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바람둥이 동 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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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1.04.05
조회 2083
3월 27일, 일요일 3시에 명동예술극장을 찾았다. 내가 본 연극 동 주앙은 프랑스 17세기 희극작가인 몰리에르의 작품이다. 작가 몰리에르는 당시 귀족사회나 사회모순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작품을 남겼는데 동 주앙은 시대 규범에 반항하는 바람둥이로 자유의지를 갖는 인물이다. 최용훈님께서 연출하셨다. 32년만의 재공연이라, 고전에서 느낄 수 없는 현대적인 분위기를 기대하며 보았다. 동 주앙은 김도현님이 스가나렐역에는 정규수님이 동루이역에는 권성덕님이 그 외 많은 배우분들 이율, 박미현, 유병훈, 성노진, 한동규, 고병택, 최지훈, 오성택, 이철희, 김동화, 권귀빈, 김영록님께서 출연하셨다.
동 주앙은 귀한 가문의 아들로 태어나 부족함이 없다. 세상의 모든 예쁜 여자에게 마음을 주며 유혹한다. 아내 엘비르가 있지만, 어느 마을에 예쁜 여자가 있다고 하자 배를 타고 작은 시골 마을로 가서 여자들을 유혹한다. 남겨진 엘비르는 슬픈 마음으로 동 주앙을 부르짖는다. 그녀의 오빠들은 동생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에 동 주앙에게 복수하려고 그를 찾아간다. 그녀의 오빠들이 가는 도중 첫째오빠가 위험에 쳐했을 때 동 주앙이 구해준다. 동 주앙인지 모르고 도움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동 주앙이었다. 생명의 은인을 헤칠 수 없어 놔준다. 동 주앙은 또 다른 여성을 유혹하기 위해 길을 가던 중 과거에 자신이 죽인 기사의 무덤을 지나친다. 기사의 석상을 보며 저녁식사에 초대하겠다고 말을 하고 지나친다. 집으로 돌아온 동 주앙은 저녁식사를 하려던 차 무덤의 석상이 찾아와 다음날 자신이 저녁을 초대한다고 한다. 동 주앙은 놀랐지만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다음날 아버지가 동 주앙의 행동에 잘못을 뉘우치라고 말하지만 동 주앙은 뉘우치는 척하며, 아버지를 안정시킨다. 하인 스가나렐은 그런 동 주앙을 보면서 신에게 벌을 받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동 주앙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저녁시간이 되자 석상이 나와 동 주앙에게 저녁을 초대한다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은 동 주앙을 지옥으로 데려가고 끝이 난다.
처음부터 등장할 때 스가나렐이 담배를 피면서 동 주앙을 소개시켜준다. 담배 연기가 우리에게로 오니까 무대가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잠시 후 검은 배경에 동 주앙이 나온다. 귀한 가문의 아들에 걸맞게 빨간색과 하얀색의 멋있는 옷차림, 장화로 등장한다. 무스를 바른 위로 올린 헤어스타일이 여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멋스러움이었다. 등장부터 여자들과 놀고 있는 모습으로 동 주앙의 평소 모습을 보여준 듯 했다.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름다운 여인들에 대한 모독이야” 이러면서 “마음이 시키는 대로 갈 테니 말리자 마라” 라고 외치면서 그의 바람둥이의 면모를 직접 보여주는데, 배우와 차림새와 어울렸다. 앞부분에 하인 스가나렐이랑 같이 나오는 할아버지는 엘비르의 하인이었는데, 동 주앙의 바람기 행동에 화가나 동 주앙을 혼내주려고 한다. 그런데 허리가 굽은 상태여서 빨리 걷지를 못했다.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가서 말 할 기세로 뒤 돌아서서 걸어가면 잘 걷지 못해서 웃음을 유발했다. 그 상황에서 말과 행동이 반대여서 보면서 엄청 웃었다. 스가나렐은 동 주앙의 바람기 행동을 안 좋게 보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이렇게 말하지만 동 주앙이 “뭐라고?” 이러면 “주인님이 옳으십니다.” 이러면서 동 주앙의 비위를 맞춰준다. 이런 장면은 막이 내릴 때 까지 계속 반복된다. 스가나렐이 자기 할 말은 다 하면서 결국 동 주앙의 비위를 맞춰주는 모습이 웃음을 유발했다. 봉산탈춤의 말뚝이가 생각났다. 양반 앞에서 할 말을 다하면서 결국 양반의 비위를 맞춰주는 말뚝이와 하인 스가나렐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인 엘비르가 동 주앙을 “동 주앙~!” 하고 외치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웃겼다. 그리고 엘비르 부인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부분에서도 웃겼다. 동 주앙이 예쁜 여자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배를 타고, 시골 마을에 가서 여자를 유혹 할 때도 인상 깊었다. 두 여자를 유혹해서 두 여자가 동 주앙의 아내가 되겠다며 싸우는 장면이었는데, 이 난감한 상황에서 동 주앙은 두 여자에게 왔다 갔다 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안 들키려고 정당화 시킨다. 그 장면에서 당황해 하는 동 주앙의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언제나 뻔뻔하며 자신감 넘치는 동 주앙 모습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인간적이었다. 한 여자에게는 “넌 인중이 예뻐.” , “넌 눈이 예뻐.” 이러는데 여배우분들의 눈과 인중을 보게 되었다. 이 대화를 하는데 재미있었다. 그렇게 상황을 잘 빠져나온 동주앙은 엘비르의 첫째 오빠를 우연하게 도와준다. 도와주고 나서 보니 첫째 오빠가 찾는 사람이 동 주앙이었다. 그래서 동 주앙은 자기는 동 주앙의 친구라며 상황을 넘기는데 재치도 있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오빠는 과연 동 주앙을 놓아 줄 것인지 그 자리에서 복수를 할 지, 배경색이 검은색으로 변하면서 긴장감을 주었다. 둘째 오빠가 등장 했을 때는 너무 웃겨서 긴장감이 하나도 없었다. 어설픈 등장으로 하인들을 2명 데리고 나왔는데 말에게 물을 먹이라고 명령하는 모습도 어설퍼서 웃음을 유발했다. 동 주앙이 눈앞에 있는데도 죽이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는 모습도 엉성해서 웃음이 나왔다. 동 주앙을 앞에 두고 서로 칼싸움을 하는 모습도 웃겼다. 어찌할지 몰라서 서로 머ant거리고 있는 모습이 웃음을 주었다. 그래도 둘째 오빠가 동생의 복수를 위해 동 주앙을 죽이려고 하자 첫째 오빠가 그것을 막으려고 저지하다가 첫째오빠를 칼로 살짝 찌르는데 첫째 오빠가 “아...” 이러는데 너무 웃겼다. 두 형제가 나와서 웃음을 주고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하인 스가나렐과 동 주앙은 옷을 바꿔 입는다. 이 때 여기서 나오는 행인들이 동 주앙과 하인에게 대하는 대접이 다르다. 옷을 보고 하인이 귀족인줄 알고 깍듯이 대하고 동 주앙에게는 하인 대하는 대하는데, 그 시대에는 계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동 주앙이 기사 무덤을 지날 때 엄청 큰 석상이 서있어서 무슨 의미일지 궁금했다. 그 때는 잠시 나와서 잘 몰랐는데 저녁식사 때 쿵쿵 거리면서 천천히 나오는 모습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위기는 너무 어두운 검은 배경에 석상을 중심으로 비춰주어 집중시켰다. 그래서 나도 긴장감이 더 느껴지고 무슨 말을 할 지 궁금했다. 낮은 목소리로 동 주앙에게 저녁식사를 초대한다고 하길 래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궁금했다. 석상이 찾아오기 전에 빚쟁이가 찾아오는데 그 장면에서도 굉장히 웃겼다. 파마머리로 등장부터 웃음을 주는데 손님을 모시겠다며 흔들의자를 준비 해준다. 흔들의자에 앉은 손님이 앞뒤로 심히 움직이면서 의자에서 흔들거린다. 손님대접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아닌 것 같다. 돈을 받으려고 온 것 같은데 말을 하려고 하면 막으면서 의자를 앞뒤로 흔드는 장면이 웃음을 유발하고 기억에 남는다. 그러면서 손님은 끝까지 말하려고 “제가 하려던 말은” 이러면서 반복하는데 이럴 때마다 말을 자르면서 다른 말로 유도를 한다. 말투가 웃겨서 반복적으로 말하니까 웃음도 나고 여운도 남았다. 결국 빚쟁이는 제대로 된 답도 못 듣고 나가는 장면이 웃기기도 하면서 결국 말을 못하고 나가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다. 아버님에게 혼날 때에는 빨간색 책을 들고 다니면서 뉘우친 척 하는데 사실은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이다. 거짓말을 능숙하게 하면서 그 상황을 빠져나가려고 하는 동 주앙의 상황이 꼭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하인 스가나렐은 동 주앙에게 할 말은 다 하고 동 주앙이 뭐라고 반박을 하면 그 때 말을 바꾸곤 한다. 그래서 동 주앙이 아버지에게 대한 위선적인 행동을 비난해서 바른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동 주앙이 금전을 떨어뜨렸을 때 바로 주워서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금전적인 면 앞에서는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스가나렐도 빨간책을 들고 동 주앙의 그 동안 행동이 잘 못 된 것이라고 큰 소리로 말한다. 그때부터 분위기가 어두워진다. 나도 동 주앙이 벌 받게 될 것이라고 짐작하게 되었다. 검은 배경에 빨간 조명이 분위기에 잘 맞고 인상 깊었다. 천장에 샹들리에가 심하게 흔들려서 벌 받는 분위기에 잘 어울렸다. 하인 스가나렐은 계속 빨간책을 들고 다니며 동 주앙 행동의 잘못을 말했다. 또 석상이 위에서 내려오는데 놀랬다. 엄청난 무게로 보이는 거대한 석상을 무대에서 등장시켜 천장에서 내려오게 하는데 정말 연극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무대장치에 놀랐다. 키도 엄청 큰 석상이라서 내려오는데 혹시 사고라도 나지 않을 까 걱정될 정도였다. 그런데 무사히 잘 내려와 동 주앙을 혼내주었다. 목소리도 지하깊이에 있는 동굴 목소리로 저주를 내리는 목소리로 정말 잘 어울렸다. 동시에 검은 배경에 조명도 빨갛고 어둡고 해서 벌을 내리는 장면으로 실감났다. 동 주앙의 의상도 처음에 입고 나온 귀한 왕자 복이 아니라 검은 색의 복장이었다. 출연했던 배우들의 옷 색도 처음에 밝은 색과는 달리 어두운 색으로 바꿔 입고 나와 그 상황을 더 부각 시켰다. 점점 무대가 어두워지면서 동 주앙이 벌을 받고 끝난다.
수업시간에 본 동 주앙의 뮤지컬과의 차이가 있다면 뮤지컬은 더 큰 무대장치들로 장면 하나 하나가 연결 되는 듯 한 자연스러움이 있고 회전무대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또 석상이 중간 중간에 나와서 앞으로 전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암시를 해준다. 그리고 연극에서는 마지막에 동 주앙이 죽었는지 정확히 알 지 못했는데 뮤지컬에서는 무덤에 빠져 죽는 장면이 나와 생사가 확인된다는 점이다. 결국 자기 죄 때문에 죽게 되는 이야기는 동일하다.
동 주앙이 32년 만의 재공연이어서 더 많은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바람둥이라는 소재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쉽게 느껴졌다. 그 시대나 , 지금 현 사회에서도 흔히 다루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감을 더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 TV나 영화에서 다룰 법한 바람둥이 이야기를 연극무대에서 다루니, 고전의 충실한 재현보다는 현대적인 느낌도 나고, 배우들의 옷도 세련된 현대 작을 새로 본 신선한 기분이다. 원작의 줄거리는 그대로 따오고 배우들의 성격과 말투, 대사에선 고전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현대적이었다. 바람둥이는 어느 시대에서나 풍자와 조롱을 받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벌 받는 것이 유효하리라 믿어 보편성을 갖기 때문이다. 연극인데도 불구하고 무대장치도 완벽했다. 특히 석상이 내려오는 부분에서는 정말 최고였다. 시도하기 힘든 장치였을 텐데 무대에서 그 짧은 시간에 준비되어 내려오니까 실감나고 멋있었다. 또 동 주앙을 보면서 느낀 것은 배우들이 나와서 대화하고 들어갈 때 무대 밖의 외마디 외침이 관심을 끌었다.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신선했다. 여운도 남고 뒤에 무언가가 더 있을 듯한 느낌도 들었다. 동 주앙이 주인공 이긴 하지만 나는 동 주앙의 하인인 스가나렐의 역이 굉장히 중요한 조역이 였다고 생각한다. 옆에서 항상 따라다니면서 동 주앙의 잘못된 부분을 부각시켜주면서, 동주앙에게 감히 대할 수는 없기 때문에 때로는 불쌍하게 보이기도 하고 약간의 틈만 생기면 주인을 훈계하려는 모습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 주앙의 위선적인 모습도 볼 수 있는 연극이었다. 그 시대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연출하여 누구나에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다. 그리고 김도현배우님께서 진짜 동 주앙 같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날씨도 너무 좋은 일요일에 명동예술극장에서 멋있는 연극을 봐서 지금까지도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