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소년 KW4839 이야기판 [유쾌한 청소년, 무용지용씨Ⅱ]> 조금은, 이상한, 그러나 누구나 겪은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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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은
등록일 2015.11.22
조회 3078
비행소년 KW4839는 연극의 시작점이 명확히 있지 않다.
관객들은 극장이 아닌 공항에서의 출국심사를 먼저 받아야 한다.
이는, 우리가 사는 지금이 어쩌면 연극의 시작점도 아닌 중간지점도 아닌 끝나는 지점도
아닌 어딘가에 속해있지만, 아무도 그게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극장이 아닌 비행기 안.
학생들은 이 비행기에 왜 타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언제 출발하는지
모른 채 탑승을 준비한다.
스마트폰을 하느라 바쁘고, 노래를 듣느라 바쁘고, 공부를 하느라 바쁘고, 화장을 하느라 바쁘고, 엑소 맞을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왜 타야 하는지도 모르는 비행기에 타야 하는 학생들.
게다가, 거기서는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다.
연애, 술, 담배, 반항, 생각, 등등.
내가 왜 여기 있는 지도 잘 모르겠는데, 왜 저것들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어른들은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들은 얌전히 있다가 가끔씩 찾아 오는 어둠 속에서 방황을 할 뿐이다.
이들의 첫 대사는, 말이 아닌 어른들의 녹취록을 립싱크 하는 것이다.
그들의 첫 말은, 어른들이 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들의 앞에 어른들이 이미 있음을 의미하고, 언젠가 그들의 입에서
저런 말들이 나온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각종 고민들.
연예인을 좋아하느라, 남녀 공학 다니는 남자 아이랑 연애가 잘 안되서.
공부를 (어른들이 열심히 하래서) 열심히 하지만, 사실 노는 아이들이 부러워서.
그들은 이 고민들을 말할 사람이 없다.
고민이 없는 (유일하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아이.
꿈이 있는 아이. 세계 여행이 하고 싶은 아이는,
자신의 꿈을 입 밖에 내 보냈다가, 주변 사람들의 질책과 눈치에
자신의 꿈을 지워버리고 만다.
(그렇다. 꿈이 있는 아이가 무시 당하는 현실을 잘 드러내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보는 내내, 사실 나는 청소년기 때, 친구와 부모님 덕에 저렇게까지 좌절을 해보지 않아서 공감가기 힘든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의 짐은 오로지 자신 만이 안다.“ 라는 것을 난 안다.
어쨌든, 연극의 끝지점에서 아이들은 ‘한계’가 가장 두렵다고 울부짖는데...
“한계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 이라는 문장에 위로 받는 순수함을 보인다.
결국, 비행기 이륙은 취소 되고...
그들은 어딘가에 내린다.
마냥 걸을 것이다.
앞서, 어른들이 걸었던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