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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 창작산실 선정작ㅣ이인실> 올해의 수작 연극 「이인실」 감상평(4)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4.10.21

    조회 2647

올해의 수작 연극 이인실감상평(4)

 

그것은 나루터에서 자신을 소외시켜오는 삶에 대한

 

알람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 비린내였고,

 

자신 안에 지룡이 추구하는 삶이 자기 내면에서 알람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극화된다.

 

그래서 나루터에서 진석이가 환상적으로 대면하는 지룡이의 겨드랑이 냄새가

 

결국 자기한테까지 옮겨오게 된다.

 

이는 진석은 지룡이와 결국 다른 타자의 삶과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아오며

 

순진하고 단순한 지룡이보다 더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역으로 지룡이의 냄새가 진석이의 삶을 삼켜버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순간은 타자의 욕망을 추구하는 진석이가

 

이제까지 삶의 진실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이 전부 부정되는 순간이고,

 

그 오랫동안 유지해온 자기 존재방식이 멸절에 이르게 된 때인 것이다.

 

 

이때 주인공 이진석은 통절하게 흐느낀다.

 

그렇게 애끊는 소리는 타자의 욕망에 부응하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그것을 추구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과 처지를 고집하는 한

 

거기서 끊임없이 소외되는 주체의 절절한 흐느낌이기도 하고,

 

또는 타자의 욕망의 노예되기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아직 열리지 않은 길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지르는

 

절망적인 비명 소리이기도 하다.

 

여태까지의 타인이 인정해주는 가치를 더 많이 갖기 위해 살아온

 

삶의 방식 그 무엇도 남지 않게 된 상황에서,

 

기존의 삶의 방식과 새로운 삶의 방식 사이에서 분열된 상태 이후에,

 

진석이는 그런 자본주의 사회의 타자의 욕망을 추구하느라고

 

자신을 주체로서 진실한 욕망을 결핍시키고 억압시킨,

 

분열증적인 내적 갈등에 있는 인간의 절규와 같은 비명을 조용히 터뜨린 것이다.

 

하지만 터지듯이 울려퍼지는 절박한 흐느낌은

 

단순히 절망의 나락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나중에 분열증적인 존재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게 되고,

 

진석과 지룡이 결국 결말에서는 진석으로도 지룡으로도 남지도 못하고

 

진석과 지룡의 분열 상태로 혼재하지만

 

이는 비극적인 결말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주체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타자의 욕망,

 

자본주의적 욕망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진실한 욕망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비극을

 

희극적인 전복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다.

 

동시에 자본주의적 타자의 욕망이 아닌 주체의 진실한 욕망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것을 우리는 어떻게 추구하면서

 

자신의 주체적 삶을 일구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왜냐하면 현대인은 누구나

 

자신의 진실한 내면과 주체성을 상실하게 하는 것에 대한 대책이나

 

그것을 회복하는 근원적 동력을 따로--같이 마련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작품에서 가시적으로 제시하는 단순한 순정이나 순수한 삶의 자세는

 

그러한 삶을 위한 내면적 실마리는 될지언정

 

타자와 얽힌 현실 속에서 궁극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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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창작산실 선정작ㅣ이인실

- 2014.10.17 ~ 2014.10.26

- 평일 19시 30분| 주말 15시

-

- 만13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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