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동주앙 보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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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1.04.04
조회 2186
동주앙
2011.03.27
작가: 몰리에르. 17세기 프랑스의 극작가·배우.《타르튀프》,《동 쥐앙(돈 후안)》과 최고작《인간 혐오자》등 성격희극으로 유명하다. 그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 동 주앙은 인간과 사화에 대한 비판의식과 통찰을 희극으로 잘 빚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번역: 조만수
연출: 최용훈 출연 김도현(동 주앙), 정규수(스가나렐), 권성덕(동 루이)
줄거리: 동 주앙은 그의 하인 스가나렐과 함께 아내 엘비르를 피해 여행길을 나섰다. 이에 분노한 엘비르와 엘비르의 오빠들이 쫓아오게 되고, 이런 상황 속에 바람기가 많은 동주앙은 도중에 만난 여러 여성들에게 하는 행동으로 동주앙의 성격과 생각을 알 수 있게 된다. 엘비르의 오빠들을 따돌리고 가던 중 우연히 자신이 죽인 기사의 무덤에 다다른다. 그는 무덤 안에서 장난처럼 기사의 석상을 향해 저녁식사에 초대한다는 말을 하게 된다. 그 후 희대의 바람둥이 동 주앙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죽음으로서 최후를 맞이하는 동 주앙. 그리고 그런 동 주앙을 보며 아무런 감정 없이 그저 웃으며 좋아하는 사람들.
감상: 동주앙의 하인 스가나렐이 공연을 시작하였다. 무대에서 담배를 피우며 흡연은 사교에 능해질 수 있는 수단이라며 관객들에게 담배를 권한다. 웃음을 유도한 부분이겠지만, 담배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별로 웃음이 나오지는 않았다. 사교의 수단으로 담배 말고 좋은 것이 더 많지 않을까? 이후 스가나렐은 자신의 주인인 동 주앙을 패륜남으로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동주앙의 등장, 역시 동 주앙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는 상당히 멋있었다. 동 주앙은 관객들과 소통을 하면서 자신의 주관을 알린다. 여성은 쾌락적인 존재이며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자신에게 여성들은 잘 보일 의무를 가지고 있으며 그런 여성들에게 본인은 사랑을 베풀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앞에 앉은 커플에게 다가가서 얘기한다. “커플이신가요?” 그 커플남이 2년을 사귀었다고 말하자. 동 주앙은 “좋은 일 하시는 겁니다.”라고 얘기한다. 장내는 웃음바다. 동주앙의 입장에서 한 여자와 2년을 사귄다는 것은 다른 여성들에게 자신의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것이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렇기에 좋은 일 하신다고 말한 것이 아닐까?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사소한 웃음코드였을까? 동 주앙은 스가나렐에게 예쁜 여성을 보아서 이곳까지 따라오게 되었다고 얘기한다. 그러자 스가나렐은 동 주앙에게 잘못된 점을 말하려다가 “됐습니다. 주인님하고 말하면 제가 주인님에게 설득 되버리니깐, 차라리 말은 안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시작 부분 때문 이였을까, 나는 공연을 보는 내내 악역으로 비춰지고 그런 행동을 하는 동주앙보다 스가나렐이 더 나빠 보였다. 극 중 스가나렐은 계속 동 주앙을 비판하고 뒤에서 욕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인은 동 주앙을 혐오하면서도 계속 아첨을 하며, 또 마음을 감추며 아첨하는 자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잘 못된 것을 알고도 그냥 지나치는 이런 행동에서 나는 스가나렐이 더 악역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자신의 행동에 자부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위선적인 행동을 일삼는 주인 동 주앙을 올바른 행동을 하게 조언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하지 않고 주저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한다. 동 주앙은 이후 계속 많은 여성들을 유린한다. 마음에 드는 여성을 납치하기 위해 계획을 짜서 실행하다가, 파도에 휩쓸려 어느 섬으로 갔을 때. 자신을 구해준 시골 남자아이의 여자친구에게도 관심을 갖으며, 또 다른 여자에게도 관심을 갖는다. 이 부분에서 동 주앙이 그 두 여성에서 말을 한다. 여기에서 희극에서 빠질 수 없는 웃음코드가 하나 있다. 두 여자에게 달콤한 말로 속이려 할 때 “너는 눈이 참 이뻐”이러고 다른 여자에게 “너는 인중이 정말 이뻐” 라고 할 때 나는 진짜 너무 웃겼다. 동주앙을 보면서 가장 임펙트 있게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이런 말로 두 여성을 속이다가 동주앙은 두 여성에게 똑같이 말한다. “저 여자는 저와 결혼약속을 했다고 거짓말 할 것입니다.” 이렇듯 동 주앙에게 있어서 결혼이란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서 평생 같이 하는 것의 의미가 아닌 그냥 언제나 또 할 수 있는 의미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동주앙에게 있어서 사랑과 결혼은 사치이다. 신, 도덕, 믿음 아무것도 믿지 않고 오직 자신의 쾌락만을 추구하는 동주앙.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귀족으로써의 품위, 도덕에는 더욱 관심이 없다. 몰리에르는 이러한 당시의 귀족들을 풍자하면서 동주앙의 캐릭터를 생각해 내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러한 동주앙에게 인간미가 있어 보이는 것은 자신의 주관대로 행동하며, 또 다른 사람을 설득시킬 수 있는 주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대변의 말들 중에서 몇몇은 나도 수긍이 되었다. 예를 들면, 여성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누군가 알아주길 원하고 그것을 찾아내어 예찬해주는 사람에게 기대길 바란다는 것. 신에게 매일 기도하는 사람에게 당신은 언제나 신께 기도하는데, 신은 왜 당신에게 기도한 만큼의 대우를 해주지 않는가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완전 수긍이 되어 버렸다. 물론 동주앙의 행동이 옳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주장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 시킬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있어 보였다. 엘비르가 찾아와서 동 주앙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물을 때도 동 주앙은 또 얘기한다. 신께서부터 수녀인 당신을 빼앗은 것으로 인한 죄책감이 너무 커서 도망쳐 버렸다고, 신에게 너무 미안해서 당신을 놓아 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동주앙이란 인물 진짜 말은 잘하는 것 같다. 동 주앙 그에게 있어서 두려운 존재는 없는 것일까? 동주앙은 극중 동루이가 제안 한 것을 거절한다. 그러자 동 루이는 위대했던 조상님들의 길을 따르지 않는다며 실망과 분노를 표한다. 하지만 이에도 동주앙은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한다. 그러다가 아버지에게 수긍하는 척 하지만 스가나렐에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아직 아버지는 필요한 존재이므로 아버지를 따르는 척 한다고 한다. 여기서도 스가나렐은 조언을 아낀다. 정말로 주인을 위하는 하인이라면 조언을 아끼지 말고 주인을 제대로 행동하게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동주앙이 결국 사람들에게 처벌받을 때 동 주앙은 사람들에게 외친다. “당신들은 나보다 더 올바르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당신들은 신 앞에 당당할 수 있는가?”, “모두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종교라는 껍데기를 선택하였고, 비겁함을 가리기위해 더 고상한 껍질을 뒤집어 쓰지 않았는가!” 이 부분에서 갑자기 정신이 딱 드는 느낌이 들면서 나도 그렇지 않은가 한번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너처럼”이라고 말하는 데 진짜 소름이 돋는 느낌이 났다. 위선적으로 자신을 고상하게 포장하는 가면을 쓰는 사람들, 자신의 행동을 거짓 없이 행동하며 너무나도 당당한 동 주앙. 무엇이 더 낫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또 무엇이 더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다. 동주앙의 외침에서 그 동안 자신은 가면 없이 솔직하게 살았지만, 이제는 나도 위선이라는 가면을 선택하겠다는 동 주앙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은 실천하기 전에 그들에 의해 결국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현실을 부정하다가 결국 죽음을 받아들이는 동 주앙. “그래, 가보자 지옥.” 동 주앙이 지옥으로 뛰어 들고 나서 사람들은 모두 한손에는 성경책과 십자가를 들고서 웃는다. 같이 웃던 스가나렐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갑자기 외친다. “아.. 내 월급!” 주인의 죽음 앞에서 자신의 물질적인 돈을 걱정하는 스가나렐. 나는 이 캐릭터가 너무나도 싫다. 동 주앙의 행동을 계속 비판했던 스가나렐.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스가나렐이 동 주앙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 주앙이 그토록 외치던 “비겁함을 감추기 위해 더 고상한 껍질을 뒤집어 쓰지 않는가?”,라며 비판한 위선자가 바로 그의 하인 스가나렐이 아닐까? 그런데 의문점이 드는 것은 아무리 동 주앙이 행동이 안 좋다 하지만 그 아무도 동 주앙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동 주앙은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듯 너무나도 즐거워한다. ‘과연 저 사람들은 모두 동 주앙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동 주앙이 말하는 가면으로 자신을 가리는 위선자가 바로 저들이 아닐까?’ ‘저들이 동 주앙을 처벌할 자격이 있을까?’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가식과 위선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아무것도 믿지 않으며 거침없이 행동하는 동 주앙. 동 주앙은 폭력적이며 비난 받아 마땅한 난봉꾼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의 행동에 거짓은 없었다. 모든 것에 진실하게 행동했으며,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을 설득 시킬 정도로 잘 말 했다. 보면서 다른 인물들에게 하는 동 주앙의 말이 나에게 하는 것 같아서 공연 내내 보면서 불편했지만, 나의 행동을 돌이켜 보는 시간이 되었다. 연극을 처음 본 것은 친구랑 소극장에서 봤었는데, 그 때 너무 연극에 푹 빠졌지만 차마 별로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연극을 보니 정말 재미있고 느낀 점도 많았다. 웃음과 감동까진 아니지만 느낀 점을 주게 만드는 연극이었던 것 같다. 웃기지만 그저 웃으면서 볼 수도 없던 그런 희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