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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리어스 시저> 시저와 부르터스, 안토니 그리고 카시어스.. 현재와 똑같은..
  • 작성자 김*진

    등록일 2014.06.14

    조회 3371



로마의 위대한 영웅 줄리어스 시저. 세익스피어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에서 줄리어스 시저의 이야기를 가져와 희곡을 썼고, 이 작품은 굉장히 정치적 성향이 강한 작품이 되었다. 김광보 연출이 명동예술극장에서 처음 올린 작품이라 관심이 갔고, 윤상화 배우를 비롯 손종학, 박호산, 박완규 배우 등 쟁쟁한 배우들이 믿음을 더해줬다. 김광보 연출은 다양하기도 하고 또 많은 작품을 하는데, 조금 무거울 수 있는 주제나 작품을 위트있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 그래서 늘 챙겨 보는 좋은 연출님.

 

줄리어스 시저는 "부르터스 너마저!"라는 유명한 말과 함께 믿었던 부하의 손에 제거당한 인물이다.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가 로마 공화정을 뒤엎고 황제를 꿈꾸었기 때문이었다. 부르터스는 시저를 존경했지만 로마를 사랑했기에 시저를 죽이는 데 가담하게 된다. 연극 줄리어스 시저는 부르터스와 카시어스 일당이 시저를 암살한 후 로마 시민의 폭동, 시저의 아들 옥타비어스, 안토니 등과 벌인 필리피전투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연극 줄리어스 시저를 보면 세익스피어는 생각보다 시저에게 부정적인 작가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용맹하고 지적이고 냉철한 시저의 이미지가 아니라, 미신을 믿고 겁이 많으며 귀가 얇고 간질병을 앓고 있으며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약점이 많은 인물로 그리고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제목도 줄리어스 시저이지만 실제 시저는 그리 많이 나오지도 않는다.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윤상화 배우가 연기하는 부르터스의 입장을 중심으로 극이 펼쳐진다. 그리고 부르터스의 죽음과 함께 극도 막을 내린다.

 

부르터스와 함께 극의 중심을 이루는 인물은 시저의 충신 안토니이다. 박호산 배우가 연기하는 안토니는 술꾼이지만 용맹한 투사이기도 하고 영민한 인물로 나온다. 시저가 죽고 부르터스와 그 일당들의 피붙은 손을 잡으며 한패가 된 듯 행동하지만 곧 부르터스의 허가 아래 시민들 앞에서 시저의 추모 연설을 한다. 그리고 그 연설을 통해서 교묘하게 시민들의 심리를 꿰뚫어보고 선동을 한다. 로마는 곧 폭동을 일으키고 부르터스 일당이 로마를 두고 도망을 치게 만든다. 아마도 안토니는 시저 이후에 스스로 황제를 꿈꾼 걸지도 모르겠다. 정말 시저를 사랑해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복수를 하려 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일인자가 되고 싶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극중 필리피 전투를 준비하는 안토니의 모습은 철저한 야심가로 그려진다.

 

시저의 죽음 뒤 분노하다가도 부르터스의 연설을 듣고 감화되어 부르터스 만세! 를 외치던 로마시민들은 안토니의 연설을 듣고는 다시 부화뇌동하여 폭동을 일으킨다. 어찌 보면 어리석고 우습게 보인다. 어지러운 요즘 시국을 생각하면 참 씁쓸한 생각이 든다.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 하는... 광보 연출님의 작품을 보다 보면 이렇게 자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강하게 주장하지도 강요하지도 않지만 말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필리피 전투. 웅장하지도 치열하지도 않지만 긴장감은 느껴진다. 그리고 오히려 위트가 있고 실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찡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참 묘한 장면이었다. 세익스피어의 길고도 짧은, 수사가 많은 대사들이 집중을 강요하기 때문에 몰입해서 보다가도 위트 있는 연출에 웃음이 터져나오는 느낌이다. 팽팽하게 잡아당기다가 살짝살짝 힘을 빼서 여유를 준다고 해야 할까. 이런 연출이 참 좋다.

 

무대는 오로지 빙 둘러싼 철창뿐이다. 철창 너머는 배우들의 대기실이 되기도 하고 무대가 되기도 하고 소데가 되기도 하는 느낌이었다. 철창에 매달려 웅웅거리는 시민들의 군중심리를 표현하는 데 이보다 효과적일 수는 없을 것 같다. 부르터스와 카시어스 일당에게 하인을 보내 의사를 전하는 장면에서 안토니가 한쪽 철창 안에서 홀로 조명을 받으며 분노하는 대목에서는 의회와 안토니의 집으로 공간이 분리된다. 철창 너머로 보이는 인물의 표정은 더 강하고 날카롭게 느껴진다.

시작 장면에서 시저와 함께 등장하는 정치가들 무리, 마지막 장면에서 안토니와 함께 서서 손을 번쩍 쳐드는 정치가들 무리 그리고 강렬한 조명, 오프닝과 엔딩이 서로 대비되는 걸 보면서, 어찌되었든 세상은 이렇게 강한 자를 중심으로 돌고 또 돌고 또 도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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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어스 시저

- 2014.05.21 ~ 2014.06.15

- 평일 19시 30분ㅣ 주말,공휴일(6/6) 15시ㅣ화요일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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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13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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