특히 남성이 사형대로 가기 전 샤워를 하며 몸을 정성들여 닦는 장면과, 가는 남성을 보며 울부짖는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한 가지 마지막으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객석문제이다. 필자는 A석에서 관람을 하였는데 무대를 사이드에서 봐야했으며 난간 때문에 무대의 오른쪽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S석과 A석의 차이가 이렇게나 심각할 줄 알았다면 기왕 보는 연극 조금 더 돈을 지불하고 감상이 편한 자리에서 앉았을 것이다. 매표소 앞에 객석 안내도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소품, 효과음, 음악, 무대, 조명, 효과, 연기 이 모든 보이는 것은 좋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보이지 않는 의도와 메시지는 어렵기 그지없는 작품이었다. 지루하지는 않지만 그저 아무생각 없이 즐기는 연극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문득 맥베스가 읽어보고 싶어졌다.

20100912_적도아래 포스터최종.jpg
적도 아래의 맥베스

- 2010.10.02 ~ 2010.10.14

-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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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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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탈퇴회원)

    색다른 접근이네요. 흥미롭게 봤습니다 ... 뭐랄까 객석 안내에 관한 이야기는 공감이 가네요 :)

    2010.10.16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