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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아래의 맥베스> 무대 위에 나타난 잊혀진 비극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1

    조회 2645

 


 지난 화요일 (2010년 10월 5일) 충격적인 뉴스가가 있었다.
태평양 전쟁 말기 식량난에 시달리던 일본군이 조선인 징병군들을 죽여 그 고기를 먹고 남는 것은 남은 조선인들에게 고래고기라고 속여 먹게 했다는 것이다. 동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던 조선인들은 살점의 일부가 떨어져나간 동료들의 시체를 발견하고, 자신들이 먹은 고기가 동료들의 고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반란을 하려 했으나 사전에 발각되어 대부분이 일본군에 의해 머나먼 타국에서 사살되는 이 비극 은 그 동안 루머만 있었을 뿐 확인되지 못했으나 이번에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이토록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제시대의 비극은 아직 많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조선인 전범에 대한 이야기 이다. 2차 대전 직후 조선인이지만 일본인으로 분류되어 B, C급 전범이 된 사람은 148명이고 이 가운데 23명이 처형되었다. 대부분은 포로 감시원이라는 군속 신분이었다. 태국과 버마 사이 정글과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타이멘 철도"의 공사를 위해 일본은 연합군 포로 6만여명과 아시아인 계약직 노동자 20만여명을 투입하였다. 열악한 환경 속에 질병과 영양실조 등으로 11만명이 넘는 목숨이 이 철도 공사 중 죽어갔다. '목침 하나에 목숨 하나'라고 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 위에 지어진 이 철도 공사를 위해 포로들을 감시했던 조선인들은 전쟁 이후 전범이 되어 처벌을 기다린다.
 
 연극 [적도 아래의 맥베스]역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일제 직후 조선인이 겪었던 비극인 조선인 전범을 중심 소재로 다룬다.

연극이 공연되고 있는 명동예술극장





 극 중 싱가폴의 연합군 형무소에서 사형을 기다리는 춘길, 남성, 문평은 이와 같은 조선인 전범이다. 춘길은 사형 선고 후 한차례 석방 되었으나 고향으로 돌아가던 길에 다시 잡혀 형무소로 돌아온다. 춘길은 일본인 순사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군속에 지원했으며, 남성은 연극 배우를 꿈꿨던 인물로 아버지의 반대에 부딛히자 반항심에 군속에 지원한 인물이다. 문평은 홀어머니 아래 외아들로 자라며 어머니를 위해 돈을 벌려고 군속에 지원했다. 이런저런 사연들을 하나씩 안고 군속에 지원한 이들은 밑으로는 연합군 포로들과 부딛히고, 위로는 일본군의 멸시를 받아가며 치열하게 살았지만, 전쟁 후 포츠담 선언에 따라 일본인으로 분류되어 전범 취급을 받는다.

 죄수들은 감옥 안에서 맥베스 연극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배우를 꿈꿨던 남성이 가장 좋아하는 희곡이다. 연극은 맥베스를 통해 조선인들의 비극적인 삶을 보여준다. 극본을 쓴 정의신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많은 비극 중 맥베스를 선택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인물이니까요. 나약하고 가련하죠." (조선일보 :  "조선인의 운명은 가련했다. 맥베스처럼" )

 또, 어머니께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쓴다. "...어머니, 단지 과거만이라도 가진 사람은 행복합니다. 우리는 과거도, 미래도 다 잃어버렸습니다..." 자신들의 처지와 입장, 운명들을 비스킷 포장지에 빼곡히 적은 이 편지를 부치지도 못하면서 혹시라도 나중에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열심히 적어놓는다.

  연극은 2010년 태국의 철로 앞에서의 다큐멘터리 촬영 장면은 싱가폴 형무소 안의 이야기와 오가면서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촬영장면에는 모두 다섯의 인물이 나온다. 어떻게 해서든지 전범이었던 노인으로부터 포로를 폭행했다는 고백을 받으려는 연출자와 단지 생계를 위해 현장에 뛰어든 촬영감독, 어린 나이지만 인도주의적인 마음으로 노인을 배려하는 음향기사, 조선인 전범 출신으로 사형을 언도받았다가 풀려난 김노인, 그리고 그의 옆에서 지켜주는 여비서.

 언뜻 보면 현재 일본의 유리한 장면을 담으려는 감독과 노인의 단순한 대결 구도로 보기 쉬운 관계이지만, 조금만 관점을 돌려서 보면 일제시대 철로 공사 현장에 있던 이들의 입장에 대입해 볼 수 있다. 우선 명령을 내리는 일본 군인들은 다큐멘터리 연출가로, 압박을 받는 김노인은 연합군 포로와 비교해 볼 수 있다. 또한 생계를 위해 다큐멘터리 현장에 나와 연출가의 압박과 후배 음향기사의 반항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촬영감독의 입장은 일본군과 포로 사이에 끼어있던 조선인들과 다를 바 없어보인다.

 이처럼 연극은 당시 형무소 안의 모습을 통해 직접적인 방법으로, 김노인의 증언을 통한 방법으로 때로는 현대인의 모습을 통해서 일제시대 당시 조선인 군속이 처했던 입장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에 대해 좀 더 통감할 수 있도록 한다.

 연극은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기술적인 방법으로 음향과 영상을 적극 활용한다. 형무소 안의 장면에서 형무소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를 과장되게 크게 틀어주어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장면 전환시 보여주는 일제 당시 조선인 전범들의 사진과 음악을 통해 분위기를 주도하고, 태국 정글 안에 있는 것 같은 분위기도 영상을 통해 이뤄낸다. 특히 마지막의 반투명한 실크스크린을 이용한 반딧불이 장면은 입체감을 살려주어 주인공의 외침과 함께 연극의 감동을 더해준다.
또한 죄수들이 더위와 갈증을 이기기 위해 사용하는 수도꼭지와 교수대 아래의 샤워시설, 무대 앞쪽에 설치된 철로의 일부는 더욱 생생한 현장감을 제공한다.

 이러한 특수효과들은 줄거리 내에 잘 어우러져 연극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관객이 좀 더 연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감동적인 줄거리와 생생한 연극을 위한 특수효과 및 연출, 배우들의 연기력 등 연극 그 자체로서의 재미는 물론이고, 우리가 잘 알지 못했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다루었다는 점 등에서 연극의 사회적인 역할까지도 충실한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 관련 링크 <
4. [ 맥베스 ] 위키백과
20100912_적도아래 포스터최종.jpg
적도 아래의 맥베스

- 2010.10.02 ~ 2010.10.14

-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

- 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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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탈퇴회원)

    글로 연극에 흥미가 생기네요. 어두웠던 한 역사의 한 조각으로 들추기 힘든 우리내 비극적인 역사를 모두가 각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잘봤습니다~

    2010.10.17 14:39

  • (탈퇴회원)

    잊혀진 역사를 또 생각나게 해주네요. 전범이라 해서 일본인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아픈 과거가 있군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려버린 수많은 선조들의 슬픔을 생각하게 해주네요. 이쪽도 저쪽도 아닌 막다른 구덩이에 빠진 것 같은 전범들의 가련한 운명을 생각하게되네요.

    2010.10.15 23:49

  • (탈퇴회원)

    많은 부분들을 세세하게 잘 쓰셨네요. 사진도 많아 보기 쉽고 전체적으로 눈에 잘 들어오네요. 잘 보고 갑니다!

    2010.10.15 0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