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어왕> 처음 세익스피어극을 접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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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진
등록일 2015.05.10
조회 3695
2015.05.01(금) 07:30 pm 명동예술극장
평일 7시 30분은 여전히 내게는 벅찬 시간이다. 근로자의 날이라서 오늘은 다행이다.
그런데 왜 평일 7시 30분에 시작하는 지 이해가 됐다.
내게는 처음 포스터를 봤을때 강렬하면서도 인상적이어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
포스터 한장속에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는듯했다.
긴러닝타임에 긴장을하긴 했다. 우려였다. 집중하느라 시간가는줄 몰랐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그 직설적인 대사들이 새롭게 들린다.
세익스피어의 대사들은 언제 들어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깊은 울림이 있다.
사실 리어는 세익스피어작중 그다지 좋아하는 작은 아니었다. 오늘 그 편견이 깨졌다. 기쁘다.
체스판을 연상시키는 무대위에 광대가 등장해서 분을 바르면서 극이 시작된다.
거너린의 초록색과 리건의 빨간색 코델리아의 푸른색의상으로 나와서 그 성격이 다름을 보여주고 거너린의 머리스타일과 리건의 올린머리 코델리아의 짧은 머리는 또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의상과 머리스타일로도 각 인물의 개성을 표현해 주고 있다.
리어왕과 그 주변인물은 과장되지않고 그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세딸과 다른 극중인물들은 약간은 과장된듯한 몸짓으로 극의 지루함을 줄여준다. 약간은 코믹하기까지하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처음 접하는 세익스피어작품일때 좀 더 쉽게 리어에 집중하면서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하지 않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극의 이야기흐름에서 중요한 부분은 진중함 그대로 표현하고 약간은 부분적인 부분은 약화하거나 과장함으로서 극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뭐랄까 의도적인것 같긴한데 하고싶은 말을 하는 광대는 약간은 등장인물과는 약간은 겉도는 듯한 이질감을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역시나 광대의 대사는 주옥같다.
리어왕이 이렇게 재미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백대사인물에게 집중되는 조명도 인상적이었다.
리어나 글로스터나 비슷한 상황에서 두인물이 만나 보여주는 장면은 현재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고 있다.
감언이설에 속아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폭풍우가 치는 황량한 벌판에서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장면과 한편으로는 그래도 모두는 아니지만 한명일지라도 그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자식들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자식과 부모라는 관계를 그래도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비록 바로 가는 길이 아닌 돌아가는 길이었을 지라도 말이다. 아비 이전에 인간의 본연의 면모를 그대로 드러내는 리어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약간은 두려워지기도 했고 고려장을 떠올리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좋은 약이 입에 스다라는 속담처럼 그 누군가가 내귀에 속삭이고 있는지 나도 그러하지 않은지 직언과 간언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리게 된다. 흔들리는 지도자에게 옳은 말을 할 수 있는 용기, 참된 신하의 모습도 떠 올리며 지금의 우리사회의 모습과도 비교하게 된다. 두 딸들을 보면서 욕망이 무엇인가 본능인가 아니면 그저 욕심일 뿐일까 여러 가지 생각들을 안고 보게 된다.
전체 2부로 나뉘어 1부에서는 황량한 들판에서 비를 맞으며 울부짖는 장면으로 마무리하고 2부에서는 리어왕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극의 백미는 1부의 마지막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올라가는 무대가 흔들리면서 폭풍의 강렬함과 쏟아지는물줄기에 흠뻑젖은 리어의 모습. 그리고 글리스터의 대사와 약간은 몽환적인 광대의 퇴장부분은 극의 크라이막스를 잘 보여주고 있다.
좌석이 오른쪽 끝이어서 코델리아의 죽음은 잘 보이지 않았다. 흰색의상으로 바꿔입은 코델리아는 죽음을 암시하고 있고 글로스터백작의 눈응뽑는 장면은 여전히내게는 공포로 다가온다. 2부에서는 좀 빠르게 극이 진행된다. 그래서 내가 항상 지루하게 느꼈던 부분이 많이 해소 되었다. 그동안의 극들이 마지막 리어의 죽음을 강조했다면 이번극은 마지막 장면에서 인생의 허망함을 느끼게 했고 살아남은 자들의 대사가 좀더 힘있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