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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어파우스트"> 메아리 없는 외침같은..( 연극 '우어파우스트'를 보고)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1.09.21

    조회 1917

"괴테와의 대화"라는 책은 작가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꺼드럭거리는 맘으로 집어든 책이었다.
하지만 700페이지 가량되는 대다가 고전에 무뇌한인 나에겐 어렵기만 해서..
마치 고봉으로 꾹꾹 눌러 담은 흰쌀밥만 놓인 밥상을 받고서는
어쩔 수 없이 그 쌀밥을 씹고 씹어 적당히 침속에 아밀라아제와 결합하여 단맛이 나면 그것을 반찬삼아 넘기듯..
그렇게 꾸역꾸역 곱씹으며 한장한장 겨우 읽어낸 책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들은 생각은


먼저 옛날사람들이 가진 지식은 참 대단하다라는 거.. 그정도로 똑똑해질라면 정말 숨찼겠다라는 생각..
하긴 요즘사람들도 숨막히게 똑똑한 사람 참 많다..
특히 요즘은 이동진씨를 보면 그런듯..하긴 안철수 씨도 그렇고 박경철씨도 그렇고..
아..내가 멍청한거구나..ㅡㅡ;;;


두번째로 사람들이 그렇게 괴테에게 열광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파우스트를 읽게 되었다.
쉽지않았다.
1부는 그래도 술술 읽었지만..2부는 좌절이었다..
술술 읽었던 1부도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난 도통 괴테가 무얼 전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었다.
그걸 통해 내가 느낄 수 있는것이 없었다.
작가론적 관점으로나 효용론적 관점으로나 나에게 파우스트는 메아리없는 외침 같았다.
그렇게 파우스트는 나의 지적 욕구에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러던 중 '우어파우스트' 연극 소식을 접했다.
우어파우스트는 파우스트의 초고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파우스트 보다 쉽게 쓰여졌다고 하니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것 같았다.
또 다비드 뵈쉬라는 독일의 촉망받는 연출가의 작품이라 올해 가장 주목받는 연극이라고 하니..주저없이 예매했다.


우어파우스트라도 파우스트니까 지루할 수 있겠다 싶어 혹시 졸까 걱정하는 마음이 생겨 사탕 두개를 사들고 들어갔는데..
왠걸..
공연 내내 혼이 빠져 연극을 보았다.


첫째로 정보석!!
태어나서 그렇게 섹시한 중년을 실제로 본건 처음이었다.
젊은이들의 팽팽함에 들어있는 불필요한 고집이 빠진 폭신하고 여유있는 외모에서 느껴지는 중후함과
사랑에 애닳아하는 괴테가 적절히 스며있는 괴테in 정보석은 연극을 보는 내내 나의 맘을 두근거리게 했다.


둘째로 오랜만에 나선 연극으로의 나들이!!
영화나 드라마의 일상같은 연기와는 달리 다소 생략되고 과장된 연극에서만 볼 수 있는 집중된 연기는 생동감 넘쳤고 신선했다.


셋째로 연출가!
다비드 뵈쉬라는 연출가는 사실 난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명성만큼이나 대단한 실력자인것 같았다.
고전을 이렇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니 대단한 능력자다 생각했다.


넷째로 여전히 남은  트라우마!
난 여전히 파우스트에 대한 트라우마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었다.
예수를 믿는 종교를 가지지 못 했기 때문일까?
파우스트나 우어파우스트나 구원으로 귀결되는 결론이 난 못마땅했다.
그레첸이 겪은 그 고통들..
난 간접적으로 겪은 것에 불과했음에도 그레첸의 고통이 너무 아팠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의 장난질로 시작된 그녀가 겪은 그 상상도 하기 싫은 고통들이..
"구원받았노라"라는 한마디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깨끗해진다는게 난 화가 났다.
구원!! 이라는 것에 부여된 그 원대한 가치가 난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세련되고 현대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어쨌든 이 결론은 너무 전근대적이고 불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이었다.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과학도 객관적으로 눈에 보이는 현상이 만들어낸 믿음의 영역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종교와 비슷하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나의 비평도 그리 근대적이고 합리적인것이 아닐 지도 모른다..
괴테와 나 사이의 세대차이일지도 모르고..;;;;ㅋ


이것봐라..
생각이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니..머릿속에 생각들이 엉켜버려 복잡하기 그지 없잖아!
파우스트는 그런 작품이다.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로같은..


어쨋든 나름의 정의를 내려보자면..
파우스트도 메피스토펠레스도 그레첸도 신도
모두 나의 안에 존재하는 나의 자아의 여러 모습이다.
그중 어떤 모습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우린 각자 다른 인생을 산다.
한 인생의 주인공을 맡은 이상은 그게 어떤 모습이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결과는 우리가 감내해야하는 것이다.
결국 어떤 인생이 올바르다는 정답은 없다.
내가 이끄는대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석가탄신일..
부처님 앞에서 내 인생의 의문점들의 답을 갈구하며 간절히 불경을 외우던날
조용히 내 귓가 언저리를 맴돌던 " 넌 이미 알고 있다"는 맘속의 울림처럼..


그렇기에 인생은 고해인가보다.


 

20110819_우어_연극평론.jpg
"우어파우스트"

- 2011.09.03 ~ 2011.10.03

- 평일 7시 30분 / 주말, 공휴일 3시 / 9월20일(화) 3시 / 매주 수요일, 추석 당일(9/12 월) 공연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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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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