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Good? Good!을 향한 우리의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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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훈
등록일 2014.05.01
조회 2016
우리는 얼마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가. 또한 얼마나 타인이 세워놓은 잣대에 나의 가치관을 투영시키는가. 연극을 보면서 위와 같은 생각들에 사로잡혔고, 그것들은 블루, 레드, 블랙이라는 색으로 대변되었다.
열정을 상징하는 레드, 우울을 상징하는 블루, 그것들을 모두 삼켜버리는 블랙. 어쩌면 우리의 레드는 블랙이라는 사회의 통념에 좀먹혀 블루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지나간 화려한 시절을 추억하려 하거나, 현재의 삶에 환멸을 느끼는 근원엔 다시 그 찬란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블랙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남편과의 좋았던 시절에 머무는 부인, 과거의 소위 잘나가던 나사 시절을 생각하는 신호송신원, 국가가 배정한 임무에 자신과 가족을 잊어버린 우주비행사, 떠나버린 아비를 원망하며 속세에 찌들어버린 술집 여자 등... 그들은 사람이기 전에 블랙이 조장하는 하나의 개체들이 아니었을까. 모든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느꼈음직한 부분은 그들의 공허함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은 일말의 희망이 있다. 그것은 바로 빛이다. 어둠속의 빛을 보는 순간만큼은 모두들 다시 레드의 감정을 품는다. 온전히 자신으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내가 블랙의 존재가 아니라, 블랙 속에서도 온전히 빛을 발할 수 있는. 그 순간을 인식할 때만큼 그들이 빛나는 순간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그 때만이 Good이라는 진정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수많은 블랙에 의해 어쩌면 우리 자신을 너무 잃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찾고 나를 온전히 보여주고 표현하는 것. 이것이 어쩌면 레드의 원동력이자 내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미미하지만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는 것. 결국 이것이 우리에게 주려는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