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우주비행사...복잡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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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4.04.17
조회 2568
제목만 봤을 때는...저 멀리 어딘가로 누군가를 떠나보낸 사람에게, 그 곳이 우주 밖일지라도 누군가 널 지켜
보는 신비로운 힐링이 들어있을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을 받은 장면도 있기는 했다. 커다랗고 고급진 LED 화면
가득히 펼쳐진 무한한 우주공간은 잠시나마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명동예술극장에서 하는 명작에 자주 감동받으며 별 의심없이 이 작품을 선택했는데 여러가지 시도에도 아쉬
움이 남아서 쓰게 되었다. 희곡을 접하지 않아서 작품 자체가 그런 건지, 연출의 해석이 그런 건지, 연기의
한계인지 잘 모르겠다. 국립극장에 올려지는 작품들이 대부분 괜찮고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객으로서 다소 아쉬웠던 점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우주공간과 우주를 표현하면서 현실세계까지 포함하려는 무대는 그런대로 어울린다고 생각되었으나
우주선의 위치를 가운데 잡음으로써 비행사들의 퇴장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 장면이 연결되어, 혹은
다음 장면은 이미 시작되었음에도 비행사들은 한참을 사다리를 잡고 내려가야하는 것이 계속 시선을 끄는 등
등퇴장상의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이 나온다. 공연시간이 너무 길어서 일부러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스타샤의 뜬금없는 독창이 몇 분이나 계속 된 걸 보면 런닝타임에 대한 배려도 아닌 것 같다.
배우의 정점의 순간마다 장면전환이 그런 식으로 처리되어 몰입이 방해되었다.
2. LED 화면은 우주 뿐 아니라 배우의 대사나 분위기로 알 수 있는 배경까지도 계속 사용됨으로써 연극적
상상력을 해치는 수준까지 사용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3. 나스타샤역을 맡은 배우의 이미지나 분위기는 역할에 맡는 것처럼 보이지만 복식호흡이 안되는지 소리만
질러대고 대사가 안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역할해석도 한 톤으로만 해서 인물이 깊이있게 전달되지 않으며
술과 마약에 쪄들어있는 소녀가 노래는 왜 하는지(술집가수라서?), 우주에 대고 왜 외쳐대는지(아빠가 거기
있어서?) 너무 피상적으로 접근하여 무엇에 접속하려고 하는 건지 알기 어려웠다. 건물옥상 장면에 올라가는
장면도 뭔가 일어날 것처럼 위기감은 조성하였으나 계속 그렇게 소리질러대고 그러다 끝나서 그 조성된
위기감이 사기처럼 보였다. 그런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매달리는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대장치가 배우에게 한계를 주었기 때문인지... 그래서 나스타샤의 여러 독백이 군더더기처럼 보인다.
연출가의 전작 '광부화가들'을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쉽게 선택하였는데 그 때도 한 여배우의 발성과
연기가 전체적 수준보다 많이 떨어져 왜 저런 배우를 썼을까...하였다가 (평소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유명 영화배우였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랬다.
이번에도 다른 역할들에 비해 유난히 배우가 아쉬웠던 역할이 나스타샤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4. 중간중간 다른 인물들에 의해 같은 대사가 반복되기도 하고, 다른 공간 인물들간에 결국 서로 연결지점이
있어서 사건의 개연성으로 치기에는 너무 우연스럽고, 이게 접속을 이야기하려는 건지, 윤회적인 생각을
말하려는 건지 다소 혼란스러웠다. 특히 비비안과 실비아를 같은 배우를 쓴 것은 그런 생각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 것 같다. 죽도 밥도 아닌 느낌. 이것도 건드리고 저것도 건드리지만 뭘 말하는 지 모르겠는...
전반적인 느낌으로는, 몇 가지 울림을 주는 장면들이 있었음에도... '광부화가들' 보다 좀 실망스러웠다.
'접속' 자체가 아니라 무엇에 왜 접속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몇몇에서는 드러나고 몇몇에서는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공연에 쓴소리만 한 것은 아닌지 마음에 걸리지만 좋은 연극 계속
보고 싶은 마음에 마음 걸리면서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