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공감: 희곡 낭독회] 그림자 무덤> '그림자 무덤'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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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하
등록일 2021.07.22
조회 7396
국립극단 [창작공감: 희곡] 2차 낭독회에 다녀왔다. 나는 운 좋게 1차 낭독회에 이어, 2차 낭독회에도 초대됐는데 확실히 이번 낭독회가 일전의 낭독회보다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멋들어진 현수막도 걸고, 낭독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좋은 음악을 틀어놔 분위기를 잘 잡았다. 이번에 선정된 희곡인 장효정 작의 <그림자 무덤>, 표광욱 작의 <저는 종군기자입니다> 역시 [창작공감: 희곡]의 방향성을 유추해볼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두 작품 모두 무거운 사회 문제(고독사, 가정폭력)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을 위트 있고 경쾌하게 풀어낸 점이 돋보였다. 먼저 장효정 작의 <그림자 무덤>은 '대사의 리듬감'이 두드러진다. 무연고자라는 처지를 공유하고 있는 한상과 온화는 마치 받고 메기듯 대사를 주고받으며 환상의 케미를 자랑한다. 여기에 명주, 심지어 후반부에는 관객까지 동원되어 신명나는 노래판, 춤판을 벌이기에 이르는데, 나는 이것이 하나의 거대한 제의(祭儀)처럼 느껴졌다. 이름을 잊고 살아가는, 혹은 이름을 잃고 죽어간 이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한 제의. 장효정 작가는 현실에서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그들을 일일이 호명함으로써, 무대 위에서나마 "꽃"이 만개한 세상을 내보인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시라. <그림자 무덤>은 단순히 고독사 문제를 연민하는 데 그치는 일차원적인 연극이 아니다. 극의 중심 소재가 고독사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명주가 어떻게 해서 아버지와 화해에 이르게 됐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작품이 주는 감동이 더 진하게 다가올 것이다. 나는 <그림자 무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다층성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아주 불만이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낭독회에서 나온 의견이지만 한상과 온화, 명주가 함께 하는 3일 간의 여정이 잘 와닿지 않는다. 또 후반부 편지를 통한 극의 전개가 다소 기시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림자 무덤>이 선사하는 묵직한 감동은 그 부족함에 비해 더 값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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