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도 아래의 맥베스> 잊혀진 억울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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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6
조회 1890
제목 : 잊혀진 억울한 존재
적도 아래의 맥베스는 명동극장에서 10월 14일까지 선보이고 있는 작품이며, 적도아래의맥베스라는 제목은 한국인 군속 전범들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맥베스에 비유하였다. 이 작품은 일본의 태평양 전쟁에 동원되어 전범으로 사형대 앞에 설 수 밖에 없었던 한국인 군속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연극의 줄거리를 간단히 얘기 하자면....
2010년 여름, 태국의 태면철도를 배경으로 연극의 서막이 시작된다.
태면철도가 있는 논프라덕 역에서는 일본의 방송제작회사가 전범에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촬영한다.
주인공인 김춘길은 동료들의 죽음과 아픔을 대신 알리기위해 촬영에 응하지만 프로그램 감독은 죄수들을 폭행에 대해서만 거칠게 질문할 뿐이다......
1947년 여름, 김춘길은 전범으로 잡혀 싱가포르 창이 형무소에 수용된다. 이 곳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인 전범들을 수용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맥베스 책을 늘 끼고 다니는 박남성과 대일협력자에 전범인 아들 때문에 괴로워할 고향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쓰면서 마음의 위로를 삼는 이문평, 명령을 내린 자들은 면죄부를 얻고 그 명령에 따른 군인들만 재판받는 전범 재판에 불만이 가득찬 일본인 쿠로다. 그리고 포로 수용소의 간부 야마가타가 함께 수용되어 있다.
김춘길은 포로 수용소의 간부 야마가타의 거짓증언으로 점범이 되어 수용되었다. 김춘길은 전범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출소했지만 결국 다시 붙잡혀오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김춘길의 친구는 야마가타 때문에 자살을 하고 자신은 전범이 된 것 때문에 야마가타를 죽이려 한다. 하지만 결국 죽이기 못하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뙤약볕아래에서 하루를 지내고 비스켓 두장으로 하루를 버티던 그들에게 어느날 사형집행의 순간이 다가왔다. 사형집행의 대상은 박남성과 야마가타. 박남성은 사형집행이 확정되기 바로 전날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탄원서를 내고 있다는 여동생의 편지였다. 박남성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며칠만 말미를 달라고 곧 탄원서가 도착하면 자신은 무죄가 될꺼라고 애걸복걸하지만 결국 그의 말은 묵살되고 만다.
사형집행이 있기 전 날, 모처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남성은 쿠로다와 함께 맥베스 공연을 한다. 공연을 하면서 박남성은 전범이 된 것도 사형을 당하는 것도 자신이 선택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죄수들은 한 자리에 모여 아리랑을 부르며 울부 짓는다.
그렇게 사형집행 전 날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사형집행이 시작되었다. 사형집행 전 목욕을 하고 하얀색 죄수복을 입고 서로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눈다. 쿠로는 박남성에게 아버지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하자 박남성은 무릎을 꿇고 아버지에게 인사를 전한다. 비록 볼 수 없는 아버지이지만 박남성은 진심을 다해 하고싶은 말을 전했다.
박남성이 교수대로 올라가자 야마가타는 살고싶다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살려달라고.. 살고싶다고..
결국 김춘길을 제외한 다른 죄수들은 사형을 당하고 김춘길만 살아남았다.
오랜시간이 지난 후 김춘길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 자신이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말했다.
김춘길은 폭행을 하지않았다고 거짓말을해 형을 감형받고 살아남을 수 있었고, 동료들에게 미안하지만 살아남아 이렇게 얘기를 전할 수 있게되어서 이거면 만족한 다는 말을 남긴다.
그 후 이문평이 죽기전에 남긴 편지를 전한다. 이문평은 형무소 안에서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쓰고 김춘길에게 ‘10년후,20년후.. 50년 후에라도, 내가 쓴 이 편지를 누간가가 읽고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견디기 힘든 이 고통을 이해해 주는 그런날이 온다면...’ 이라는 말과 함께 편지를 부탁했다. 김춘길은 이 편지를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건네주며 연극은 끝이 난다.
이 연극의 작가는 그들의 무념의 마음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싶어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전범문제를 조금더 이해하고 생각하는데 일조하기를 바랬다.
작가의 의도처럼 이 연극은 전범문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언급되는 전범이라는 단어 조차 낯설어 극이 시작하는 처음엔 내용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연극이 마무리 되어 갈수록 왜 전범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전범이 되어 우리국민들이 어떤 억울한 죽음을 당했는지, 앞으로 우리가 전범문제에 조금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무대의 장치는 극이 시작하고 싱가포르 창이 형무소의 세트가 처음 나올 때 조명이 켜지면서 실제 싱가포르의 날씨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무대 장치는 하얀막을 사용하여 태국의 태면철도 소품과 싱가포르 창이 형무소를 번갈아가며 표현했으며 형무소세트에선 1인 감방과 교수대를 놓아 실제 형무소의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막 사이사이에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여러 개의 액자를 보여주어 극의 흐름을 끊지 않고, 관객의 몰입도 끊임이 덜 하게 하였다.
억울하게 죽은 젊은 영혼들이 반딧불이 되어 아직 태면철도를 떠돈다는 내용이 나올땐 반딧불이 등장한다. 이 장면에선 하얀막을 사용하여 마치 한번도 보지 못한 반딧불을 실제로 보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연출하였다.
무대를 앞 뒤를 나누어 앞쪽은 태면철도를 표현하고 하얀막 뒤쪽은 싱가포르 창이 형무소를 나타낸 점에서 공간구성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봤던 연극들에서는 한정적인 공간에 소품을 바꿔가며 연극이 진행되었는데 이 연극에서는 두가지 공간을 나타냄으로써 소품을 바꾸는 시간이 적게 들고 연극의 흐름의 끊임도 최소화 한 것 같다.
배우의 연기는 극이 시작되고 처음부분엔 배우들의 연기는 조금 어색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배우들이 극에 몰입을 하고 극의 내용도 점점 고조 되다니 배우들의 연기는 나의 극 몰입에 오히려 좋은 역할을 해주었다.
대체적으로는 배우들의 연기에 만족을 하는 편이지만 한편으론 연극속에 많이 등장하면서 어려운 사설들이 등장해 배우들을 버거워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가장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다면 박남성의 캐릭터 가장 기억에 남는다. 침울한 분위기를 싫어하고, 자신의 죽음을 알면서도 웃으면서 지내자는 박남성의 말이 나의생각들에 많은 변화를 계기가 되었다.
연극을 보기 전 포스터만을 봤을때는 포스터 안의 남자의 눈은 무언가 회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피로한 일상을 담배로 해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진부한 전쟁연극라는 느낌이 들고 약간의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연극은 생각외로 전쟁범죄자에 관한 이야기여서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연극을 보면서 이 연극은 정말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던가 깨닫게 해주기보다는 우리가 알아야할 진실을 말해준 작품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억울하게 죽은 전범들을 보면서 다신 우리나라든 우리의 이웃국가든 전범이 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전쟁 또한 현재 한국에서는 끝나지 않은 현실이지만 그래도 평화라는것이 있다면 언젠가는 통일이 되지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