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유산> 우리시대의 신사는 어떤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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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완
등록일 2014.12.12
조회 2315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원작의 방대한 내용과 인물들을 2시간의 무대로 줄이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생략과 왜곡이 생길 수 밖에 없었겠지만, 고전을 읽지 않는 시대에 원작에 접근하는 알찬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연극이었다.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 대장장이출신의 핍이 과연 당대의 이상적 인간상이었던 신사로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키워드로 삼아 작품을 보며, 우리시대의 신사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명동예술극장은 프로그램을 극단 중에 가장 성의있고 알차게 만든다고 생각해 왔는데(가끔은 너무 전문적인 글로 느껴질 정도로) 이번에도 역시 민음사판을 번역한 이인규교수의 도움글이 연극에서 생략된 원작의 이해와, 전체적인 작품의 주제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엄청나게 많은 장면전환을 무대에서 어떻게 처리할까 궁금했는데, 큰 변화없이 구역별로 나누어 조명을 통해 효율적이고 간결하게 처리한 무대 디자인이 돋보였고, 오랜만에 무대에서 보는 김석훈배우와 길해연, 오광록, 정승길 등 다른 배우들의 앙상블도 전체적으로 안정적이었고 조화로웠다. 강북의 가장 상업적인 지역의 한가운데에서 언제나 수준높은 공연으로 서울의 문화적인 자존심을 지켜나가는 명동예술극장의 2015년 레파토리를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과 더불어 즐겁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