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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어떤 나쁜 남자의 이야기, "동 주앙"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1.04.05

    조회 2051

‘동 주앙’은, 귀족 가문의 도련님으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란 ‘희대의 바람둥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에게 매혹되도록 유혹하는 남자. 심지어 정실부인 엘비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찾아 하인 스가나렐만을 데리고 집을 떠나는 동 주앙은, 그로 인해 명예가 실추된 부인 엘비르의 가문 사람들의 추격을 받고, 도망자 신세가 되지만 결국 추격을 따돌리며 아무것도 자신을 가로막는 것이 없는 삶을 즐긴다. 과거에 결투에서 자신이 죽인 기사의 무덤에서조차 안하무인인 동 주앙, 심지어 기사의 석상을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저녁 초대에 응한 석상이 동 주앙을 만찬에 초대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회개하지 않는 동 주앙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천벌을 받게 된다.

이러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동 주앙, 얼핏 보면 평범한 권선징악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고전 시나리오로 보이기 쉽고, 나 또한 공연을 마지막까지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동 주앙은 희극적으로 공연이 진행된다. 공연의 시작부터, 동 주앙의 하인 ‘스가나렐’이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고, 동 주앙이 없을 때에는 동료 하인에게 주인에 대한 험담을 하다가 동 주앙이 나타남과 동시에 굽실거리며 아첨하는 모습. 연극의 시작부터 연극의 끝까지 스가나렐은 그렇게 뒤에서 험담하고 앞에서 아첨하는 인물로 묘사되었지만, 그 또한 인간의 가면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느꼈다. 그 어떤 세상의 보편적 관념과 규칙, 모든 것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동 주앙. 그 모습을 김도현 씨께서 잘 표현해 주셨다. 동 주앙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인 ‘바람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어떠한 방식으로 극을 진행해야 했을까, 극중 3명의 여인이 동 주앙의 바람기에 희생된 역할로 등장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는 관객에게 실감을 느끼게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동 주앙은, 관객들과 함께 연극을 진행하였다. 바람기에 있어서는 여성 관객들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결말부분에서 인간의 위선에 대하여 말할 때는 관객 모두에게 ‘너희들도 모두 나와 똑같은 위선자들’이라는 것을 냉소적으로 외쳤다. 이에 연극이 단지 앉아서 영화처럼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이 아닌, 더 실감나고, 관객들에게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공헌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고 느꼈다.

관객들에게 많은 웃음을 주었던 샤를로트와 그 약혼자의 바보짓.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들어 샤를로트를 유혹하려는 동 주앙의 장면에서, 나는 그 인물들의 바보 같아 보이는 언동이 때 묻지 않고 순수한 평화로운 시골 마을을 나타내는 일종의 한 장치가 되는 것을 느꼈다. 그런 평화로운 나날에 끼어들어 생명의 은인조차 생각하지 않고 모든 것을 뒤엎어놓는 동 주앙의 ‘나쁜 남자’ 라는 또 한 가지의 특성을 이로서 정말 잘 표현하였다. 엘비르의 오빠들이 동 주앙을 추격해왔을 때에도, 엘비르 가문 형제의 호들갑과 과장된 행동은 그들의 고뇌를 그 이상 없이, 무거운 느낌 없이 관객들에게 재미있고 이해가 잘 되도록 전달하는 역할에 큰 도움이 되었다. ‘동 주앙’ 이라는, 주인공의 특성. ‘바람둥이’, ‘나쁜 남자’, ‘자유로운 사람’, ‘안하무인’ 등 모든 면을 관객들에게 최대한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도록 전달하기 위한 많은 요소가 모든 장면에서 보였다.

하지만 연극을 관람하면서 몇몇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장면도 있었다. 모두 ‘엘비르’에 관련된 장면이었는데, 우선 집에서 나가 멀리 떠나온 동 주앙을 찾아온 엘비르가 그에게 품은 원한과 분노를 나타내는 장면이 그러했다. 희극적인 분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에 등장한 엘비르는, 연극의 분위기를 갑자기 다운시켜버렸다고 느껴졌다. 물론 그 장면이 진지하고 심각한 장면이긴 했지만, 분위기가 갑자기 전환되는 것은 나로서는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그 분위기에 맞춰가나 싶더니 갑자기 엘비르가 과장된 행동을 취하고 소리를 지르며 관객들을 웃기려는 요소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단시간에 분위기가 이랬다 저랬다 바뀌니 이 장면이 영 ‘어색하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 다른 한 장면은, 엘비르가 수도원으로 돌아가고 동 주앙에게 죄를 뉘우치라고 하기 위해 찾아온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도 또한 엘비르가 동 주앙을 쫓아 마을에 온 장면과 같은 문제, 그리고 또 다른 한가지의 문제가 나타났다. 모든 것을 용서하려는 엘비르의 장면에서,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다. 갑자기 연극이, 동 주앙과 엘비르의 대화가 터무니없이 지루해진 것이다. 조용한 목소리로 엘비르가 동 주앙에게 설교하는 장면. 나는 그 장면이 너무 길어 지루하다는 느낌만을 받았다. 게다가 엘비르의 첫 등장 장면과도 같이 갑자기 전환되는 분위기가 문제였다. 앞서 말한 듯이 지루하게 설교를 늘어놓던 엘비르가 돌아가려는 장면에서, 다시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과장된 행동을 하였다. 이는 관객을 재미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조용조용한 설교가 갑자기 소리를 마구 질러대는 것으로 바뀌는 것에는, 마찬가지로 적응이 되지 않아 너무 어색한 장면이라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대사를 꼽자면, 동 주앙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숨어있던 스가나렐의 변명에 대해 “비겁함을 가리려거든 더 고상한 껍질을 뒤집어 쓰거라” 라고 말하는 것이다. 저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러 가지로 의미하는 것이 많아 보이는 저 한 문장. 심지어는 소형 책자에서 동 주앙의 한줄 설명에 쓰여있는 대사이기까지도 한 저 “비겁함을 가리려거든 더 고상한 껍질을 뒤집어 쓰거라”라고 하는 대사가, 아무 의미도 없는 대사처럼 휙 하고 지나가버렸다. 집중하고 있지 않았다면 아예 대사를 듣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대사가 끝나고, 갑자기 장면 또한 바뀌어버려 도저히 ‘돈 주앙의 중요한 대사’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 연극에서의 ‘꽃’을 꼽으라면, 나는 스가나렐을 꼽겠다. 나를 포함해 관객들에게 가장 크고 많은 웃음을 선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로 연극의 진행을 매끄럽게 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윤활유와도 같은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연극을 보기에 진행이 부드럽지 않고 관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연극 후반부에는, 생각보다 화려한 무대 효과 연출이 있어 만족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동 주앙이 지옥에 떨어지는 그 과정이 조금 뜬금없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다는 점. 하지만 마지막에 동 주앙이 지하로 빨려 들어가듯 지옥으로 떨어지며 관객들을 위선자라고 비웃는 그 장면은, 내가 꼽은 이 연극 최고의 명장면이다.

아쉬웠던 장면들을 조금 더 다듬는다면, 최고의 연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21세기로 넘어온 17세기 파리에 탄생한 자유로운 영혼 '동 주앙'이, 우리에게 어떤 것을 말하려는지 깊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20110126_동주앙포스터_2절3.jpg
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 2011.03.10 ~ 2011.04.03

- 월,목,금 7시 30분 / 수,토,일 3시 / 화 공연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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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8일(화) 19:30, 3월 9일(수) 15:00 프리뷰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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