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역사를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던 <적도 아래의 맥베스>는 실존인물을 통해 사실감을 더하면서 무거운 소재의 내용을 조금 더 재미있게 풀어 내고 있었다.
한국인 이학래씨의 이야기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희생된 힘없는 식민지 백성들의 모습을 잘 담아내었다. 여기서 정의신 작가는 한.일문제를 반추하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를 들추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하고 잊고 있었던 역사를 제대로 응시하면서 그 가운데 억울하게 죽은 젊은이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 이였다. 치욕스런 역사도 역사이므로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인다면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연극의 막이 오르고 무대는 현대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현대로 자유자재로 바뀌고 있었다. 이점에서 연극의 지루함이 없어지고 배우간의 연결고리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처음 극의전개가 빠르게 이어가고 있었고 배우들의 말속도가 빨라서 약간은 당황스러웠다. 작품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고 맥베스란 제목만 보고 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한 재해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과거의 장면에서는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세트였는데 무대장치가 화려하고 정말 수용소를 잘 표현하였다. 또 조명의 세기도 약하게 하여 우울함을 동반하게 하였다. 하지만 무대 위 죄수들은 바닥에 바둑을 두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등 재미있는 요소를 가득 넣어놓았다. 작품에서 박남성 역할의 배우는 연극의 무겁고 진지한 소재의 내용을 조금 더 유쾌하고 발랄하게 만들어 내고 있었다.
무대의 수용소에서는 죄수가 다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각각의 역할을 뚜렷이 구분할 수가 있었는데 이것은 배우마다 캐릭터를 잘 살리기 위해서 말투나 목소리의 변화를 크게 둔 것 같았다. 또 여기서 김춘길의 역할의 배우는 오열하는 연기나 분노하는 연기는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으며 그 당시 현실을 잘 나타내 주었다. 그리고 장면의 변화과정에서도 스크린으로 그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암울하고 슬펐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 작품 초반에 이문평의 이런 대사가 나온다. “10년 후, 20년 후 혹은 50년 후에라도, 내가 쓴 이 편지를 누군가가 읽고서 내 마음을 알아주는 날이 온다면 지금 견디기 힘든 이 고통을 이해해 주는 그런 날이 온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이 대사를 통해서 우리는 많은 것을 깨달을 수가 있다. 일본과 한국이라는 갈등 속에서 일어난 현실을 이해해야하고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 국민이 국가의 의미와 역사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며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한다.
마지막에 그들이 부르는 아리랑이 무슨 의미인지 그 억울함과 분통함을 우리가 다 이해할수는 없지만 이해하려고 노력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떠나간 그들의 영혼에 불을 밝힐 수 있는 반딧불이 처럼 편안한 안식처로 가기를 기도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불빛인 반딧불이지만 그 불빛이 모여 가장 커다란 불빛이 되고 이 불빛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보고 이해할 수 있다
적도 아래의 맥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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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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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4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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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