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도 아래의 맥베스> 적도 아래 숨겨진 진실을 찾아서-<적도아래의 맥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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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5
조회 1835
적도 아래 숨겨진 진실을 찾아서-<적도아래의 맥베스>
지난 10월 2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되고 있는 <적도아래의 맥베스>는 1940년대 초반 태평양 전쟁이 일어날 때 포로들을 감시하기 위해 조선과 대만 등에서 포로감시원들을 징집하였고 이들은 종전 후에는 BC급 전범이 되었고 싱가포르 창이 형무소에 수용되어 교수형에 처해지거나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 형무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김춘길씨의 증언을 토대로 전개가 되는 연극이다.
이 싱가포르 창이 형무소에는 여러 유형의 교수형을 선고 받은 사람들이 하루하루 언제 사형선고를 받을지 전전긍긍하면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늘 맥베스 책을 끼고 다니는 박남성과 부치지도 못하는 편지를 쓰며 스스로 위로를 하며 살아가는 이문평, 명령에 따른 군인들만 재판 받는 전범 재판에 불만이 있는 일본인 쿠로다, 그리고 포로감시소의 간부 야마가타가 함께 수용되어있었다. 수용소 바로 앞에 있는 사형대를 바라보며 늘 마음조리며 살아가는 그들이다.
어느 날 사형선고를 받게 된 남성과 야마가타.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남성은 사형된다. 그렇게 춘길씨만 남기고 모두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연출가로 나오는 이의 입을 통해 작가가 이 연극을 제작한 의도가 나온다.
“누가 나쁘고 누가 좋으냐를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부조리한 전쟁 속에 있는 진실을 알고 싶었다.”
연출가의 처음부터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을 볼 때 마치 취조 하는 듯한 그의 말투 속에 김춘길씨를 범죄자로 모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는 진정한 진실을 알고 싶어했었기에 취조하는 듯한 말투를 사용한 것이었다.
작가는 진실을 알아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여 다시는 그러한 상황에 마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뜨거운 적도 아래에서 힘든 하루를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내리쬐는 태양과 같은 조명과 물을 마시며 몸을 씻는 그들의 모습이 덥고 배고픈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간수들이 들어올 때 나는 끼이익 철커덩 하는 커다란 소리는 수용소 안에 사람들의 두려움을 부각 시키며 객석에게도 긴장감과 그 뒤 일어날 일에 대한 궁금증을 주고, 아무 말도 없이 종이를 접는 간수의 모습은 그들의 사형선고가 다가온다는 암시를 주는 복선 역할을 한다.
김춘길씨의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반딧불이가 나타나는데 이들은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라고 하는데 반딧불이를 보며 세월이 지나도 반딧불이를 보며 그들을 그리워하는 김춘길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늘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즐거운 생각만 하려 하고 맥베스 연극을 좋아했던 박남성씨는 죽는 날 전날까지 죽는 것조차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마지막 연극 맥베스를 연기하면서 그는 맥베스와 자신의 일을 동일시 여겼다. 맥베스가 국왕을 죽인 것은 누군가의 의지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자진해서 한 파멸의 길이다. 남성 역시 자신도 자진해서 한일임을 말했다. 이 연극의 제목에 맥베스가 나와 있는 이유를 말해준다.
또 한 명의 김춘길이 다큐멘터리 앞에서 인터뷰를 하게 만들어준 계기를 만들어준 이문평이 기억난다.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편지를 누군가에게 전해달라며 누군가 자신의 편지를 읽고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 견디기 힘든 이 시간과 고통을 이해해주는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며 편지를 전해준다. 김춘길은 그 이문평의 편지를 후세에 알려주기 위해서 거짓말을 해서라도 살아남으려고 했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와 과거가 반복적으로 나오지만 회상의 개념은 아닌 것 같아 아쉬웠다. 현재는 현재대로 김춘길씨의 다큐멘터리의 진행만 보여주었고 과거는 역사적인 사실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쉬움을 주었다. 하지만 연극을 통해 역사적 사실의 진실을 알고 다시는 이런 일을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