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도 아래의 맥베스> 재일교포 관점의 작품(스포주의)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0
조회 2042
적도의 맥베스는 일제시절 포로 감시원으로 근무했던 한국인들의 이야기이다.
사실 나는 일제시대에 관해서는 어두운 이미지를 갖고있다.
인터넷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잔혹한 일본군의 사진들 뿐 아니라 한국의 각종 매체에서 그리는 일제시대의 이미지 또한 거부감이 든다.
일제시대의 이야기는 대부분 일본이 잘못한점들을 보여주며 그 당시의 한국인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었냐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나는 일제시대가 끝나고 오랜 후에 태어나 세상을 살고있다.
"너는 일본을 미워해야돼" 라고 강요하는 느낌을 받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러나 내가 극장에서 만난 극단 미추의 적도의 맥베스는 조금 다른 모습의 일제시대를 그린다.
재일교포인 원작가는 한국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연출했다.
극 중에는 일본인과 한국인이 같이 나오지만 단지 일본인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싸우고 원망하지 않았다.
아마도 현대의 일본인의 관점에서 그런식으로 과거를 재해석한것 같다.
일본인들이 한국인 bc급 전범 사형수였인 주인공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과정을 통해 그때의 순간들을 재현한다. 극중의 인물들의 사연은 기구하다.
하지만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에 두었지만 일본인들에대해 무조건적인 원망은 하지않는다.
자신들은 위에서 시키는대로 포로들을 대했을뿐인데 왜 자신들이 전범이 되어야 했는가에 대해 원망한다.
심지어 자신들을 구타하고 포로들을 학대하라고 시킨 악명높은 야마가타 군정에 대해서도 복수를 하지 않는다.
사형수들은 과연 포로들을 학대하고 강제노역을 시킨것이 명령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는가에 대해서도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한다.
남성은 옥중 자신의 마지막 연극 '맥베스'를 연기하며 맥베스가 왕을 죽인 이유에 의문을 가지며 자신이 포로들에게 했던 행동에 대해 과연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었던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연극은 개인으로서의 사형수들의 모습을 연출하고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의 목소리만을 내기위해서 노력하지는 않았다.
한국과 일본중에 누가 옳았고 누가 나빴는가를 따지는 느낌으로 다가갔다면 내게는 보기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시간 삼십분간 나는 말그대로 흥미로운 느낌으로 보았다.
왜 대한민국 정부는 한국인 3500여명을 구해주지 못했나?
왜 일본은 사형수들은 대본영의 명령을 따랐을뿐 잘못이 없다고 변호해주지 않았나?
그것은 복잡한 이야기이며 이 연극에서는 그것을 다루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 시대의 그 사람들을 본것이 아니라 재일교표 정의신씨의 눈으로 본 BC급 범죄자로 처형된 한국인 사형수들에 대한 작품을 본것이다.
역사적인 문제를 다루는데는 참 조심스럽다. 민감한 문제를 다룬 이 작품에서 작가는 과연 관객들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하였던 것일까?
...연극이 끝나고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와 인사를 하는 내내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연극이다. 참 운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