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수작 연극 「이인실」 감상평(2)

오랜만에 유려하면서도 뛰어난 연극작품을 감동깊게 봤다.

연극 「이인실」(고영범 작, 박정희 연출)은

현대인의 내면을 통렬하게 꼬집은 탄탄한 극본은 말할 것도 없고,

자본주의 욕망의 노예가 된 남녀,

고향을 탈출해서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탈북자,

분단의 비극적 상처를 안고 순정을 품고 꿋꿋이 살아가는 할머니,

의료윤리가 아닌 이윤 논리를 강요하는 병원 원무과장 등

각 배우들의 생생하고도 원숙한 연기력,

자연스럽게 기승전결의 흐름을 노련하고 깊이 있게 연출한 솜씨가 돋보였다.

「이인실」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에게 서둘러 노출하지도,

간절히 호소하는 바를 속히 알아주기를 재촉하지도 않으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한 장면씩 자연스럽게 극적인 긴장감 혹은 유쾌함에 빠져들게 하면서

끝내 다양한 사건과 이야기들을 한 곳으로 귀결시켜

뭉클한 감동과 함께 깊은 여운을 안겨주었다.

이 작품은 두 개의 이야기 축을 동력으로 삼아 그것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며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일그러진 주체성과 정체성을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