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Don Juan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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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1.04.03
조회 1856
Don Juan을 관람하고서
저번주 일요일인 3월 27일 명동 예술극장에서 연극 동 주앙을 관람했다. 동 주앙은 1622년 파리에서 태어난 희극작가 몰리에르에 여러 작품들 중 하나다. 이 작품의 출연진은 동 주앙역에 김도현, 스가나렐역에 정규수, 동 주앙의 아버지인 동 루이역에 권성덕 그리고 몇 명의 조연들이 더 출연한다. 내가 본 연극 동 주앙의 줄거리는 이렇다. 동 주앙과 그의 하인 스가나렐은 동 주앙의 아내 엘비르를 피해 여행 길에 오른다. 그는 자신의 바람기를 정당화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스가나렐은 화가 나고 답답하다. 그러던중 우연히 자신이 죽인 기사의 무덤에 다다르게되고 무덤 앞 기사의 석상에게 장난식으로 저녁식사를 제안하는데 석상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는 그가 지금까지 저질렀던 것들에 대한 심판을 받게된다.
연극이 시작됨을 알리는 스가나렐의 담배 찬양(?)이 시작된다. 난 솔직히 이 처음 장면이 이해가 아직도 잘 안된다. 내가 연출자가 아니라 의도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내 시각에서는 청소년도 볼 수 있는 연극인데 흡연 장면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은 것 같다. 또한 흡연을 권유하는 듯한 스가나렐의 말투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에게도 좋지 않게 다가왔다. 내가 시작을 알리는 연출을 했다면 15세 이상 관람연극 이기 때문에 흡연 장면은 사용하지 않은 스가나렐의 소개로 시작했을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연극은 시작되고 주인공 동 주앙이 등장한다. 동 주앙이 등장하고 그는 그가 바람기 넘치는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듯한 대사를 한다. 이 장면에서 동 주앙은 무대 밑으로 내려온 뒤 관객들 한테 “오늘 물이 왜이래?”라고 외치는데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괜찮았던 것 같다. 연극이라고 해서 관객들과는 아예 간접적인 소통도 없고 재미있는 연극 이라고 들었지만 관객들에게서 큰 웃음이 나오는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선입견이 바뀐 대사와 장면이였다. 이 장면을 제외하고도 주인공이 관객들에게 말을 조금씩 건네는 장면이 있는데 이런 장면들에서 동 주앙의 유머러스한 말투에 관객석에서 웃음이 나왔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바람기 넘치는 그의 모습을 좋지 않는 눈초리로 바라보는 그의 하인 스가나렐. 뒤에선 자신의 주인인 동 주앙에게 욕을 하지만 현실에선 아첨할 수밖에 없는 그가 안타까워 보였다. 조금뒤 그의 아내인 엘비르가 등장한다. 엘비르는 동 주앙을 사랑하지만 세상 모든 아름다운 여성에게 관심을 보이는 동 주앙은 자신의 아내인 엘비르에 대한 마음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것 같다. 엘비르는 자신의 명예까지 버려가며 동 주앙이 자신만을 사랑하는 남자로 만들고 싶어하지만 동 주앙은 아니였다. 그에게 배신감을 느낀 그녀는 수도원에 들어간다. 스가나렐과 길을 떠난 동 주앙은 또 다른 여인인 살로뜨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 장면을 보며 나도 남자라 남성이 여성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지만 동 주앙 정도는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지 얻어 내는 그의 능력이 약간 부럽기도 했다. 그는 항상 모든 여성들에게 했던것 처럼 살로뜨에게도 상처만 안겨주고 길을 떠난다.
길을 떠나던 도중 동 주앙은 한명이 여러명에게 당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달려가서 숫적으로 불리한 한명을 도와주며 “여럿이 한명과 싸우는게 가장 비겁한 일이다.” 라는 식의 대사를 한다. 그러곤 합심해서 적들을 물리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에서 코믹스러운 동 주앙의 전투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이 부족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음향으로만 여렀을 표현한것은 경제적으로(?) 좋은것 같다. 내가 연출자였다면 생각 못할 장면인 것 같은데 이 씬에서 연출자의 센스가 돋보인 것 같다. 물론 이 장면 말고도 연출자의 재치가 돋보인 장면이 여럿 있었다. 그중 괜찮았던 하나는 서로 다른 등장인물들이 대사를 하고 퇴장할때마다 비명을 지르는 데 등장인물과는 전혀 어울리지않는 비명 소리, 예를 들어 절대 그럴 것 같지 않는 동 주앙의 아버지인 동 루이의 비명소리나 무덤을 지키는 기사의 소리 지르는 모습같은 등장인물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등장인물들이 반복하면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준 센스는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다 보니 내가 주로 좋게 보는 장면들이 괜객들에게 웃음을 준 장면들인것 같은데 연극은 지루할 것이란 내 선입견을 바꿔주었기 때문에 내가 이런 부분들을 좋게 보는 것이다.
동 주앙의 도움을 받은 기사는 알고보니 동 주앙 때문에 자신의 명예를 더럽힌 엘비르의 큰 오빠였다. 이 장면 뒤에 엘비르의 작은 오빠가 등장하는데 동 주앙에게 복수심을 갖고 있던 그는 동 주앙에게 복수 하려 하지만 엘비르의 큰 오빠가 자신도 동 주앙에 대한 복수심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기 때문에 그를 죽일 수 없다고 하면서 동생을 말린다. 그를 죽이려는 동생과 그럴수 없다는 형의 티격태격하는 씬에서 동생의 재밌는 연기에 관객들한테서 다시 한번 큰 웃음이 나온다. 이 장면까지 보면서 느낀건 개인적으론 정말 재미있어서 좋았지만 ‘연극이 너무 재미만을 추구 하는것 같다.’ 라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물론 유머러스한 연극이라고 들었지만 내용에 충실한 것이 본 바탕이 되고 거기에 유머를 더해야 하는데 약간 앞뒤가 바뀐 것 같았다. 그렇다고 내용이 머리에 잘 안들어온 것이 아니지만 ‘다음 장면은 무엇일까?’라는 생각보다 ‘등장인물들이 이번에는 어떤 코믹한 연기를 해서 관객을 웃길까?’라는 코미디 프로를 볼때에서나 드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는 것에는 문제가 약간은 있다고 생각된다. 참! 그렇다고 아예 재밌는 장면을 제외시키란 것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용에 충실하면서 재미를 더하는 그런 연극이였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이 장면이 끝나고 다음 장면으로 동 주앙과 스가나렐이 길을 가던중 우연히 동 주앙이 죽인 기사의 무덤에 도착하게 되는데 주인공의 성격이 여기서 제대로 드러난 것 같다.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장난식으로 기사석상에게 저녁식사를 권유하자 석상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저녁식사에 초대받은 기사는 약속시간에 맞게 동 주앙에게 도착해서 그가 지금 까지 저질렀던 악행에 대해 신께 사과하라며 경고한다. 하지만 동 주앙은 그런것은 하지 않겠다고 버티다 결국은 지옥에 떨어지는 벌을 받아 죽게 된다. 난 동 주앙이 갑작스럽게 지옥에 떨어져 죽는 장면은 정말 아니였다고 생각된다. 극이 진행되다가 마무리는 해야되겠고 시간은 계속지나가다보니 갑지기 끝을 내버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뭐랄까... 커플 빼빼로 먹기게임을 하는중에 서로의 입에 닿으려는 순간 시간이 경과되서 뚝 끊어진 느낌이랄까...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아쉬운 느낌이였다. 나였다면 갑자기 극의 결론을 내리기보단 중반부터 끝을 알리는 신호들을 관객들에게 느끼게 해 줬을것 같다. 전반적으로 괜찮았지만 가장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맨 마지막 동 주앙이 죽는 장면이라고 말할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연극에서 다 그런지는 연극을 별로 안봐서 모르겠지만 중복되는 배우들이 여러명을 동시에 연기한 것은 연극이 현실이 아니라는것을 대놓고 드러낸것 같다.
물론 전체적으로 정말 재미있고 만족한 공연이였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무대 장치들, 재미있는 극진행 그리고 장시간 편안하게 자리에 앉아서 관람할 수 있는 안락한 의자까지 전반적으로 거의 모든 것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누가 나에게 이 연극을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뭐냐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대답할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 에게는 위선이 존재한다.”이 동주앙의 말이 나에겐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한 것 같다. 위선이 겉을 둘러싸고 그속에는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겉과 다른 마음을 숨기고 있다는 것. 나는 안 그럴것 같지만 나도 내가 얻고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겉을 속이고 행동한적이 많이 있던것 같다.
오늘 본 이 연극이 내 자신에게 재미와 감동도 주고 나를 돌아볼수도 있게 해준 것 같다. 문화생활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평소에 생각을 하지만 선입견 때문에 그게 잘 안됬는데 이제는 스스로 공연 시간도 알아보고 예매도해서 극장을 찾아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