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하는 습관"> 칼리반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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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1.07.18
조회 3381
예술하는 습관
명동예술극장
2011. 6. 22~ 7. 10
관람일 : 7. 10
7월 10일 오후 3시, 명동예술극장에서 앨런 베넷 작품, 박정희 연출의 연극 <예술하는 습관> 보고 왔습니다. ^^
어쩌다보니 마지막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요.. 음 근데 전 막공일수록 더 강하게 사로잡혀서 괜히 한 번 더 보고싶은ㅠㅠ 경우가 종종 있어요.
2009년 6월 세종 m 씨어터에서 봤던 서울시극단의 <마라, 사드>가 그랬죠. 이 연극도 막공을 봤는데요.
막공이라 그런지 배우들 연기 몰입도가 정말 최고조에 달했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 소름 끼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그 해 가을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했던 <마라, 사드>도 봤어요. 서울시극단 작품과 여러모로 좀 달랐는데, 이게 바로 연출의 힘인가? 싶었어요.
아무튼 <마라, 사드>는 제가 연극에 빠지게 된 계기이기도 했는데요. 그 이후로 서울시극단 작품은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답니다...
여담이지만 서울시극단의 <마라, 사드> 다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ㅠㅠㅠ 그럼 공연 기간동안 적어도 세 번은 보러 갈 거에요ㅠㅠ 엉엉엉
아무튼 오늘 이 연극 <예술하는 습관>도 막공으로 보고 왔는데요. 진작 봤더라면 좋았을텐데! 싶었어요.
극작가인 앨런 베넷은 영국을 대표하는 극작가라고 해요. 이 작품은 2009년에 런던 로열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인데요.
극중극 구조로, 배우들이 연극 <칼리반의 날>을 연습하는 내용입니다. 이 <칼리반의 날>은 시인 오든과 작곡가 브리튼의 만남을 다루고 있어요.
제목인 <예술하는 습관>은 극중극 속 오든의 대사에서 나오는데요. 그는 '나는 항상 예술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죠.
저는 이 연극에서 오든과 브리튼의 대담보다 콜 보이 스튜어트의 존재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는데요.
아무리 그들이 동성애자였다고는 하지만, 두 예술가의 예술관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려면 굳이 스튜어트의 존재는 필요하지 않았겠죠!
특히 후반부 스튜어트의 존재 필요성은 더욱 커지는데..
그 부분을 보고 저는 오만한 오든이나 작품 제작 중에 고뇌를 느끼는 브리튼보다 스튜어트가 이 연극의 주인공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연극의 제목으로도 쓰인 '칼리반'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나오는 인물인데, 중심에 서고 싶어하지만 결국 주변으로 밀려나고 마는 인물이에요.
극중극의 제목이 '프로스페로의 날'이 아닌 '칼리반의 날'인 것은 더더욱 스튜어트 라는 인물에 대해 확신을 심어줍니다.
마치 예술을 보는 우리 대중들 처럼 느껴지기도 했구요.
그리고 극중극 내에서 브리튼은 오페라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제작하고 있는데요.
오든과 브리튼은 이 작품의 해석에 대해서 의견을 대립하기도 합니다.
저는 소설은 보지 못했고 지난 봄에 영화로 봤는데요.. (연극 속에서 영화의 장면을 보여주는 점도 인상깊었어요!)
아센바흐가 타지오를 유혹한 것인지, 혹은 오든의 말대로 타지오가 유혹한 것인지. 한 작품에 대해 두 가지 견해를 짚어주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그 영화에 대해서, 타지오 역의 비요른 안데르센의 미모와 아센바흐가 너무나도 처절하게 죽어가는 장면만 떠오르거든요.
아무튼 연극 보면서 이 소설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연극을 보면서 <베니스에서의 죽음>, <템페스트> 혹은 오든이나 브리튼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이 없다면
좀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저도 연극이 좀 어렵긴 했는데...
그래도 중간중간 배우들이 깨알같이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기도 해서 객석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답니다.
아 그리고! 무대! 무대가 정말 예뻤어요! 정말 연극의 연습실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 그리고 무대 밑에 무대감독과 음향감독 자리가 있는 점도 신선했어요!
우리의 예술관 뿐만이 아니라 연극 제작 과정이나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와 안 할 때의 간극 등등 포인트가 많은 연극이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미션을 극에서 표현하는 방법도 참 재밌고 기발하다고 생각했는데요.
배우들이 극중극의 연습을 마치고, 무대감독이 "15분 쉬고 다시 시작해요~" 라고 대사를 하고 퇴장을 하자
이윽고 인터미션의 안내를 알리는 장내 방송이 나왔어요. 관객들 모두 어리둥절해 있다가 빵 터져서 다들 또 한 번 웃었답니다.
다음에 앨런 베넷 연극 공연되면 또 보러가고 싶어졌어요~!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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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블로그에 쓴 글을 옮겨 왔는데,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이벤트 응모가 될는지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