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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관람 후기
  • 작성자 박*하

    등록일 2021.07.15

    조회 8837

방학 동안 타 대학에서 <맑스주의 경제학 입문> 강의를 청강했다. 본래 학점 교류를 갈 생각이었는데, 원칙 상 1학년 1학기는 학점 교류를 가지 못 해 담당 교수께 사정사정해 들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배운 점은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적인 모순이다.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체제는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를 자본가가 착취하면서 돌아가는 구조다. 이윤을 획득하고자 하는 자본가는 갈수록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를 꾀하고, 이는 곧 생산과 소비 사이의 괴리, 과잉인구의 증가,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ㅡ최종적으로 공황을 낳는다. 문제는 이 추락의 과정에서 더 큰 피해를 입는 건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라는 점이다.

 

이 비극적 진실은 오늘 관람한 국립극단의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에서도 잘 드러난다. 극 중 지속적으로 뉴스 화면을 제시해주는 데서 알 수 있듯, 이 연극은 우리네 현실과 맞닿아 있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이어지는 한 지역과 공장, 삶의 쇠퇴 과정이 자본주의 체제의 추락 과정과 흡사해 보인다. 노동자를 언제라도 대체할 수 있는 부품쯤으로 취급하는 기업, 평생을 바쳐 일한 직장에서 하루 아침에 쫓겨난 노동자, 노동자끼리의 싸움... 장장 3시간여에 달하는 긴 시간 동안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분위기의 장면들이 휘몰아치는데(인물들이 뱉는 욕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는 건 기분탓이 아닐 것이다), 모두 낯설지 않은 이야기라 더 섬뜩했다. 다큐멘터리의 정신으로 빚은 연극이란 생각. 단순히 노동 문제에 그치지 않고 다원화된 현대 사회의 모습을 적극 반영해 젠더, 인종, 계층 이슈까지 포섭한 시도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극의 다층적인 문제의식과 마주하곤 확실히 기존의 노동 문제를 다룬 연극보다 진일보했다고 느꼈다. 좋은 연극이다.

 

연극을 보면서 무엇보다 재밌었던 점은 작중 주요한 배경이 바(bar)라는 것이다. 극을 이끄는 사건대부분이 인물들이 일하는 공장에서 벌어지는데, 정작 왜 극은 다른 곳을 보여주나? 내가 골똘히 고민하던 찰나, 스탠이 자신의 술집을 두고 "중립지대"라고 표현한 대목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평소 같았으면 직접적으로 부딪힐 일 없는/부딪히더라도 눙치고 넘어가려는 이들이 한 데 모인 장소가 술집이다. 각자의 시름을 내려놓고 술 한 잔 기울이는 곳. 그렇기에 서로에 대한 대립각이 더 날설 수밖에 없는 공간. 이 공간은 끔찍한 폭력 사건을 낳기도 하지만, 동시에 화해와 연대의 장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작가가 이 연극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건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이 아니었을까? 극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장면들에 비해 결말이 다소간 급작스럽게 느껴지긴 한다. 과거와 현재의 괴리 중 일부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제이슨과 크리스ㅡ오스카 사이의 화해가 그리 쉽게 결단/용인될 수 있는 사안인가에 대한 의문, 트레이시와 브루시, 제시를 둘러싼 관계는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작가가 마지막으로 드러낸 따스한 메시지에는 적극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랬을 것이다.

 

또 사소하지만 유색 인종을 표현함에 있어 팔목의 부분 염색을 활용한 센스가 돋보였다. 자칫 잘못하면 블랙페이싱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었을텐데 이를 잘 피해갔다. 그러면서 연극적인 효과는 효과대로 잘 거두었다. 국립극단의 사려깊은 연출이 관객들을 흐뭇하게 한다. 요즈음 사회 문제를 단순히 소비해 버리는 작품이 많은데, 확실히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은 그것을 진지하게 고민하려는 태도를 갖추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 이 연극은 박수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 좋은 연극이란 관객들에게 질문, 생각거리를 던지는 연극이라고 믿기에.

 

- instagram : @blossom_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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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 2021.06.18 ~ 2021.07.18

- 평일 19시 30분 / 토, 일 15시 (화 공연없음)
※ 단, 7/12(월), 7/14(수), 7/15(목), 7/16(금) 19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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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세 이상 관람가(중학생 이상)
※일부 장면에서 비속어 표현이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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