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검색
회원가입 로그인 지금 가입하고
공연 할인쿠폰 받아가세요!
ENGLISH 후원 디지털 아카이브

  • <헤다 가블러 > 내 삶의 주인은 나인가?
  • 작성자 윤*정

    등록일 2012.05.18

    조회 5251

명동예술극장은 2009년 6월에 재개관함과 동시에 다양한 목표를 세웠다.

1. 동시대인들의 삶과 꿈을 담은 수준 높은 연극을 만들고 2. 한국연극의 관객층을 두텁게 하는 것, 3. 연극인과 관객에게 세련된 서비스를 제공하여 폭넓은 만족도를 선사함이었다.

세 가지 목표설정을 이루고자 한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세 가지 목표가 모두 충족되어있는 연극을 상연했다. 바로 <헤다 가블러>다.

노르웨이최고의 작가 헨릭 입센이 27년간의 자의적 망명을 끝내고 고국 노르웨이로 돌아가기 직전 뮌헨에서 마지막으로 발표된 작품 <헤다 가블러>는 삶과 사회에 대한 성찰이 일상적인 언어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있으면서, 한 인물을 통해 ‘생각’을 하게 되고 자신과 대면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는 작품이다.

노르웨이 최고의 작가 헨릭 입센의 작품인 만큼 명동예술극장에서는 [5월 4일(금) <뭉크, 입센을 만나다>],[5월 11일(금) <노르웨이와 입센, 그리고 헤다 가블러>], 5월 18일(금) <헤다 가블러, 오늘의 한국을 만나다>]의 주제로 연극이 시작되기 전에 15동안의 짧은 강연을 통해 입센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쉽게 안내했다. 또한 입센의 세계를 새롭게 경험하게 도와주기위해 <헨리크입센을 만나다.- 강연식토론회>와,<입센 들여다보기.- 특별 세미나>도 열었다.

<헤다 가블러>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헨릭 입센이 어떤 인물인지, 그가 작품 속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주제가 숨어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헨릭 입센은 1828년 3월 20일 노르웨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집안의 파산으로 인해 그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내성적이었던 입센은 형제들과 어울리지 않고 성경을 즐겨 읽었다. 또한 그림을 그리거나 인형을 만들며 놀았다. 그는 의학공부를 하려했지만 흥미를 잃어 대학입학을 포기하고 문학과 미학을 독학하며 극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가 쓴 희곡들은 연극계와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해 그는 적대감과 오해에 스스로 극작가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기까지 했다. 그는 크고 넓은 세계를 열망했고 자의적 망명을 27년간 떠났다. 입센은 인간들, 수많은 예술품과 접하면서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되고 수준 높은 연극문화를 누렸다. 이 후 그는 자의적 망명을 끝내고 노르웨이로 들어가기 전에 <헤다 가블러>를 발표한다.

<헤다 가블러> 에는 입센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다. ‘인간 관찰자’ 이었던 입센은 만년에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눈길을 주었고 그녀들의 젊음을 통해 창조를 위한 영감을 얻고자했다. 입센과 친밀한 관계를 가졌던 세 명의 젊은 여성들이 있는데 이중 한명은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아마추어 가수였다. 이 여성은 당시 여성으로서 자기실현의 길이 어려웠기 때문에 뚜렷한 목표 없이 콘서트, 무도회, 오페라, 극장에 가고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상류사회의 여성들이 누리는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입센은 그 여성과의 2달동안의 짧은 만남을 통해 ‘내 전 생애에서 가장 행복하고, 가장 아름다운 때였다“고 말했고 입센에게 깊은 흔적을 남겼다, 이는 헤다 가블러의 비극과도 연관이 되는데, 건강한 시민으로 삶을 영위하며 스캔들을 두려워했던 입센이, 그의 아내 수잔나와 소유할 수 없는 여성 사이에서 비극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헤다 가블러>의 헤다가 갖고 있는 상류사회에서의 스캔들에 대한 공포심이 작품 속에 녹아있는 듯싶다.

<헤다 가블러>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헤다를 맞이하기 위해 율리안네 테스만이 헤다의 집에 오는 것부터 시작한다. 조카 이외르겐이 가블러 장군의 딸과 결혼한 것에 대한 감탄과 이외르겐이 여행 중 박사가 되었다는 것에 대해 기분이 들떠있다. 또한 이외르겐는 헤다 가블러 숭배자들이 많은 가운데 자신이 그의 남편이 되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이를 통해 헤다는 다른 여성과는 다르게 자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외르겐은 교수가 될 전망만 있을 뿐 돈벌이가 없지만 헤다를 위해 6개월이라는 긴 신혼여행을 했고, 큰 저택을 샀다. 헤다가 원하는 꿈의 집을 마련하느라 아직 교수직을 얻지 못한 조카를 위해 율리안네 테스만은 자신의 연금마저 내놓은 상태였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의 꿈을 조카 이외르겐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도록 돕는 것이라고 한다.

이때 헤다 가블러가 등장한다. 남편 이외르겐이 리나 고모가 수를 놓았다는 어릴 적 슬리퍼를 들고 감동하여 헤다 가블러에게 말하지만 그녀는 상관없는 일인듯 차갑고 냉정하게 행동한다. 헤다 역을 맡은 배우 이혜영씨는 말투와 행동 외모로 헤다를 너무나도 잘 표현했다.

그녀는 자신의 피아노가 다른 가구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녀는 피아노를 빌어 자신이 이곳에 적합하지 않은 곳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헤다의 동급생인 테아가 등장한다. 외모와 행동으로 보아 헤다와 테아는 정 반대의 이미지다. 그녀는 남자에게 봉사하며 자신이 한 남자에게 의미 있는 여자라는 데에서 인생의 가치를 둔 여자다. 그녀는 헤다와 옛 연인이었던 뢰브보르그가 시내에 있다고 헤다에게 알려준다. 테아는 자신을 진정한 인간으로 만들어줬다는 뢰브보로그를 따라 남편을 버리고 왔음을 말한다. 스캔들을 두려워하는 헤다와는 달리 두려울 것이 없던 테아의 용기에 헤다는 질투를 느낀다.

테아는 그와의 글 작업을 할 때 ‘한 여자의 그림자’ 가 있어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까 걱정한다. 그녀는 빨간 머리 여가수라고 생각하지만 그 그림자의 주인공은 헤다였다

헤다가 진정으로 원했던 남자 뢰브보로그는 결혼을 위해 헤다에게 아무것도 약속하지 못해 남편감이 될 수 없었고 헤다는 우정이상을 원하는 뢰브보로그에게 권총을 겨누기까지 했다. 자신이 원하는 사랑이지만 총을 겨누는 것으로 보아 헤다는 매우 이중적인 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헤다의 성격에서 보이는 복잡함에서 <헤다 가블러>의 수용이 어렵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판사 브라크가 찾아와 교수직이 뢰브보르그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하자 테스만은 헤다에게 결혼 전 약속한 사교생활, 승마, 남자하인을 전혀 해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녀는 시간을 보낼 것이 있다며 가블러장군의 권총을 들고 들어간다.

브라크가 다시 찾아오자 헤다는 그에게 권총을 겨누고 허공에 쏜다. 두 사람은 서로 만나고 싶어 했는데 그 의미는 다르다. 브라크는 헤다를 아내가 아닌 정을 두고 깊이 사귀고 싶은 여자로 만나고 싶어 하고 헤다는 그와 달리 그에게 마음속을 털어놓고 싶어 한다.

나중에는 뢰브보르그가 자살할 때 가지고 있던 권총이 그녀의 것임을 아는 브라크는 그녀에게 삼각관계를 원하며 끈질기게 접근한다. 결국 덫에 걸린 헤다는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이 되고자 하는 열망 때문에 현실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권총으로 자살을 하게 된다.

 헤다는 테아에게 총각파티에 간 뢰브보로그가 포도넝쿨을 머리에 두르고 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헤다는 누군가에게 힘을 행사하여 그의 인생을 마음대로 하고자 원함을 알 수 있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뢰브보로그라고 생각했고 이단의 가르침을 주관하는 사람이 자신 이였으면 싶었던 것이다.

헤다는 어떤 것에도 봉사하지 않으려고 한다. 남성을 위한 삶보다는 그녀 자신을 위해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녀에게 자연스레 찾아오는 부가적인 부분들 거부해 그것으로부터 찾아오는 한 인간의 절규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대 정중앙에 위치한 등받이 없는 소파는 언제든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헤다의 미래를 상징하고, 극의 마지막에 흔들거리는 400여개의 유리 글라스는 헤다의 심장을 의미해 그녀의 불안 증세를 극대화로 보여준다.

헨릭입센이 관객들에게 넌지시 던져주고자 한 주제에 박정희 연출이 더해지니 작품의 완성도 완벽했다.

박정희 연출가는 2001년 `하녀들`을 시작으로 `철로`(2008), `예술하는 습관`(2011)까지 특유의 실험색 짙은 작품을 연이어 발표했다. <헤다 가블러>에서는 장면과 이야기가 추리 극처럼 전개되게 만들어 극을 보는 내내 집중을 할 수 있게 만들었고. 헤다의 욕망이 보여지는 부분에서는 조명과 음향으로 긴장감을 더욱 높였다. 160분의 짧지 않은 공연을 본 후 ‘ 내 삶의 주인은 나인가?’  문장이 머릿속에서 빙빙 떠나지않았다.

20120319_web_view_thumb.jpg
헤다 가블러

- 2012.05.02 ~ 2012.05.28

- 평일 19시30분ㅣ주말, 공휴일, 5/9(수), 5/23(수) 15시ㅣ화요일 쉼 | 5/3(목) 7시 공연은 매진되었습니다

-

- 1층 중앙블럭 1열과 2열은 높이 차이가 거의 없어서 2열 착석시 1열 관객으로 인한 시야장애가 일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보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