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워 타운 (Our Town)> 죽음에 이르러서야 깨닫게 되는 삶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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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2.10.15
조회 2197
추석날 오후
아들래미 딸래미와 함께 아워 타운을 보았다. .
사람들끼리 부딪히며 사람들에게 밀려 찾아간 명동 예술극장 앞은
명동이 아닌 듯, 명동스럽지(?) 않는 공간으로 방치된 듯,
그 앞만 유일하게 비어 있었다.
미묘하게 서늘해 보였다.
모든 정신적인 곳에는 특유의 한적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
마음ㅡ 적요함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곳,.
그게 아무리 소란스러운 다운타운이라 할지라도,
엮기 좋아하는 성품대로 그렇게 얼기설기 엮어가며 들어간
극장에서 나는 한줄기 서늘한 가을 바람 같은 순간을 경험햇다.
무대감독으로 분한 서이숙이 아주 열심히 연기를 한다.
오이디푸스에서도 왕비역을 할 때 아주 잘하더라.
잘 익은 열무김치처럼 사근거리게....
목소리가 명료하다. 그래서 전달도 잘된다.
내래이션을 하는데
그러니까 무대감독역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녀는 지문이었다.
여기는 누구네 집이구요. 저기는 누구네 집이에요. 저기 기차가 지나가구요....
그녀의 손짓 한 번에 집이 되고 기찻길이 되는....
연극판은 요술판이기도 하다.
19001년 어느 동네다.
잡다한 수다와 아침이면 아이들을 깨우고 우유장사가 지나가고....
엄마는 꼭꼭 씹어 먹으라는 말을 약방에 감초처럼 한다.
저기 조금 위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아이들.......
아주 작은 동네의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 지루하다 싶게 펼쳐진다.
늦은 밤 교회에 모여 수다와 함께 버무리는 찬양연습....
한 대목 눈에 잡히긴 했다.
그녀들 헤어지기 전 깊은 밤에...별을 보고 하늘을 보다 약간 홀린다.
그래 어디론가 떠나려다 결국 다시 집으로 향하는,...
아주 시시하지만
나는 그런 대목에서 삶이라는 실체를 대하게 된다.
내 젊은 아들 딸은 그저 스쳐지나갈 대목에서
늙은 엄마는 바라보는 것이다.
생을!
동네 아이둘이 자라나서 사랑하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되고
동네사람들은 실제로 노래연습을 해서
그들의 결혼식에 축가를 부른다.
삼부가 시작되었다.
연극의 소품이자 풍기는 이미지가 풍부했던 의자가..... 3막 내내 같은 의자였을까.....
같은 의자였는데 조명과 상황에 따라 그렇게 달리 보였던 것일까?
푸르스름한 푸름,
그림자의 빛깔인 어두운 회색
길쭉길쭉 둥쪽으로 선몇개 솟아나 있는 의자들....
한 방향을 보고 앉아있는 사람들....
강물뒤의 도시 같은
죽음 뒤의 세상이 그렇게 펼쳐졌다.
아기를 낳다가
그토록 아름답던 젊은 산모가 죽고
죽음의 세상으로 온다.
되돌아가고 싶은
지나온 세상.....
가장 기쁘고 아름다웟던 시간속으로 가보려하니 시어머니였던 여인이 권한다.
그냥 가장 폅범한 시간속으로 가렴. 그게 나을 거야.
그래서 젊은 산모는 열두 살 생일날 속으로 되돌아 간다.
생경스럽게 펼쳐지는 그 평범한 하루.....
일어나라 꼭꼭 씹어먹으렴 우유장사.. 추위, 퇴근한 남편.....
한번도 고맙게 여기지 않았던,
오히려 지루하기 그지없었던,
아무일 일어나지 않아 짜증스럽던
졸리기 까지 했던......
생활의 아름다움이라니.....
결국 죽음에 이르러서야 깨닫게 되는 아이러니한.......
삶의 아름다움을 작가는 이야기 하고 싶엇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죽음뒤의 세상도......
괜찮아 보였다.
아워 타운의 가장 큰 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