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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아래의 맥베스> 반딧불이를 기억하다.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4

    조회 1884



 

<반딧불이를 기억하다.>

 10월 2일부터 10월 14일까지 명동 예술 극장에서 극단 미추가 제작하는 <적도 아래의 맥베스>라는 공연이 진행되었다. 이 연극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전하고 포로감시원이었던 조선인들이 B,C급 전범으로 처리되면서 형무소에 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는 연극이다.

 이 연극은 다큐멘터리를 찍는 카메라 감독과 음향 감독이 나오면서 시작된다. 연극의 도입부에서 대머리 이야기로 그리고 가벼운 농담으로 코믹하게 시작하여 처음에 어렵지 않게 극에 집중할 수 있었고 시선을 끌기에도 충분했다. 태국에서 과거에 포로감시원이었던 김춘길이 인터뷰를 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찍고 그 인터뷰와 과거 싱가포르 창이 형무소에서 그들의 생활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연극의 제목은 ‘적도 아래의 맥베스’... 이 제목만 보고는 도저히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우선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하나인 ‘맥베스’의 주인공이다. 맥베스는 마녀의 예언에 현혹되어 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르는 인물이다. 마녀의 유혹에 빠져서 파멸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제목에 맥베스를 넣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형무소에 있는 조선인 전범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포로감시원이 되었다. 맥베스처럼 유혹에 넘어간 것이라고 단정 지어 말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들은 맥베스처럼 파멸의 길로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싱가포르는 적도에 가깝다. 조선인 전범들이 있었던 싱가포르 창이 형무소가 적도에 가깝다는 것이다. 제목에서 말해주듯이 그들을 적도 가까운 곳에 그러니까 적도 아래에 있었던 맥베스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연극 무대에서는 스크린을 사용하였다. 스크린을 사용하여 두 공간으로 나누어져서 극이 진행되었다. 스크린 뒤쪽에서는 형무소에서의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스크린 앞쪽에서는 다큐멘터리를 찍는 배경으로 스크린이 사용되었다. 스크린이 사용해서 공간의 이동이나 시간의 이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과거를 회상하고 또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장면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혼란스럽거나 산만할 수도 있었지만 스크린으로 공간을 나눔으로써 공간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나누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형무소에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를 리얼하게 들려주어서 이곳이 형무소라는 것을 극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인식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사형이 집행되었을 때에도 사형 집행 순간의 소리 그리고 사형 집행 직전 그러니까 박남성이 마지막 순간에 소리치는 “대한독립만세” 그리고 사형이 집행된 후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는 그 장면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극의 끝에서 김춘길이 현재의 할아버지 분장 그대로 과거 형무소로 들어가서 연기를 한 후 편지를 가지고 다시 현재의 공간으로 와서 편지를 전달할 때에 자연스러운 연결이 좋았다. 이 연극이 어두운 분위기로 극이 전개가 되어서 자칫하면 어둡기만 하고 지루할 수도 있었는데 심각한 상황에서 카메라 감독과 조명 감독이 중간 중간 재미있게 연기를 잘했고 코믹한 대사를 해주어서 관객들이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두운 분위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들 굳어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웃음을 주어서 잠깐씩 분위기를 풀어주었던 것도 좋았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수많은 반딧불이가 스크린에 비춰지며 연극이 끝을 맺는다. 이 반딧불이는 죽은 사람 또는 죽은 그들의 동료들의 영혼을 의미한다. 태국에서 김춘길이 반딧불이를 보고 고국으로 가지 못하고 떠도는 영혼이라고 하는 대사를 통해서 반딧불이가 연극에서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형무소에 있던 조선인 들은 일본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으로 재판을 받고 게다가 전범으로 처리되어 많은 조선인들이 형무소에 들어오게 되고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인 일본의 A급 전범들은 단 7명만이 처형되었던 반면에 조선인들은 훨씬 많은 수가 처형되었다. 마지막 장면에 수많은 반딧불이는 이렇게 사형을 당한... 세상을 떠난 많은 사람들을 기억해 달라는 의미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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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아래의 맥베스

- 2010.10.02 ~ 2010.10.14

-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

- 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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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탈퇴회원)

    연극을 보지 못했지만 인혜양의 글을 보면서 직접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이미 끝난 연극이라 아쉬웠는데 리뷰 잘 봤어요^^

    2010.10.29 17:51

  • (탈퇴회원)

    역사적인 내용의 연극이라 감상하기 어려울 거란 생각이 앞섰는데 극 분위기가 마냥 무거운 것도 아니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하니 한번 관람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2010.10.14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