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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Power 더 파워> "황당한 자유" - 연극 &lt;더 파워&gt; 관람 후기
  • 작성자 김*현

    등록일 2016.11.14

    조회 2956

"황당한 자유" - 연극 <더 파워>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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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황당하고 답답하며 주먹을 쥐게 하는 연극이었습니다. 형편없는 연극이라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 연극은 우리가 아끼는 것들을 깨부셔서 자율감을 줍니다. 이 자율감에는 방향성이 없습니다.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연극의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이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각종 황당한 말들과 기법으로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깨부셔서 우리는 어리둥절한 가운데, 어디로든 가라고 외치는 이 연극. 도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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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은 장면의 조립을 거부합니다. 몇 개의 장면 내용을 언급해볼까요. 1)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낯선 편지의 발신자를 찾아가는 한 회사원 2)조선시대 복장을 한 병사들이 초소를 지키는 장면 3)한 회사에서 혁신이라는 주제로 토론하는 장면 4)서구 귀족들의 저녁 만찬... 장면이 하나도 이어지지 않습니다. 다음 장면을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병X아 예측하지 마'라고 제게 소리치는 느낌이었습니다. 뺨 맞은 것처럼 얼얼했습니다.
내용의 색채 역시, 어떤 땐 총천연색으로 갖은 디테일한 묘사를 하며 구역질이 나도록 감각적인 장면이 있는가 하면 회색빛 온갖 형이상학적 말들로 마음을 무겁게 하는 등 종잡을 수 없습니다. 형이상학적 대사들은 제 생각엔 두 가지 의도가 있는데 첫째 작가가 하고픈 소위 무거운 말들을 필터 없이 그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이고, 둘째 형이상학적인 것들에 엿먹이는 의도입니다. 둘째 의도는 극의 곳곳에서 드러나는데 대표적으로 4)에서 배우들이 캐릭터에서 벗어나 배우로서 제각각 예술론을 장황하게 펼치는 장면에서 확연합니다. 이 두 의도가 공존한다는 제 추측이 맞다면 작가 본인이 이론을 설파함과 동시에 그 이론에 엿을 먹이는 꼴이니 제법 우습습니다. 이 또한 황당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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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형식과 내용 모두 중구난방인 와중에 이 극에서 일관된 것은 '해체'를 요구하는 외침입니다. 지성인들로부터 걸핏하면 비판받는 것들 - 자본주의, 무력한 삶, 구조에의 복종, 영화 <모던 타임즈>의 이미지처럼 - 을 이 연극 역시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연극은 자신이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의 남루함을, 해체를 통해서 아주 도발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여기까지가 그런 '해체'가 의도한 것이라면 상당히 성공적입니다. 하지만 제 감상이 황당함에서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했던 이유는 어떤 무력감 때문이었습니다. 이 연극에서는 니체를 직접 언급하기도 하지만 이 극의 느낌은 니체의 글이 주는 느낌보다는 카프카의 글이 주는 느낌에 더 가깝습니다. 중력의 영(무력한 삶을 살게 만드는 것들을 은유하는 니체의 표현)을 떨쳐낼 수 없는 저는 영락없는 소시민인 걸까요? 아니면, 해체를 통해 '모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는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결국엔 사람은 땅에 발을 붙이며 살아야 한다는 씁쓸한 결론을 내려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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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내리지 못했지만, 결론을 내리는 것에 의의가 있지 않겠지요. 오랜만에 붕 뜬 기분을 느끼며 먼지 쌓인 소설책과 철학책을 다시 펼쳐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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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wer 더 파워

- 2016.10.26 ~ 2016.11.13

- 평일 19시30분
주말 15시
화요일 쉼 l 10/29(토), 11/2(수) 공연은 단체 판매로 매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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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18세 이상 관람가(미성년자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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