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도 아래의 맥베스> 지금의 우리는 그들을 이해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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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2
조회 2231
“파멸의 길을 가고 싶어서 우리 스스로가 선택 한거야...”
식민지 시대에 다른 길은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김춘길과 독립운동도 있었지만 우리가 이런 상황을 만들어 냈다는 박남성은 맥베스와 같이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대의 배경이 만들어낸 기구한 운명의 인물들이다. 전쟁범죄인으로 판결되어 죽음을 앞에 둔 주인공들의 폭발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극단 미추와 정의신 작가에 의해 실존인물을 배경으로 한 연극 “적도 아래의 맥베스”를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주제를 가지지만 웃음과 긴장과 감동으로 연기자들의 호소력 짖은 연기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객석 552석 규모의 중극장에 들어서면 열대우림과 철도 길로 현장감을 증가시킨다. 극은 무척이나 더워하는 미야지마 마시야(카메라)와 오카다 스스무(음향)의 등장에 이어 소다 히로시(감독)과 철도 길을 취재하는 이유를 알려주며 시작된다. 창이 형무소에서 생존자인 김춘길 할아버지는 과거 포로수용소 수감원 이였으며 소다 히로시 감독과 과거의 문제로 대립하지만 자신의 동료들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 야마구치 요시에(비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심껏 질문에 응한다.
새롭게 등장한 무대는 입체적이며 관객의 호감과 집중도는 높아진다. 새로운 무대는 과거 창이형무소 안을 보여주면서 태평양 전쟁으로 인해 수감된 새로운 인물 등장으로 극은 새롭게 시작하고 김춘길 또한 다시 수감되는 상황에 이른다.
“죽고 나면 편해질까요? 이 고통으로부터 편해질까요?”
일명 저승사자 교도소 감독원들이 아침점호에 자신의 이름을 외칠까 치를떨며, 광복이 되었음에도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은 인간 이하의 삶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압박감에 한시라도 편하게 있을수 없다.
극은 BC급 전범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극의 인물들을 강조하며, 과거의 창이형무소에 수감된 김춘길과 현재 인터뷰 중인 김춘길 할아버지의 모습 시간을 넘나든다.
“어서 어서 고향으로 돌아들 가시오...”
김춘길 할아버지는 몰려드는 반딧불에게 이렇게 말한다. 반딧불이 동료들의 죽은 영혼이라 생각하는 할아버지는 아직도 큰 나무에 모여있는 모습을 보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해한다.
“살고싶어! 부탁이야! 플리즈... 아직도 살고 싶단 말야...”
동생에게 편지를 받은 박남성은 곧 고향으로 돌아 갈수도 있다는 큰 기대에 부풀었지만, 다음날 야마가타 타케오와 사형을 집행한다는 말에 마치 살기위해 울부짖는 동물처럼 “살고 싶다” 외치며 극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그날 저녁 만찬을 즐기고 김춘길, 쿠로다 나오지로, 박남성, 이문평은 큰 목소리로 모두 하나인 듯 서로 둥글게 감싸고 아리랑을 부르며 슬픔을 나눈다. 다음날 사형이 집행되면서 박남성이 외치는 “대한독립만세”와 칼 날 같은 사형 효과음, 우울한 피아노 소리는 극의 몰입도를 최고로 만들어낸다.
소다 히로시(감독)은 김춘길 할아버지에게 계속 질문하면서 입장의 차이는 좁혀지지 않는다. 감독은 할아버지를 피해자이자 가해자라 하지만 할아버지는 전범으로서 힘든 삶을 살아왔음에도 단지 오해를 풀고 동료들의 진심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다. 오카다 스스무(음향)가 감독을 이어가면서 진실을 밝히려는 모습에 현시대의 젊은이들의 책임감이 아닌 들추고 싶지 않은 과거사를 한민족이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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