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4~50년대 한 한국인 가족에 관한 인류학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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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완
등록일 2017.04.30
조회 2645
5월 가정의 달에 국립극단이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로 이용찬 원작의 1957년작, '가족'을 공연하고 있다. 포스터를 보고 왠지 한국판 '세일즈맨의 죽음'일 거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실제연극은 우리만의 역사와 감성이 묻어나는 한국적인 질감의 작품이었다. 놀랍게도 작품의 배경은 해방과 한국전쟁이고, 주인공 가족은 '친일을 하지 않은', 일제 때 잘 나가던 사업가 집안으로 1940년대에 이미 카메라를 들고 캠핑을 가는 아들과, 미국유학을 꿈꾸고 실행하는 딸이 등장하는 등 당대한국인의 전형적인 삶을 보여준다고 하기 어려운 부유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년만에 재공연 된다는 무대는 식민과 전쟁에서 살아남은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당대 한국인들이 가졌던 다양한 가치관과 삶의 풍경을 독특한 서울풍의 말투와 의상과 더불어 마치 4~50년대의 인류학 보고서처럼 풍성하게 드러내주어 보는 재미가 장면장면 쏠쏠하다.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의 감성을 담은 연극과 영화로 기록하는 일의 가치와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고, 아울러 현대사에 묻혀있는 많은 우리의 문학적 자산을 발굴하는 일의 당위성에 공감하게 된다. 김정호, 이기돈배우의 안정적인 연기와 다른 배우들과의 앙상블도 훌륭하고, 심플하지만 마지막에 강렬한 장면을 연출하는 무대미술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