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한때 누구에게나 들렸을 이야기 그러나 잊혀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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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4.05.07
조회 2865
난 사실 이상우의 연출보다 데이빗 그레이그의 극본을 사랑해서 찾아왔다. 데이빗의 낯설고도 특별한 대사와 그의 공간들을 과연 이상우 연출가가 얼마나 자신의 색을 버리지 않고 잘 표현했는지 진심으로 보러가고 싶었다. 명동예술극장의 특성상 높은 천장을 이용한 연극이 많았음을 생각하여(적절한 여백의 미를 사용하여 공간을 가득 채우는 연출효과에 제격인 극장인 명동예술극장. 몇몇 연극이 아닌 이상 명동예술극장의 높은 천장의 메리트는 정말로 멋지고 화려한 연출이 나올 수 있어 정말 좋고 환상적이다.) 이번에도 2층의 맨뒷자리를 선택했다. 역시나 3개의 스크린과 공간 구석구석을 채운 사다리들이 어떤 연극을 보여줄 지 공연 시작 5분 전 나를 심장 뛰게 만들었다.
가운데의 천체망원경 과연 무엇을 보고 전달할까? 사방의 사다리들, 과연 무엇을 보고 전달할까? 가운데의 꽃과 두개의 의자, 누구를 위하여 보고 전달할까? 높다란 세계를 위해 멀리 떨어진 그들이 과연 무엇을 보고 전달할까? 푸르스름한 조명들, 과연 어둠을 밝히는 마음일까 아님 비온 다음의 어두컴컴함일까,? 나는 무엇을 보고 나의 세상에게 무엇을 전달하게 될까? 그의 마지막 메세지는 그녀에게 어떻게 전달되어 나갈까..? 무대 위의 모든 사물들이 무엇을 말하고 전달할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다행히도 극작가의 지역색이 여전히 독특한 것을 확인했다. 내가 사랑하는 스코틀랜드의 출신인 데이빗 그레이그는 나스타샤를 통해 계속해서 "난 아일랜드 여자가 아니라구요."를 외쳤는데, 보는 순간마다 피식피식 웃겼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를 버리지 않은 이상우 연출가에게 너무나도 감사했다.
뛰어난 영상이 연극 전체를 압도하고 있다. 사실 난 이상우 연출가의 연출 능력도 대단하다고 느꼈지만 (이렇게나 어려운 극본을 선택하고 극작가의 말을 힘입어 (데이빗 그레이그: 다들 어디선가 만나본 적 있는 사람이다) 만들어낸 연극은 꽤나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장성호 감독은 정말 우리나라 컴퓨터영상에 한 획을 그을 사람이라고 느꼈다. 3개의 스크린은 사실 내가 지금 천체망원경으로 하늘을 보고 있는건지, 아님 연극을 보고 있는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타임리스라는 영상과 우주사진을 겹쳐서 만들어진 이 영상들은 정말로 명동예술극장에서만 할 수 있고, 또 이상우 연출가와 손을 잡은 장성호 감독만이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다. 그러나 다행히도 배우의 연기가 3개의 스크린 속 배경을 압도하였기에 나의 시선은 배우에게 꽂혔다.
데이빗 그레이그를 만남으로써 이상우의 연출이 세련되어졌다. 사실 투박하고 촌스럽고 거칠게 내뱉는 욕은 데이빗이나 이상우 연출가나 똑같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극본이 연극화가 되어지면서 오히려 난 과연 데이빗 그레이그가 하고자 하는 말이 이거였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연출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데이빗 그레이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조금 달라진 것이 엄청나게 다른 연극이 만들어진 것 같다. 아니 난 이상우 연출가가 하고 싶은 말을 조금 뒤에서야 이해했다. 이 연극은 사실 내게 너무나도 어려운 연극이었다.
서로 소통하고자 하는 의도(마음)들이 서로가 과해서 아무리 시도를 해도 계속해서 사라지는 신호들이, 마치 광활한 우주를 달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결국에 찾아낸 이 연극의 이야기가 지금 나의 상황이었다니, 그래서 더 많이 알고 배운 연극이었다. 우주에서 한 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 비행사의 이야기가, 현재 지금 여기에도 계속해서 외쳐지고 전달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도 우리는 지금 , 나는 지금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있다.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 커튼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