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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청공연 <한여름 밤의 꿈>>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 10년? 아니 100년!
  • 작성자 안*선

    등록일 2011.08.21

    조회 3168

 

 


극단 여행자의 연극 ‘한여름 밤의 꿈(양정웅 연출)’이 열 살이 되었다고 한다. 내가 알기로 초연은 2002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참가로 아는데 그 이전에 워크숍 형태의 공연이라도 올려졌나보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 원작에 한국적인 색채가 가미한 이 작품은 극단 여행자의 이름을 국내 뿐 아니라 세계에 알리게 된 효자 상품이다. ‘밀양여름예술축제’ 에서 대상과 인기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2002년 대학로에 입성하여 최고의 흥행을 거두고, 한국연극협회에서 주관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 7’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2003년에는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좋은 연극 1위를 수상하였고, 2004년에는 동영아트홀 개관작으로 선정되었으며, 2005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극찬을 받은 뒤, 2006년 한국 연극 사상 최초로 영국 런던 ‘바비칸 센터'에 초청되었다.

 

올해 9월에는 베세토 연극제에 초청되어 지난의 백화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고, 2012년에는 영국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초청하여 공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참으로 눈부신 성과다. 근래 K-POP을 미롯하여 대중문화를 근간으로 한류가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지만 사실 한류는 이미 오래 전부터 깊고도 다양한 모습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 십 년 역사에는 눈부신 수상 결과의 발자취에 못지 않은 나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는 이 작품을 2004년에 처음 관람했는데, 그 때 함께 관람했던 남자친구가 공연을 관람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극중에서 '항' 과 '루' 가 사랑을 고백하는 방법으로 고백을 해서 무척이나 놀라고 감동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함께 그 순간을 나누지 않았다면 결코 쌓일 수 없는 추억이다.

 

2007년에는 아르코 대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2004년 공연을 했던 여행자 식구들은 많이 바뀌었으나 '가비'인 정해균씨는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이 작품 전에 <죽도록 죽도록> 이라는 연극을 굉장히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관람해서 정해균씨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2007년의 <한여름 밤의 꿈> 공연에서는 정해균씨의 싸인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주변의 지인들은 대부분 아는 사실이지만 나는 싸인 받는 것이나 배우를 만나는 것에 소극적이라 좋아하는 분들이라도 싸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극히 적다. 소장하고 있는 분은 열 분이 채 되지 않는다.  날 정해균씨는 분장도 지우지 않고 오래도록 팬클럽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싸인지를 내미니까 '이게 무슨 사진이지? ' 하는 표정으로 싸인지 위에 붙은 자신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사실 <죽도록 죽도록>의 작품과 배우들이 너무 좋아서 언젠가는 꼭 싸인을 받아야지 하고 칸을 비워놓고 사진도 붙여 놓았던 것.

오늘은 프로그램에 싸인을 받고 싶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여행자의 다른 식구들은 모두 관객 서비스의 일환으로 로비에서 기념촬영을 해주기도 하고 인사를 해주었는데 정해균씨만 보이지 않았다. 컨디션 난조인지도...어쨌든 좋아하는 배우라고 해도 매번 인연이 되지는 않기 때문에 2007년 아르코 극장에서의 관람은 특별했다.

 



왼쪽은 아직까지 공란인 조영진씨 칸. 오른쪽은 인연이 되었던 정해균씨 싸인.

오늘의 관람은 엄마와 함께 했다. 나는 세 번째 보는 거라서 대부분의 대사나 동선을 알고 있기 때문에 놀라거나 웃지 않게 된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다른 관객들의 반응을 재미있고 흥미진진 하게 관람했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은 자주 상연되어 익숙한 내용이지만 얽히고 설킨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한국적 연희 형식을 만나 전혀 새로운 작품이 된다. 사실 나는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도 이 작품을 굉장히 싫어하는 편인데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처럼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은 아직 보지 못했다. 원작의 요정들은 한국 도깨비 ‘돗’, ‘가비’, ‘두두리’로, 네 남녀는 ‘항’, ‘벽’, ‘루’, ‘익’ 등 우리 별자리의 아름다운 이름을 땄다. 의상은 삼베 한복을 응용하여 활동하기 편하도록 기본 디자인을 따고 청, 적, 황, 록의 아름다운 저고리를 보태어 네 남녀의 각기 다른 성격과 캐릭터가 돋보이도록 했다. ‘돗’, ‘가비’, ‘두두리’ 의 옷은 자연친화적으로 디자인 하였으며 도깨비들이 깃들기 쉬운 사물, 부지깽이나 빗자루 같은 사물을 소품으로 사용한 점도 멋지다.

 

한쪽에는 대청 마루가 있고 무대 정면에는 한지로 구획이 나뉜 문이 있다. 배경은 숲이다. 극장 한 면을 빼곡히 채운 흔들리는 나뭇잎은 감동이다. 시작과 동시에 암전이 되고 도깨비불이 등장하는데 남녀노소 관객들을 집중시키기에 이만한 인트도로 없다는 생각이다. 배경음악은 또 어떠한가! 둥둥 심장 박동을 닮은 북소리 피리 소리, 어딘지 익숙한 느낌의 곡조, 이어서 등장한 배우들의 전통 한국무용을 연상시키는 발놀림과 표정 연기까지 나무랄데가 없는 구성이다.

 



그동안 명동예술극장의 많은 연극들을 보아왔지만 오늘 처럼 남녀노소 모두가 이렇게 환호하는 무대를 본 것은 처음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모두 모두 신이 났다. 두두리들의 원초적인 몸짓에 까르르 웃고,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에 설레고 안타까워 하며, '가비'와 '아주미'의 장단과 타령에 몸을 흔든다.

 

갑자기 몰래 다가와서 놀래키는 '돗', '가비', '두두리' 들로 인해 꺅~~소리를 지르고, 수박과 침 파편에 미리 나누어준 비닐을 덮어쓰고, 두두리들이 던져 주는 야광봉에 너도 나도 서로 가지겠다고 아우성이다. (참 별것도 아닌데..ㅎㅎ엄마는 그렇게 많이 던져 주는데 하나도 못건졌다며 집에 가는 길에 하나 사가지고 가야겠다고 투덜..ㅎㅎㅎ) 모두들 그렇게 영국 셰익스피어의 원작 희곡을 마치 시골 마당에서 모깃불 피워가며 듣는 할머니의 전래동화 처럼 편하고 즐겁고 재미있게 또 현장감 있게 즐기고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봐서 즐거운 작품이었다. 공연 보기 좋아하는 딸 때문에 함께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하게된 엄마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연극이었는데 함께 관람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엄마가 좋아하실거라 확신했던 작품이었으니까.

 

햇수를 더해가면서 관객의 추억도 함께 늘어가는 몇 안되는 작품이라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연극이다. 9월엔 중국의 지난에 가고 싶어졌다. 2012년엔 영국의 런던에 가고 싶어졌다. 옆에 앉은 낯선 외국인들 사이에서 함께 웃고 소리지르며 공감을 나누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부모와, 연인과, 남편과 아내와 아이들과, 친구들과...누구와 함께 해도 좋을 연극이다. 이번에 연인과 관람했다면 몇 년 후에는 부모님과 함께 보고 싶은 연극, 언젠가는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을 연극.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이 10년 추억이 아니라 100년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오래 오래 장수하는 연극이 되기를 바래본다.



 

덧붙임 1: 시작하기 전에 바닥에 둥그런 천막이 깔려 있다가 시작과 동시에 사방에서 잡아당기는 줄고 천막이 올라가면서 극이 시작되었었는데 이번에는 그것이 빠졌다. 사진에서 보이는 줄들도 덩달아 사라지고...여행자라는 극단의 이름과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작품에 무척 어울리는 컨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없어져서 좀 아쉬웠다.

 

덧붙임 2: 명동예술극장에서 우수극초청시리즈로 내년에 극단 백수광부의 '봄날'과 실험극장의 '고곤의 선물'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손에 꼽는 명작 연극이라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고 누가 캐스팅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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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공연 <한여름 밤의 꿈>

- 2011.08.03 ~ 2011.08.21

- 월,목,금 19:30 / 수,토,일,8/15 광복절 15:00 / 매주 화요일 공연없음 ※ 8/3(수) 19:30, 8/20(토) 2회 15:0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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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 이상 관람가, English Surtitles on every Satur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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